정치는 언제 무너지는가. 대개 사람들은 '사실'이 드러날 때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현실의 정치는 다르다. 정치는 사실이 아니라 이야기로 움직인다. 그 이야기가 어떤 구조를 가지느냐에 따라 한 사람의 정치 인생은 순식간에 뒤집힌다. 최근 불거진 정원오 후보의 칸쿤 출장 논란이 그 전형적인 사례다. 처음에는 단순했다. 먼 해외, 그것도 휴양지 이미지가 강한 곳으로 출장을 갔다는 게 문제였다. 여기까지는 행정의 판단 문제이자 정치 감각의 문제였다. 충분히 설명 가능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수습도 가능한 사안이다.
그러나 이 사건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문제는 '염문설'이라는 프레임이 덧씌워지는 순간, 전혀 다른 국면으로 전환됐다는 데 있다. 염문설은 사실의 영역이 아니다. 그것은 증명도, 반증도 쉽지 않은 ‘설(說)’이다. 그리고 정치에서 '설'은 사실보다 훨씬 강하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논리를 따지기보다 의심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한 번 생각해보자. 어떤 후보가 "그런 일 없다"고 말한다. 그리고 자료를 내놓고 해명한다. 그럼 끝나는가. 아니다. 오히려 질문은 이렇게 바뀐다. '아니라는데…, 정말 아닌가?' 이 한 문장이 만들어지는 순간, 이미 정치적 피해는 시작된다. 이것이 염문설 프레임의 본질이다. 사실 여부와 무관하게, 의혹 자체가 하나의 정치적 현실로 작동하는 게 더 무겁게 다가 온다.
더 큰 문제는 이 프레임이 작동하는 방식이다. 염문설은 한 번 제기되면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형태를 바꿔가며 살아남는다. 직접적인 주장으로 시작해, '카더라'로 번지고, 나중에는 "다들 그렇게 말하더라"는 집단적 인식으로 굳어진다. 그 과정에서 사실은 점점 중요하지 않게 된다.
정원오 후보의 경우, 이 프레임이 더욱 치명적인 이유가 있다. 그가 가진 정치적 자산이 무엇인가. 성실함, 생활밀착형 행정, 시민과의 거리감이 없는 정치가 그의 트레드 마크다. 이른바 '착한 정치인' 이미지다. 그런데 염문설은 이 이미지를 정면으로 파괴한다.
정치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상대의 약점을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강점을 무력화시키는 것이다. 그 점에서 이번 프레임은 매우 정교하게 작동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프레임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먼저 길게 설명해서는 안 된다. 염문설은 설명이 길어질수록 오히려 의심이 증폭되는 구조를 가진다. 해명이 길다는 것은 곧 변명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또 애매한 표현은 치명적이다. '오해의 소지가 있다'거나 '부적절한 부분이 있었다'는 식의 표현은 중간지대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의혹을 인정하는 신호로 해석된다. 그렇기 때문에 그 대응은 빠르고 단순해야 한다.
사실이 아니라면 명확하게 선을 긋고, 필요한 최소한의 자료만 공개한 뒤 더 이상 이 이슈에 끌려다니지 않는 전략이 필요하다. 문제는 지금까지의 흐름이 이와 정반대로 흘러왔다는 점이다. 설명은 분명치 않았고, 공개는 제한적이었으며, 메시지는 일관되지 않았다. 그 사이에서 프레임은 더 단단해졌다.
결국 이번 논란은 하나의 질문을 남긴다. 정원오라는 정치인이 이 프레임을 끊어낼 수 있는 결단력과 정치적 감각을 가지고 있는가. 그 답이 이번 선거의 흐름을 좌우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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