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정의 메디컬로드] "헬리코박터균, 무증상이라도 위암 위험… 제균·생활습관 총 점검해야"

건강검진 실시 모습 사진경산시
건강검진 실시 모습. [사진=경산시]

# 서울 강남구에 사는 53세 남성 김민수 씨는 2년 전부터 식후 상복부 통증과 속쓰림, 더부룩함이 반복됐다. 건강검진 때 위내시경을 받은 뒤, 위점막에 만성 위염이 있고 조직검사에서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가 검출됐다는 소견을 받았다. 바로 제균 치료에 들어갔고 열흘 간 항생제와 위산 억제제 복합요법을 받은 뒤, 4주 이후 요소호기검사를 통해 헬리코박터가 완전히 제거된 상태로 확인됐다. 다만 제균 이후에도 김 씨는 과도한 술과 담배, 늦은 시간 야식 등 생활 습관을 개선하지 않으면서 최근 다시 위암 위험성을 경고 받았다.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됐다고 해서 모두 위암으로 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 세균을 제때 없애지 않으면 위염·궤양에서 위암까지 이어질 수 있는 위험군이 많다. 특히 최근 연구를 통해 50대 이상이라면 더욱이 제균을 받았다고 해서 생활습관을 방치하면 위암 위험이 다시 커지는 것으로도 확인돼 치료 이후 관리가 그만큼 중요한 것으로 보인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는 위 점막에 기생하는 세균이다. 한국을 비롯한 일부 국가에서는 40~50% 이상이 감염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세균은 위점막에 만성 염증을 유발해 위염·소화성 궤양을 일으키고, 장기간 방치하면 위축성 위염과 장상피화생까지 이어져 위암 발생 위험을 높인다. 

다만 헬리코박터에 감염된 사람 모두에게 위염이나 위암이 발병하는 것은 아니다. 대다수는 평생 증상 없이 지나가는 경우가 많지만, 일부에서는 상복부 통증·속쓰림·식후 더부룩함·트림·팽만감 등 소화불량 증상이 반복되거나, 위궤양으로 인해 흑색변·토혈·체중 감소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이런 증상이 반복되거나 위암 가족력이 있는 경우라면 위내시경과 헬리코박터 검사를 통해 조기 진단을 고려하는 것이 좋다.

헬리코박터 제균 치료는 보통 10~14일간 2개 항생제와 프로톤펌프억제제(PPI)를 복합 투여하는 1차 치료로 시작한다. 국내외 연구들에 따르면 이 치료만으로도 제균 성공률은 70~80%대에 이른다. 제균에 성공하지 못하면 2차·3차 요법으로 항생제 조합을 바꿔 다시 제균을 시도한다.

다만 제균 치료 이후에도 위암 위험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헬리코박터 제균을 통해 위암 발생 위험을 최대 50% 가까이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지만, 고령·위축성 위염이 이미 진행된 경우나 흡연·음주·비만 등 생활습관이 나쁜 경우에는 여전히 위암 위험이 남아 있다.

헬리코박터 제균을 받았다고 해도 이후 흡연·음주·비만 등 생활습관 관리가 따르지 않으면 위암 위험이 크게 상승한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헬리코박터 제균은 '위암 위험을 줄여주는 첫 번째 단추'일 뿐, 이후 생활습관이 따라야 효과가 극대화된다는 것이다. 

신철민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한경도 숭실대학교 정보통계보험수리학과 교수 연구팀(제1저자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임주현 교수)은 2010~2016년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토대로 국가건강검진 수검자 중 제균치료 이력이 있는 128만여명의 △흡연 여부 △△복부비만도 △△음주량 등 생활습관 지표와 위암 발병 현황을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분석 결과 흡연의 경우 헬리코박터 제균치료를 받은 환자 중 중등도(10~20갑·년) 수준의 흡연자는 제균치료를 받은 비흡연자 대비 위암의 상대적 위험도가 약 12% 높았으며(aHR 1.12), 고등도(20갑 이상·년) 수준의 흡연자는 약 34%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음주는 경도(알코올 30g 이하·일) 이하에서는 비음주자 대비 위험이 유의하게 증가하지 않았으나, 하루 30g 이상 섭취하는 고등도 그룹에서 위암 위험이 약 23% 높은 것으로 나타나 과음에 대한 주의가 필요했다. 복부비만자의 상대 위험은 11% 높은 수준이었다. 연구팀은 "흡연·음주·비만은 서로 영향을 미치며, 동시에 가질 확률이 높아 실제 위험은 더욱 크다"고 설명했다.

주목할 점은 제균치료를 55세 이후 늦은 나이에 받은 사람일수록 이후 흡연·음주·복부비만에 따른 위암 발생 증가폭이 더욱 컸다.

신철민 교수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제균치료는 위암 위험을 유의미하게 감소시키지만, 이를 위암으로부터 안전해지는 것으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며 "제균 이후에도 생활습관 관리에 소홀하지 말고 항상 금주·금연·체중조절에 힘써야 하며, 특히 제균치료를 늦은 나이에 받은 경우 위내시경 검진도 주기적으로 받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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