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미국에서 열린 기술 전시회 'CES'. 소니그룹과 혼다의 합작사인 '소니·혼다 모빌리티' 부스는 전기차(EV) '아피라(AFEELA)'의 두 번째 모델을 보기 위해 몰려든 인파로 북적였다. 차량이 매끄럽게 주행하며 등장하자 장내에는 박수가 터졌고, 미즈노 야스히데 소니·혼다 모빌리티 최고경영자(CEO)는 "체험 너머에 있는 미래를 만들겠다"며 2028년 북미 시장 SUV 출시 계획까지 당당히 선포했다. 이후 불과 두 달 만인 지난 14일에는 캘리포니아주 프리몬트시에 차량 인도 거점까지 마련하며 축배를 들었다. 하지만 그 축제는 열흘 만에 비극으로 끝났다. 소니와 혼다가 아피라의 개발 및 판매 중단을 25일 공식 발표했기 때문이다. 기대를 모았던 '일본 연합'의 혁신은 그렇게 판매 한 번 못 해보고 폐기됐다.
아피라의 좌초는 혼다 전기차 브랜드 '제로(0) 시리즈' 개발 중단과 궤를 같이한다. 비용 절감과 생산 효율을 위해 독자 생산 시설 없이 혼다의 전용 플랫폼과 생산 라인을 공유하던 아피라는 혼다가 플래그십 개발 계획을 전면 수정하자 차를 구성할 뼈대도, 생산을 맡아줄 공장도 순식간에 잃은 '미아' 신세가 됐다. 판매량이 적은 프리미엄 모델인 아피라가 혼다의 대량 생산 인프라 지원 없이 독자적으로 수조 원의 개발비와 생산 단가를 감당하는 것이 불가능해진 결과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혼다 경영진은 소니 측에 "미국에서 전기차는 팔리지 않는다"는 시장의 냉혹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 전달했다. 혼다의 한 간부는 "전기차만으로 사업성이 불투명하다"며 이미 체념한 듯한 속내를 드러냈다고 한다. 결국 혼다가 사업 지속성을 부정한 지 단 2주 만에 소니 측도 손을 들었고, 이미 받아둔 신차 선주문 예약금은 모두 환불 처리됐다.
하지만 현실은 냉정했다. 테슬라가 인공지능(AI) 기반 자율주행으로 앞서가고 중국의 샤오미가 아피라보다 2년이나 빨리 전기차 세단을 출시하며 흑자를 달성했지만, 혼다와 소니는 경쟁사들의 기민한 개발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 채 한계를 드러냈다. 8만 9900달러(약 1억 3500만 원)라는 높은 가격 역시 소비자들의 지갑을 닫게 만든 패착이었다.
시장은 혼다 내부 거버넌스(지배 구조) 붕괴를 지적한다. 미베 사장은 천문학적인 적자 사태에도 불구하고 '결과로 책임지겠다'는 모호한 논리를 앞세워 유임 의사를 밝혔다. 주거래 은행들조차 혼다 본사를 찾아가 경영진의 책임을 직접 언급할 정도로 위기감은 최고조에 달했지만, EV 프로젝트를 주도한 간부들 중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 구체적인 재구축 방안마저 5월 주총 직전으로 미뤄지며 책임 회피라는 비판이 거세다. 미베 사장은 원인을 트럼프 정부의 정책 변화 탓으로 돌리고 있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예측 불능의 사태에 대응하는 것이 경영진의 본업이며, 혼다의 대응은 경쟁사들보다 현저히 늦었다"고 꼬집는다.
닛케이는 이번 사태를 비평하며 "과거 경영진의 독주를 막던 혼다 특유의 '끝장 토론' 문화가 사라진 자리에 보신주의만 남았다"고 지적했다. 혼다 창업 25주년이었던 1973년 10월 29일, 창업주 혼다 소이치로(당시 66세)와 후지사와 다케오 부사장(당시 62세)은 세대교체를 위해 함께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카리스마 넘치는 '쌍두체제'의 동시 용퇴는 오늘날까지도 회자되며 일본 사회에 큰 울림을 남겼다.
혼다는 당장 4월 1일부터 ‘혼다기술연구소’를 재독립시키며 ‘성역 부활’에 나섰다. 기술자들에게 전권을 주어 혁신을 꾀하겠다는 취지지만, 전문가들은 인적 쇄신 없는 조직 개편의 실효성에 의구심을 보낸다. 이번 결정으로 초기 플래그십 EV 라인업을 상실한 혼다에게 필요한 것은 과거의 자부심이 아니라 히타치와 소니처럼 뼈를 깎는 처절한 반성이다. 아피라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한 부품사 간부는 "혼다를 상징하던 '파워 오브 드림스'라는 구호가 지금처럼 무력하게 들린 적이 없다"며 현장의 괴리감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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