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엔비디아 GTC 2026 취재를 위해 미국 캘리포니아주 출장길에 올랐다. 디지털의 정점인 인공지능(AI) 취재에 하이브리드 아날로그 카메라가 동행한 셈이다.
숨 가쁜 취재 일정을 소화하고 기자는 본격적으로 카메라를 써봤다.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스탠포드 대학 캠퍼스, 구글 본사 등 여기저기 찍고 뽑아봤다.
캘리포니아 하늘은 정말 맑았다. 쨍하게 비치는 햇볕과 선선한 공기가 조화를 이뤄 특유의 색감을 만들어냈다.
후지필름의 인스탁스 미니 에보 시네마는 아름다운 캘리포니아의 색감을 잘 담아냈다. 화질이 좋은 폰 카메라로 구현되지 않는 특별한 느낌이 전달됐다. 렌즈 밝기는 F2.0이며 초점거리 10cm부터 지원하고, ISO 감도는 100~1600 범위로 조절할 수 있다. 밝은 야외에서 다양한 빛 조건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스펙이다.
처음 꺼내 들었을 때 느낌은 '필름 카메라인데 디카 같다'였다. 실제로 써보니 그 반대에 더 가깝다. 디지털로 편하게 찍고 아날로그로 남기는 구조. 이 제품의 핵심은 결국 '디카+필름 하이브리드'다. 사진 촬영과 스마트폰을 통한 15초 영상 제작, 그리고 인화까지 하나의 기기에서 처리하는 3-in-1 구조가 이 제품의 정체성을 잘 설명한다.
'사진 맛집'이라는 스탠포드 대학교를 방문했다. 붉은 벽돌 건물과 야자수, 그리고 특유의 따뜻한 톤이 섞인 풍경은 그냥 찍어도 예쁘지만 미니 에보의 '시네마 감성' 필터를 얹으니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단순히 색감만 바뀌는 게 아니라 약간의 시간감(感)까지 더해진 느낌이다.
이 제품은 즉석 카메라 중 세계 최초로 '시대별 표현' 기능을 구현했다. 스탠포드 대학교를 1930년대에서 2020년대까지 분위기를 바꿔 찍은 뒤 사진을 보고 있으니 시간 여행을 하는 기분이 들었다. '에라스 다이얼(Eras Dial™)'로 불리는 이 기능은 10단계의 시대별 효과를 제공하며, 렌즈 효과 10가지와 조합하면 총 100가지 방식으로 표현이 가능하다.
구글 본사 앞에서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써봤다. 일단 디카처럼 계속 찍었다. 부담 없이 여러 장을 찍고, 그 자리에서는 굳이 인화하지 않았다. 이게 이 제품의 가장 큰 장점이다.
보통 즉석 카메라는 찍는 순간 선택이 끝난다. 하지만 미니 에보는 다르다. 찍어두고, 나중에 고른다. 숙소에 돌아와 사진을 넘겨보다가 '이건 뽑아야겠다' 싶은 컷만 골라 인화했다. 인화 출력 시간은 약 16초로, 결정한 순간부터 손에 쥐기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사용하는 필름은 5.4×8.6cm 크기의 미니 필름이며 한 번에 최대 100매까지 촬영이 가능하다. 결과적으로 필름 낭비도 줄고 만족도는 더 높아졌다.
조작감도 꽤 인상적이다. 요즘 기기들이 대부분 터치 기반인데 미니 에보는 물리 버튼이 중심이다. 다이얼을 돌리거나 레버를 당기고 셔터를 누르는 과정에 손맛이 있다. 1965년 출시된 후지카 싱글-8(Fujica Single-8)의 디자인 언어를 계승한 세로형 그립 실루엣이 이 손맛의 원천이다.
그렇다고 어렵지는 않다. 버튼 배치가 직관적이라 몇 번 만지면 바로 익숙해진다. 오히려 터치보다 빠르다. 찍고 싶은 순간에 바로 반응한다는 점에서 여행용으로는 확실히 장점이다.
270g밖에 안 하는 가벼운 무게와 미끄러짐 방지 소재의 그립감도 안정적이다. 하루 종일 들고 다녀도 부담이 없고 목에 걸고 다닐 수 있게 줄 구멍도 있어 패션 아이템으로 쓸 수 있다. 본체 크기는 39.4×132.5×100.1mm이며 충전은 USB-C 방식을 지원한다. 충전 시간은 2~3시간이다.
영상 기능도 눈에 띈다. 15초 짧은 영상 촬영이 가능한데 사실 길게 찍는 용도라기보다는 '장면 기록용'에 가깝다. 시간이 지나면 사진보다 영상에서 당시의 감정을 잘 느끼게 된다. 큐알(QR) 코드 설정을 해 인화하면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시청할 수도 있다. 영상은 서버에 업로드되며 QR 코드를 통해 2년간 다운로드할 수 있다. 동영상 프레임은 24p로 촬영된다.
필름 카메라지만 스마트폰과의 연동성도 훌륭하다. 블루투스 연결 후 앱을 통해 사진과 영상을 앱 내 갤러리에 다운로드할 수 있으며 언제든지 스마트폰을 통해 인화할 수 있다. 마이크로 SD 카드 슬롯도 지원해 저장 공간 걱정 없이 사진과 영상을 마음껏 담을 수 있다.
물론 아쉬운 점도 없지 않다. 배터리 지속 시간이 넉넉하지 않아 하루 종일 적극적으로 쓰다 보면 보조 배터리가 필요할 수 있다. 시대별 효과를 전환할 때마다 수 초의 로딩이 걸리는 점도 템포가 빠른 여행 촬영에서는 다소 답답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사진을 뽑아 물끄러미 보고 있다 보면 이 정도는 감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별한 여정에서 많은 말은 필요 없었다. 미니 에보 시네마는 캘리포니아 풍광을 바라보며 느낀 순간을 한 장의 필름 사진으로 내 손에 남겼다. 한국에 돌아와 사진을 다시 꺼내보며 같은 생각이 들었다. 가져가길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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