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샘추위가 물러가고 벚꽃 소식이 들려오는 3월 말이면, 증권가에는 늘 비슷한 긴장감이 감돕니다. 1분기 실적 시즌을 앞둔 경계심과 분기 말 수급 재조정이 겹치면서 시장이 유난히 흔들리는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투자자 입장에서 4월은 마냥 반갑지만은 않습니다. 실적 발표를 앞두고 "혹시 기대보다 못 나오는 것 아닐까" 하는 불안이 커지고, 3월 말에는 기관투자가들의 포트폴리오 조정까지 더해지면서 변동성이 확대되기 쉽습니다.
그런데 과거 데이터를 길게 놓고 보면 4월은 꼭 '불안의 달'로만 끝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일부 종목과 업종에서는 3월 말 흔들림 이후 4월 초·중순에 주가가 되돌림을 보이는 패턴이 반복돼 왔습니다. 시장이 가장 불안해 보이는 시점이, 역설적으로는 수급이 다시 제자리를 찾아가는 출발점이 되기도 한다는 뜻입니다.
'계절성 데이터'란 무엇인가요
주식시장에도 계절이 있습니다. 계절성 데이터는 특정 종목이나 지수가 과거 여러 해 동안 특정 달에 어떤 흐름을 보였는지를 정리한 통계입니다.물론 계절성은 어디까지나 '확률'이지 '법칙'은 아닙니다. 하지만 반복되는 패턴을 이해하면 시장이 왜 이 시기에 흔들리고 왜 어떤 종목은 유독 먼저 회복하는지 한층 입체적으로 볼 수 있습니다.
숫자가 말하는 4월…왜 이 시기에 되돌림이 나타날까
실제로 4월에 상대적으로 강한 흐름을 보여온 종목도 있습니다.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DL이앤씨는 상장 이후 최근 5년 중 4번 4월에 상승 마감했고 BNK금융지주 역시 최근 15년 중 10번 4월에 상승 마감했습니다.
배경으로는 흔히 분기 말 수급 재조정이 꼽힙니다. 기관투자가들은 3월 말 1분기 성적표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보유 종목을 조정합니다. 수익이 난 종목은 일부 차익 실현에 나서고 손실이 큰 종목은 비중을 줄이거나 정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과정은 펀더멘털 변화와 무관하게 주가를 일시적으로 눌러놓기도 합니다. 다시 말해 3월 말 주가 움직임에는 기업 실적이나 산업 전망보다 '분기 마감용 수급'이 더 크게 작용하는 순간이 생깁니다. 그리고 4월이 시작되면 그 인위적인 매도 압력이 약해지면서 눌렸던 종목들 중 일부가 되돌림을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격보다 중요한 건 '돈이 실린 가격'…VWAP이 보여주는 것
여기서 함께 볼 만한 지표가 VWAP(거래량 가중 평균 가격)입니다. 단순 평균 주가가 아니라, 어느 가격대에서 얼마나 많은 거래가 이뤄졌는지를 반영한 가격입니다. 쉽게 말해 시장 참여자들의 평균 매입단가에 가까운 지표입니다.이 지표가 유용한 이유는 단순히 주가가 올랐는지 내렸는지를 넘어 "지금 가격이 시장 전체의 평균 원가보다 위에 있는지, 아래에 있는지"를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3월처럼 변동성이 큰 구간에서는 주가가 실제 수급이 형성된 가격보다 과도하게 밀렸는지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실제 최근 대표 대형주의 흐름을 보면 이 차이가 좀 더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삼성전자는 3월 25일 기준 종가가 18만9000원, VWAP은 19만3239원이었습니다. 3월 초 급락장을 거치면서 시장 참여자들의 평균 매입단가가 다시 빠르게 올라갔지만 종가는 아직 그 평균 원가를 완전히 회복하지 못했습니다. 급락장에서 형성된 매물 부담이 남아 있다는 뜻이지만 반대로 보면 되돌림 여지가 남아 있다는 해석도 가능합니다.
SK하이닉스는 조금 더 극적입니다. 같은 날 종가는 99만5000원, VWAP은 101만6255원으로 집계됐습니다. 3월 초 80만원대까지 밀렸던 구간을 지나면서 VWAP이 다시 100만원선 위로 올라왔다는 것은 단순 반등을 넘어 대규모 거래가 실린 가격대 자체가 다시 위로 이동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반면 현대차처럼 종가가 여전히 VWAP 아래에 머무는 종목은 회복 속도가 상대적으로 더딜 수 있습니다. 같은 4월 계절성 구간이라도 실제 반등 강도는 종목별로 다를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결국 4월은 '예언'의 달이 아니라 '확률'을 읽는 달
이쯤 되면 "그럼 4월엔 무조건 사야 하나요?"라는 질문이 나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시장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계절성도, VWAP도 모두 확률을 높여주는 참고 도구일 뿐 방향을 단정해주는 만능 신호는 아닙니다.다만 분명한 것은 있습니다. 3월 말은 시장의 본질보다 수급 왜곡이 더 크게 작동하는 시기고 4월은 그 왜곡이 조금씩 걷히면서 가격이 다시 제자리를 찾아가는 구간이라는 점입니다.
그렇다면 투자자 입장에서는 과거 4월에 상대적으로 강했던 종목들 중 현재 주가가 VWAP 아래에서 움직이고 있는지 그리고 그 괴리가 점차 줄어드는지를 함께 보는 편이 훨씬 실전적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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