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에 대해 48시간 내 조치를 요구하는 최후통첩을 내놓은 뒤, 곧바로 “매우 생산적인 대화”, “15개 합의 지점” "매우 큰 선물"등을 언급하며 발전소 공격을 닷새 유예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란은 이를 부인했다. 같은 사안을 두고 군사적 긴장과 외교적 완화 신호가 짧은 시간 안에 교차한 것이다.
시장의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유예 발언 직후 뉴욕증시는 반등했고, 국제유가는 급락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하루 만에 두 자릿수 하락률을 기록하며 배럴당 80달러대 후반으로 내려왔고, 브렌트유도 100달러 아래로 밀렸다. 그러나 이튿날 이란의 부인과 중동 정세 불확실성이 부각되자 유가는 다시 반등했고, 증시도 상승분 일부를 반납했다. 하루 사이 낙관과 경계가 교차한 것이다. 주식시장 역시 널뛰기를 반복했다.
이 과정에서 드러난 특징은 분명하다. 시장은 전장의 실제 진척보다 정치적 메시지의 방향 변화를 먼저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월가에서 회자되는 ‘TACO(Trump Always Chickens Out)’라는 표현도 같은 맥락이다. 위협 수위를 높였다가 시장 충격이 커지면 유예나 협상으로 선회하는 패턴이 반복된다는 인식이다. 실제로 이번 유예 발언 직후 단시간에 대규모 시가총액이 움직이며 위험자산 선호가 급격히 회복됐다. 다만 이러한 반응이 지속 가능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기대와 현실의 간극이 확인되는 순간, 가격은 다시 되돌려지기 때문이다.
이번 사안이 더 민감한 이유는 대상이 에너지 시장이라는 점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핵심 경로다. 이곳의 긴장은 단순한 가격 변동을 넘어 물가, 금리, 환율, 물류비 전반으로 확산된다. 특히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는 충격이 직접적으로 전달된다. 유가가 하루 새 10% 넘게 움직이는 상황 자체가 이미 실물경제에 부담이다.
여기다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 유예 발표 직전 대규모 원유 선물 거래가 포착됐다는 보도는, 정책 신호와 시장 거래 사이의 경계에 대한 의문을 남겼다. 위법 여부와 별개로, 최고 권력자의 발언이 초대형 가격 이벤트로 작동하는 상황에서 정보 비대칭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결국 이번 주 시장이 보여준 것은 ‘안도 랠리’라기보다 신호와 소음이 뒤섞인 상태에서의 가격 조정이다. 발언이 정책인지 협상 전략인지, 혹은 단기적 시장 안정 신호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자산 가격이 먼저 흔들리고 있다. 유가가 내려도 불확실성은 해소되지 않고, 반등해도 리스크가 새로 발생하는 구조다. 시장이 반영하는 것은 방향이 아니라 불확실성의 밀도와 속도다.
시장의 해석 방식도 변하고 있다. 반복되는 위협과 유예, 번복이 이어질수록 발언은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지기보다 ‘얼마나 실제 행동으로 이어질 것인가’라는 할인 과정을 거친다. 정책 신호의 신뢰도가 가격에 반영되기 시작한 것이다.
양치기 소년의 이야기는 단순하다. 같은 경고가 반복될수록 신뢰는 약해지고, 결국 진짜 위험이 닥쳤을 때 메시지는 힘을 잃는다. 지금 시장이 직면한 상황도 다르지 않다. 경고가 현실인지 협상 카드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상태가 이어질수록, 정작 결정적인 순간에 필요한 신호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가능성은 커진다. 그리고 그 비용은 언제나 그렇듯 시장과 실물경제가 함께 감당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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