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리스크에 안전자산 선호 확대…달러예금 다시 늘었다

  • 5대 은행 달러예금 661억달러…한 달 만에 증가세 전환

사진연합뉴스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화를 정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중동 정세 불안이 확대되면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커지자 시중은행 달러예금이 다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중동발(發) 지정학 리스크가 안전자산으로 '머니무브(자산이동)'를 촉진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달 6일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달러 예금 잔액은 661억2492만 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달 말 기준 658억4336만 달러 대비 2억8156만 달러 증가한 규모다. 달러예금 잔액은 최근 감소세를 보이다 다시 소폭 반등한 모습이다.

은행 달러예금 잔액은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정부의 환율 안정 대책과 국민연금의 해외 주식 투자 비중 축소 발표, 은행 달러예금 금리 인하 등 영향으로 지난 1월 중순 약 632억 달러 규모까지 줄어들었다.

그러나 미국과 이란 간 군사 충돌로 촉발된 중동 정세 불안이 확대되면서 안전자산인 달러로 다시 자금이 쏠리고 있는 모습이다. 달러예금은 원화를 달러로 환전해 예치했다가 만기가 되면 원화로 돌려받는 상품이다. 기본 이자뿐 아니라 환율 상승 시 환차익을 기대할 수 있어 환율 변동성이 커질 때 대표적인 달러 투자 수단으로 활용된다.

시장에서는 달러 강세 흐름이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최근 유가는 물론 환율까지 극심한 변동성 장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 유가 상승은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여 달러 강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안전자산 선호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국제 유가에 기준 역할을 하는 브렌트유와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지난 9일 약 4년 만에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다. 이날 80달러대로 떨어지며 진정세를 보였지만 호르무즈 해협 봉쇄 리스크가 여전해 가격 상방이 아직 닫히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원·달러 환율 역시 이날 1470.8원에 개장하며 일단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하지만 중동 사태가 장기화하면 1500원 선을 다시 위협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중동 사태로 인한 불확실성이 매우 크고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는 만큼 당분간 달러에 대한 수요는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지정학 리스크가 커질수록 개인과 기업의 달러 자산 선호가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경제구조상 불확실성이 커져 위험이 증가하면 달러 강세 현상이 더 크게 나타난다"며 "중동 사태로 인한 변동성 국면이 길어질 가능성이 큰 만큼 달러 수요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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