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총량규제의 역설] 한도 반토막에 금리 인상까지…대출창구 '대혼란'

  • 5대은행 가계대출 이달에만 3조원 이상 증가

  • 국민은행 대출 금리 인상…타행 확대 가능성도

  • "은행별 규제로 실수요자 피해…정책 일관성 높여야"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은행권이 주택담보대출 한도 축소에 이어 대출금리까지 올리며 가계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다. 이달 가계대출 증가액이 4조원 안팎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KB국민은행의 금리 인상 조치가 다른 은행으로 확산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은행별 대응 방식과 시행 시점이 제각각이어서 대출 창구의 혼란도 커지고 있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28일 기준 778조628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말 774조9068억원보다 3조1560억원 늘었다. 남은 영업일과 최근 증가 속도를 고려하면 이달 증가 폭은 4조원 안팎에 이를 전망이다.

가계대출 증가세가 꺾이지 않자 은행권의 대응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국민은행은 31일부터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 신용대출 금리를 0.06~0.53%포인트 인상한다. 지난 10일 주택 구입 목적 주담대 한도를 6억원에서 3억원으로 낮춘 데 이어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먼저 가계대출 금리까지 올린 것이다.

다른 시중은행들은 현재 추가 금리 인상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금융권에서는 가계대출 증가세가 이어질 경우 국민은행의 조치가 다른 은행으로 번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5대 은행의 지난 23일 기준 정책성 대출을 제외한 가계대출 잔액은 이들 은행이 금융당국에 제출한 연간 증가 목표를 약 2300억원 넘어섰다. 5곳 가운데 3곳은 이미 개별 목표치를 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은행들은 남은 총량과 대출 증가 속도에 따라 서로 다른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일부 은행은 주담대 한도와 대출모집인 접수를 제한하고, 다른 은행은 모기지보험 가입을 중단하는 방식으로 대출 증가를 억제하고 있다. 여기에 금리 인상까지 확산하면 차주가 부담해야 할 비용과 대출 조건의 차이는 더 커질 수 있다.

금융당국은 은행들이 자체적인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가계대출을 조절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총량 목표만 제시한 채 구체적인 관리 방식은 은행 자율에 맡기면서 같은 조건의 차주라도 어느 은행을 찾느냐에 따라 대출 가능 여부와 금리가 달라지는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

특히 상당수 조치가 별도의 유예기간 없이 시행되면서 대출을 준비하던 차주의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은행에서 대출이 막힌 수요가 다른 은행으로 이동하면 해당 은행도 다시 한도 축소나 접수 제한에 나서는 풍선효과가 반복될 수 있다.

시장에서는 금융당국이 총량 관리 기조를 유지하더라도 은행별 대출 여력과 관리 기준을 보다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마다 남은 총량이 달라 당장 같은 조치를 취하지는 않겠지만, 증가세가 계속되면 한도 축소나 금리 인상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며 “차주가 자금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최소한의 예고 기간과 일관된 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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