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 | 기본·원칙·상식] 전쟁의 악수, 세계 경제를 겨누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정세가 빠르게 전면전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그 파장은 단순한 군사 충돌을 넘어 이미 세계 경제의 심장부를 흔들고 있다. 핵심에는 세계 에너지 공급의 목줄이라 불리는 호르무즈 해협이 있다. 

이번 사태를 단순한 ‘지정학적 리스크 프리미엄’으로만 볼 수 없는 이유는 분명하다. 공급 차질이 이미 실시간으로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협은 공식적으로 ‘폐쇄’ 선언이 내려지지 않았더라도 보험과 운항, 안전이라는 세 축이 동시에 흔들리는 순간 사실상 기능을 멈춘다. 실제로 선박 공격과 보험료 급등으로 선사들이 운항을 기피하면서 해협 통항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그 상황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숫자가 있다. 해상 데이터 분석업체 케플러(Kpler)에 따르면 2026년 3월 1일 기준 호르무즈 해협을 동쪽으로 통과한 유조선은 단 3척에 그쳤다. 평소 하루 약 80척의 원유와 가스 운반선이 지나는 해협의 흐름과 비교하면 사실상 마비에 가까운 수준이다. 물리적 봉쇄가 아니더라도 보험 철수와 운항 중단만으로 해협은 이미 ‘사실상 폐쇄’ 상태에 들어간 셈이다.  

문제는 이 해협이 단순한 지역 해로가 아니라는 점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해상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세계 최대의 에너지 요충지다.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등 주요 산유국의 에너지가 이 좁은 해협을 통해 세계로 이동한다. 이 가운데 80% 이상이 아시아로 향한다. 

따라서 충격은 무엇보다 아시아 경제에 직접적으로 전달된다. 중국과 인도, 일본, 한국은 모두 중동산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이다. 특히 한국은 원유 수입의 약 70%를 중동에 의존한다. 해협의 긴장이 장기화될 경우 제조업 중심 경제 구조를 가진 아시아 국가들은 에너지 가격 상승과 공급 불안을 동시에 떠안게 된다. 

이미 그 조짐은 나타나고 있다. 중국에서는 석유와 가스를 기반으로 생산되는 메탄올 공급 부족 우려가 커지고 있다. 메탄올은 페인트와 플라스틱, 접착제 등 화학 산업의 핵심 원료다. 공급이 흔들리면 화학 산업뿐 아니라 제조업 전반으로 충격이 확산될 수밖에 없다. 

유럽 역시 안전지대가 아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은 에너지 공급망을 재편하면서 중동 의존도를 높여왔다. 이런 상황에서 호르무즈 해협이 흔들리면 유럽의 에너지 안정 전략도 다시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 

결국 이 충돌의 비용은 세계 경제 전체가 함께 부담하게 된다. 에너지 가격 상승은 곧바로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각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에도 영향을 미친다. 글로벌 경제가 팬데믹과 공급망 충격을 지나 겨우 회복의 문턱에 선 상황에서 또 하나의 에너지 충격이 겹친다면 경기 둔화 압력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위험을 의식한 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 해군의 유조선 호송 가능성을 언급하며 해상 수송로 보호 의지를 밝혔다. 동시에 에너지 운송 선박에 대한 정치적 위험 보험 지원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군사력과 금융 수단을 동시에 동원해 에너지 수송로를 지키겠다는 메시지다. 

그러나 문제의 본질은 군사적 대응만으로 해결되기 어렵다. 호르무즈 해협은 과거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 ‘탱커 전쟁’의 무대가 되었고, 그때마다 세계 경제는 막대한 비용을 치렀다. 지금 벌어지는 상황 역시 그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전쟁은 언제나 계산된 선택처럼 보이지만 결과는 계산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이번 충돌 역시 군사적으로는 단기간 성과를 얻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 대가가 세계 경제의 불안과 에너지 시장의 충격이라면 결국 정치적 부담은 다시 돌아온다. 

특히 미국 입장에서도 상황은 단순하지 않다. 국제 유가 상승은 미국 내 물가와 경제 상황, 정치 일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중간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에너지 가격 급등은 결코 가벼운 문제가 아니다. 

세계 경제는 이미 팬데믹과 공급망 위기, 전쟁과 에너지 충격을 거치며 상당한 상처를 입었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 에너지의 동맥을 겨누는 충돌이 장기화된다면 그 파장은 어느 한 국가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설 것이다. 

전쟁의 수는 때로 전략적 선택처럼 보이지만, 잘못 두면 가장 큰 비용을 치르는 것은 결국 모두가 된다. 지금 중동에서 벌어지는 충돌이 그런 악수가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호르무즈 해협 주변 국가 그래픽송지윤
호르무즈 해협 주변 국가 그래픽=송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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