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의 가치는 전시회나 홍보 영상이 아니라 실전에서 증명된다.
최근 중동에서 벌어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충돌 속에서 한국 방산 산업에 의미 있는 장면이 등장했다. 아랍에미리트(UAE)에 배치된 한국산 중거리 지대공 미사일 ‘천궁Ⅱ’가 이란의 미사일과 드론을 실제로 요격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해외에 수출된 한국 방공무기가 실전에 투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사건은 단순한 군사 뉴스가 아니다. 한국 방산 산업이 어느 단계까지 올라왔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에 가깝다. UAE의 방공망은 미국의 패트리엇, 이스라엘의 애로, 그리고 한국의 천궁Ⅱ로 구성돼 있다. 세계 방공체계의 대표적인 시스템들이 한 공간에서 운용되는 셈이다. 이런 환경에서 천궁Ⅱ가 실제 전장에서 이란 미사일을 요격하며 역할을 수행했다는 사실은 단순한 기술적 성공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천궁Ⅱ는 흔히 ‘한국판 패트리엇’으로 불린다. 음속의 5배 속도로 날아가 표적에 직접 충돌해 파괴하는 방식의 요격체계다. 발사대 한 기에는 최대 8발의 요격 미사일이 장착된다. 한국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중거리 방공 시스템으로, 항공기뿐 아니라 탄도미사일 요격 능력까지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방산 산업에서 기술 설명서는 절반의 이야기일 뿐이다.
진짜 경쟁력은 현장에서의 결과로 완성된다.
역사를 돌아보면 무기 시장의 판도는 늘 실전에서 바뀌었다. 미국의 패트리엇 미사일이 세계 방공체계의 표준으로 자리 잡은 것도 걸프전에서 스커드 미사일을 요격한 경험이 계기가 됐다. 이스라엘의 아이언돔 역시 가자지구 로켓 공격을 실제로 막아내며 국제적 신뢰를 얻었다.
성능을 증명한 무기는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다.
이 점에서 이번 천궁Ⅱ의 실전 투입은 한국 방산 산업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 방산은 그동안 ‘가성비’라는 평가를 많이 받아왔다. 성능은 높지만 가격 경쟁력이 특히 강하다는 이미지였다. 그러나 실전에서 성능이 입증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가격 경쟁력에 신뢰와 경험이라는 자산이 더해지기 때문이다.
이미 세계 방산 시장의 흐름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러시아 무기 체계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신뢰가 크게 흔들렸다. 서방 무기는 가격이 높고 공급 속도가 느리다는 불만이 적지 않다. 이 틈에서 한국 방산은 새로운 선택지로 떠오르고 있다.
폴란드가 한국 전차와 자주포를 대규모로 도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빠른 납기와 높은 성능, 그리고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이 결합된 결과였다.
이번 천궁Ⅱ 사례는 그 흐름이 방공 분야로까지 확장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개별 무기 하나의 성공이 아니라 산업 구조의 힘이다. 한국 방산의 경쟁력은 단일 기업의 성과라기보다 산업 생태계의 축적에서 나온다. 국방과학연구소의 기술 개발, 방산 기업의 생산 역량, 군의 운용 경험이 함께 축적되며 하나의 시스템을 형성했다. 연구개발과 실전 운용이 동시에 진화해 온 구조다.
이 점은 독일이나 이스라엘 방산 산업의 발전 과정과도 닮아 있다. 기술은 연구소에서 태어나지만, 신뢰는 전장에서 완성된다. 천궁Ⅱ의 실전 요격은 바로 그 순간일 수 있다.
이 흐름은 한국 방산의 외교적 의미도 넓히고 있다. 중동 국가들이 한국 방산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단순히 가격 때문이 아니다. 미국과 유럽 사이에서 기술과 정치적 균형을 동시에 고려할 수 있는 선택지이기 때문이다.
이런 변화 속에서 최근 한국에서는 방산 산업을 새로운 전략 산업으로 바라보는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특히 아주경제가 주최하는 ‘아주경제 방산포럼’은 이러한 흐름을 잘 반영하고 있다. 이 포럼에서는 방산 기업과 군, 연구기관, 정책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한국 방산의 미래 전략을 논의하고 있다.
방산은 단순한 무기 산업이 아니다. 기술, 외교, 산업 정책이 동시에 작동하는 복합 산업이다. 방산포럼 같은 논의의 장이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산업과 정책, 전략을 연결하는 플랫폼이기 때문이다.
세계 방산 시장은 지금 새로운 경쟁 단계에 들어서고 있다. 드론과 미사일, 인공지능 기반 전투 체계가 등장하면서 방공 체계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미사일과 드론 공격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현대전에서는 통합 방공 시스템이 국가 안보의 핵심이 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천궁Ⅱ의 실전 성과는 한국 방산이 단순한 무기 공급국을 넘어 안보 파트너로 자리 잡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중동의 하늘에서 벌어진 미사일 요격 장면은 단순한 군사 뉴스가 아니다. 그것은 한국 방산 산업이 기술 수출 국가에서 신뢰 수출 국가로 이동하고 있는 장면일지도 모른다.
전쟁은 비극이지만 산업의 현실을 가장 냉정하게 보여주는 곳이기도 하다. 그 전장에서 한국
무기가 역할을 수행했다는 사실은 하나의 질문을 던진다.
한국 방산은 이제 어디까지 갈 수 있는가.
답은 어쩌면 이미 시작됐는지도 모른다.
무기는 전시장에서 팔리지만, 전장에서 브랜드가 만들어진다.
UAE의 하늘에서 확인된 천궁Ⅱ의 성능은 K방산이 그 문턱을 넘어섰다는 신호일지 모른다. 그리고 그 신뢰의 이야기는 이제 막 시작되고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르포] 중력 6배에 짓눌려 기절 직전…전투기 조종사 비행환경 적응훈련(영상)](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4/02/29/20240229181518601151_258_16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