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상컬럼] 내수가 멈춘 자리에서 BTS가 지갑을 열고 있다

경제는 숫자로 움직이지만 소비는 감정으로 움직인다. 그래서 어떤 때는 금리 인하나 재정 정책보다 한 번의 공연이 더 강력한 경제 효과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다음 달 광화문에서 열리는 BTS 공연을 앞두고 나타난 유통가의 움직임을 보면 그 사실을 실감하게 된다.
 

공연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오자 광화문 일대 유통업계는 사실상 ‘비상 체제’에 들어갔다. 편의점부터 백화점, 면세점, 대형마트, 식품업체까지 관광객 맞이 준비에 분주하다. 광화문 인근 편의점들은 재고를 평소보다 수십 배에서 많게는 100배까지 확보했고, 갑작스러운 인파에 대비해 포스기를 추가 설치하고 외국어 결제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돗자리와 휴대전화 충전기, 핫팩 같은 야외 관람용 상품까지 대량으로 준비했다.


이런 풍경은 단순한 이벤트 대비가 아니다. 유통업계가 오랜 경험을 통해 얻은 확신 때문이다. BTS 팬이 움직이면 소비가 움직인다는 확신이다.

경북궁 관광객 사진AJP
경북궁 관광객 [사진=AJP]



K팝 팬들의 소비 패턴은 일반 관광객과 확연히 다르다. 공연 티켓 구매에서 끝나지 않는다. 굿즈와 음반, 음식과 음료, 숙박과 교통, 쇼핑까지 소비가 연쇄적으로 이어진다. 공연을 보기 위해 도시를 방문하고, 그 도시에서 머물며 다양한 상품을 소비한다. 한 번의 공연이 수십 번의 소비로 확장되는 구조다.


그래서 유통업계는 공연 일정에 맞춰 움직인다. 편의점은 바나나맛우유와 컵라면, 불닭볶음면 같은 외국인 관광객 필수 상품을 전면에 배치한다. 식품업계는 불닭 시리즈나 참치 같은 K푸드 제품의 공급을 확대한다. 면세점과 백화점은 BTS 관련 굿즈와 할인 행사를 준비하며 외국인 결제 서비스까지 강화한다.


경제학적으로 보면 이것은 문화 소비가 촉발한 도시 단위의 소비 확대다. 공연 하나가 관광, 유통, 식품, 숙박, 교통까지 연결되는 경제 생태계를 움직인다.


지금 한국 경제에서 가장 약한 고리는 내수다. 수출은 글로벌 경기와 지정학적 변수에 따라 흔들리고, 증시는 유동성과 금리 환경에 좌우된다. 금리 상승과 부동산 규제 속에서 가계 소비는 쉽게 살아나지 않는다. 정부가 재정을 투입하고 한국은행이 통화 정책을 조정해도 소비 심리가 돌아오지 않으면 내수는 움직이지 않는다.


그런데 흥미로운 장면이 나타난다. 거시경제 정책이 아니라 문화 이벤트가 소비를 움직이는 현상이다.


광화문 BTS 공연을 보기 위해 해외 팬들이 한국을 찾는다. 공연을 보고, 편의점에서 간식을 사고, 굿즈를 구매하고, 호텔에 묵고, 쇼핑을 한다. 관광객 한 사람이 도시 안에서 여러 번의 소비를 만들어낸다.


이것은 단순한 콘서트가 아니다. ‘문화 기반 관광 소비 플랫폼’이라고 부를 만한 구조다.


세계 주요 도시들은 이미 이런 구조를 오래전부터 활용해왔다. 프랑스는 루브르 박물관과 패션 산업을 결합해 관광 소비를 만들고, 미국 뉴욕은 브로드웨이 공연 산업을 통해 도시 경제를 움직인다. 문화 콘텐츠가 관광을 만들고, 관광이 유통과 서비스 산업을 활성화시키는 선순환 구조다.


한국 역시 그 길로 들어서고 있다. K팝, K푸드, K콘텐츠가 결합하면서 관광 소비의 구조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

그래픽노트북LM
[그래픽=노트북LM]


그 중심에 있는 그룹이 바로 BTS다. BTS의 공연은 단순한 음악 공연이 아니다. 세계 팬들이 같은 도시로 이동하고 같은 음악을 경험하며 같은 상품을 소비하는 글로벌 이벤트다. 팬들은 공연을 보러 오지만, 동시에 한국 문화를 경험하고 한국 상품을 소비한다. 이 과정에서 한국의 음식과 브랜드, 공간이 함께 팔린다.


그래서 이번 광화문 공연을 앞두고 유통업계가 보이는 움직임은 단순한 마케팅 전략이 아니다. 그것은 문화가 경제를 움직이는 방식에 대한 학습이다.


우리는 흔히 문화 산업을 ‘소프트 파워’라는 말로 설명한다. 그러나 실제 경제 현장에서 보면 더 정확한 표현은 이것이다.


소프트 파워는 결국 소비 파워다.

세계 사람들이 한국을 좋아하게 만들면 결국 한국에서 돈을 쓰게 된다.

문화 콘텐츠는 공장처럼 눈에 보이는 생산 설비를 갖추지 않는다. 그러나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 소비를 만들어낸다.


광화문 공연을 앞두고 유통업계가 보이는 분주한 움직임은 바로 그 사실을 보여준다.

수출이 흔들리고 증시가 방향을 잃을 때, 한 도시의 광장에서 울려 퍼지는 음악이 내수를 움직인다.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한국 경제가 앞으로 찾아야 할 새로운 성장 방식인지도 모른다.


공장을 늘리는 것만이 산업은 아니다. 사람을 움직이는 것도 산업이다.

그리고 지금 그 일을 가장 잘하는 그룹이 있다.

바로 BTS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