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이지스운용 관련 수사 본격화…힐하우스의 경영권 인수 제대로 이뤄질까?

  • 경찰, 고소인 조사 마치고 피고소인 줄소환 검토…수사 본궤도 임박

  • 힐하우스 측은 이달 내 1조1000억원 SPA 체결 추진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이지스자산운용 본사 전경 사진이지스자산운용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이지스자산운용 본사 전경. [사진=이지스자산운용]

경찰이 국내 최대 부동산 운용사 이지스자산운용 경영권 매각과정에 대한 수사에 본격 착수했다. 인수전에서 탈락한 흥국생명이 절차상 문제를 제기하며 경찰에 고소한 지 50여일 만이다. 인수 후보인 힐하우스인베스트먼트는 이지스운용 대주주와 이달 내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을 마무리한다는 입장이지만, 경찰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거래 성사 여부가 불투명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4일 금융당국 및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수사 2계)는 흥국생명이 제기한 이지스운용 매각 관련 자본시장법 위반(사기적 부정거래) 및 입찰방해 혐의 수사를 본격화했다. 경찰은 조만간 매각 주간사 모건스탠리 관계자와 이지스운용 최대주주 손모 씨, 주주대표 김모 씨 등 피고소인들에 대한 소환 조사 일정을 확정하고 줄소환할 방침이다. 앞서 경찰은 지난 연말 고소인 조사를 완료하고 그간 확보된 입찰 관련 자료 검토를 마친 바 있다.

이번 수사의 핵심은 입찰 과정의 공정성 훼손 여부다. 고소인인 흥국생명 측은 본입찰에서 1조500억원의 최고가를 써냈음에도 불구하고 매각 측이 '프로그레시브 딜(경매 호가 입찰)'을 진행하지 않겠다는 당초 약속을 어기고 힐하우스 측에 입찰 정보를 유출해 가격을 끌어올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매각 주간사와 대주주 간의 공모가 있었는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수사가 시작되면서 이지스운용 매각 절차가 제대로 마무리될 지에 관심이 쏠린다. 현재 매각 실무 절차는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진입한 상태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힐하우스는 최근 도이치뱅크를 인수 자문사로 선정하고 이지스운용 경영권을 약 1조1000억원에 인수하는 내용의 SPA 체결을 목전에 두고 있다. 현재 재무 및 법무 실사는 거의 완료됐고 매각가 등 핵심 조건에 대한 조율도 마친 상태로 알려졌다. 

특히 도이치뱅크는 현재 글로벌 M&A 부문을 한국계 사무엘 김 총괄대표가 이끄는 등 한국 시장에서의 보폭을 넓히고 있어 이번 이지스운용 매각 역시 글로벌 IB의 화력을 집중해 '굳히기'에 들어갔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경찰 수사에 이어 다른 '암초'도 있다. 정치권에서 제기되는 '안보 논란'이다. 이지스운용은 단순히 부동산을 소유한 회사를 넘어, 하남 데이터센터와 부산항 신항 양곡부두 등 국가 전략 인프라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중국계 자본으로 분류되는 힐하우스가 이지스운용을 인수할 경우 핵심 물류 및 디지털 영토의 정보가 해외로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지난달 논평을 통해 "하남 데이터센터는 국내 중요 정보가 저장되는 디지털 영토이며 부산항 양곡부두는 식량 안보와 직결된다"며 "잠재적 적국 자본에 국가 전략 인프라가 넘어가는 것은 안보 사안"이라고 비판했다.

이 같은 여론은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인 만큼 관련 분쟁과 혐의 여부가 먼저 명확히 정리돼야 하며 분쟁이 해결되지 않을 경우 대주주 변경 신청 승인도 어렵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금융당국 내부에서는 이지스가 보유한 항만 등 국가 전략 인프라 자산이 중국계 자본 영향권에 들어가는 것에 대해서도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이지스운용은 이러한 정치권의 논평이 기초적인 사실관계조차 파악하지 못한 '아니면 말고' 식의 공세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이지스운용 관계자는 "논평에서 안보 핵심 자산으로 꼽은 하남 데이터센터는 이미 2024년 맥쿼리인프라가 인수한 자산"이라며 "현재 이지스운용이 소유하거나 통제하는 자산이 아닌 만큼, 이를 전제로 한 안보 우려 제기는 사실관계와 맞지 않다"고 짚었다.

이지스운용 측은 경찰 수사와 관련해서는 회사와는 무관한 사안이라며 거리를 두고 있다. 이지스운용 관계자는 "고발 대상에 회사가 없다 보니 고소인 조사와 관련해 직접적으로 전해 듣는 정보는 없다"면서도 "결론이 빨리 나면 좋을 것 같다"고 밝혔다.

안보 논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데이터를 제시하며 정면 반박에 나섰다. 이지스운용 측은 힐하우스 창업자인 장 레이 회장이 10여년 전 중국 국적을 포기한 싱가포르 시민권자라는 점을 강조했다. 또 힐하우스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등록된 법인으로서 미국법의 엄격한 통제를 받고 있으며 펀드 자금의 90% 이상이 미주·중동 연기금으로 구성돼 중국 정부의 영향력 아래 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운용사 속성상 정보 유출 등이 아예 불가능한 컴플라이언스 체계로 운영되고 있다"며 "기관 투자자(LP)들의 이탈 우려 또한 사실과 다르다"고 덧붙였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