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자민당 압승에 금융시장서 '사나에노믹스' 기대와 우려 교차

  • 자민당 316석 압승에 도쿄 증시 사상 최고치… AI·방산 등 수혜주 급등

  • 감세·재정확대 정책에 채권금리 30년 만에 최고치… 당국 개입에도 엔저 지속

  • 단독 2/3 의석으로 '보통국가' 가속화… 스파이방지법·무기수출 해제 추진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사진교도로이터연합뉴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사진=교도·로이터·연합뉴스]



일본 중의원(하원) 선거에서 자민당의 압승 소식이 전해진 9일 오전 도쿄 금융시장은 다카이치 사나에 정권의 압승에 대해 '기대'와 '경계'라는 두 가지 시선이 교차했다. 다카이치 총리가 예고한 확장 재정정책으로 경기 본격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무분별한 확장 재정정책으로 인한 부채 확대 및 물가 상승이 경제난을 더할 것이라는 우려가 부각됐다.

이날 오전 일본증시의 닛케이225평균주가(닛케이지수)는 개장과 동시에 급등해 사상 최초로 5만 7000선을 돌파했고, 지난 주 대비 상승 폭은 한때 3000선을 넘어서기도 했다. 다카이치 총리가 내건 과감한 '성장 전략'과 '적극 재정'이 일본 경제의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탈출을 앞당길 것으로 해석하며, 이를 '다카이치 트레이드'로 화답했다. 하지만 주식시장의 활황과 달리, 채권시장과 외환시장에서는 재정 건전성에 대한 경계감이 역력했다. 거대 여당의 탄생이 가져올 주요 경제·안보 정책의 변화와 그에 따른 시장 파급 효과를 짚어본다.

◇ [성장 정책] AI·반도체 등 '17대 전략 분야' 집중 투자 → 주가 6만선 '시야'

주가 급등의 일등 공신은 다카이치 총리가 공약한 '위기관리 투자'와 '성장 투자'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다카이치 정권은 AI(인공지능)·반도체·바이오·우주·조선 등 17개 분야를 국가 전략 산업으로 지정하고 대규모 예산을 투입할 계획이다.

선거 승리로 2026년도 예산안 통과가 확실시되면서, 시장에서는 관련 기업들의 실적 개선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날 도쿄 증시에서도 반도체 장비와 전자, 방위산업 관련주가 상승장을 주도했다. 닛케이는 "다카이치 총리가 내건 '강한 경제'와 관(官) 주도 성장 전략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해외 투자자들의 매수세를 불렀다"며 "시장에서는 닛케이 지수 '6만선 돌파'도 시야에 넣고 있다"고 전했다.

◇ [재정·세제 정책] '5조 엔' 감세 공약의 역설 → '일본판 트러스 쇼크' 경고등

반면 재정 정책 측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①식료품 소비세 2년 한시 제로화 ②소득세 비과세 한도(연봉의 벽) 상향 등 대규모 감세안을 예고했다. 닛케이는 식료품 소비세 제로화에만 연간 5조 엔(약 45조 원)이 필요하지만, 구체적인 재원 조달 방안은 여전히 불투명하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재원 없는 돈 풀기' 우려는 채권시장을 강타했다. 9일 오전 신규발행 2년물 국채 금리는 한때 1.3%까지 올라 1996년 이후 약 30년 만의 최고 수준을 기록했고, 장기금리 지표인 10년물 국채 금리도 2.28%까지 급등했다. BNP파리바증권은 "2028년 참의원 선거 일정 등을 고려할 때 한시적 감세가 사실상 영구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재정 악화 리스크를 경고했다. 특히 미 투자자문사 에버코어 ISI는 "다카이치 총리가 제동 장치 없이 적극 재정에 나설 경우, 2022년 영국 리즈 트러스 정권 당시 대규모 감세 발표로 시장이 붕괴했던 '트러스 쇼크'의 일본판이 재현될 수 있다"고 강력히 경고했다.

외환시장도 요동쳤다. 이날 오전 달러당 엔화 환율이 한때 157엔대 후반까지 치솟자(엔화 약세), 미무라 아츠시 재무관이 "높은 긴장감을 갖고 시장을 주시하겠다"며 긴급 구두 개입에 나섰다. 그러나 다카이치 정권의 재정 확대 기조가 엔저 압력을 키우고 있어, 수입 물가 상승에 따른 서민 경제의 고통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 [외교·안보 정책] 스파이방지법·방위비 증액… 트럼프와 담판 예고

외교·안보 분야에서는 '보통 국가'로의 전환이 더욱 구체화될 전망이다. 자민당이 단독으로 중의원 3분의 2 의석을 확보함에 따라, 야당의 반대와 무관하게 안보 관련 법안을 처리할 수 있는 입법 동력을 얻었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를 바탕으로 보수층의 오랜 숙원인 '스파이 방지법' 제정과 '국가정보국(일본판 CIA)' 창설을 서두를 방침이다. 아사히신문은 "총리가 국론 분열을 감수하고서라도 정보 기관 권한 강화를 밀어붙일 태세"라고 분석했다. 또한 연내 '안보 관련 3문서' 개정을 통해 방위비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2% 초과' 수준으로 증액하고, 방위장비 수출 규제(5유형)를 철폐해 살상 무기 수출의 길을 터주는 방안도 추진된다.

분수령은 오는 3월 19일로 예정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백악관 정상회담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직전 이례적인 선거 개입이라는 논란을 무릅쓰고 ‘대놓고’ 다카이치 총리 지지를 선언했다. 이에 대해 닛케이는 9일 "트럼프의 지지 이면에는 일본의 대미 투자 이행 지연에 대한 불만이 깔려 있다"고 보도했다.

닛케이는 딜 메이커(협상가)인 트럼프의 이례적 지지는 "결코 공짜가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다카이치 정권의 압승을 통해 지지부진한 86조 원 규모의 대미 투자를 확실히 받아내겠다는 철저한 '거래(Deal)'의 성격이 짙다는 해석이다. 

이번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에 대한 대가로 '투자 조기 이행'과 '방위비 증액'이라는 고액의 청구서를 내밀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압도적 의석을 등에 업은 일본의 안보 지형 변화에 대한 정교한 분석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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