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보다 본질"...경남 교원 56%, AI 교육 도입에 '신중론' 우세

  • 경남교육정책연구소 'AI 교육 인식 조사' 결과 발표

  • 순위 핵심 가치는 '학습자 주체성'

경남교육청 청사 전경사진경남교육청
경남교육청 청사 전경[사진=경남교육청]


인공지능 기술이 교육 현장의 새로운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경남 지역 교원들은 AI 교육 도입에 있어 ‘속도’보다는 교육의 ‘본질’을 먼저 고민해야 한다는 신중한 입장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술이 사회를 일방적으로 이끄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 기술이 상호작용해야 한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경상남도교육청 미래교육원 교육정책연구소는 지난 20일 열린 ‘2026 제1차 경남교육정책 포럼’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AI 교육 도입에 대한 교육공동체 인식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경남 도내 유·초·중·고 교원 146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AI 교육 도입 입장과 기술을 바라보는 관점, 핵심 가치 등을 다각도로 분석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AI 교육 도입에 대해 현장 교원들은 ‘적극적 수용’보다 ‘신중함’을 택했다.

전체 응답자의 56.32%(824명)는 “AI 교육 도입에 앞서 교육의 본질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반면 “시대적 변화에 따라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한다”는 응답은 43.68%(639명)에 그쳤다.

이는 교육 현장이 새로운 기술 도입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방법)’에 앞서 ‘왜 가르치는가(목적)’에 대한 철학적 성찰이 선행되어야 함을 시사한다. 단순한 기술 활용을 넘어 교육적 가치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다는 현장의 목소리로 풀이된다.

AI 기술과 사회의 관계를 바라보는 관점에서도 교원들은 균형 잡힌 시각을 보였다. 응답자의 67.7%(991명)가 기술이 사회를 변화시키고, 사회가 다시 기술을 구성한다는 ‘상호작용론’을 지지했다.

기술이 사회 변화를 주도한다는 ‘기술결정론’(16.3%)이나 사회적 선택이 기술을 만든다는 ‘사회결정론’(15.9%)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다.

이러한 결과는 교원들이 AI를 통제 불가능한 거대한 흐름으로만 보지 않고, 교육적 윤리 기준과 사용 방식에 따라 기술 발전을 조절하고 교육적으로 재구성할 수 있다고 믿고 있음을 보여준다. 즉, 교육 주체가 AI 도입의 주도권을 가질 수 있다는 효능감이 반영된 결과다.

교원들이 꼽은 AI 교육의 최우선 가치는 단연 ‘학습자 주체성 및 자율성’(48.5%)이었다. AI가 정답을 제시하는 도구가 아니라, 학생이 주체적으로 판단하고 결정하는 능력을 기르는 수단이 되어야 한다는 인식이 투영된 것이다.

이어 ‘지속 가능한 미래’가 27.4%로 2위를 차지했으며, 창의성 및 문제해결력(27.0%), 관계/정서(20.5%), 공정성과 포용성(8.0%)이 뒤를 이었다. 특히 ‘지속 가능한 미래’에 대한 요구가 높은 것은 최근 기후 위기 등 전 지구적 문제에 대한 교원들의 위기의식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되며, 향후 AI 교육 정책 설계 시 이러한 가치들이 융합될 필요성을 제기한다.

이번 분석 결과는 베르나르 스티글레르(Bernard Stiegler)가 디지털 기술을 ‘파르마콘(Pharmakon, 약이자 독)’에 비유한 것과 맥을 같이 한다. AI는 학습에 유용한 도구(약)가 될 수 있지만, 잘못 사용되면 독이 될 수도 있다는 경각심이 현장에 깔려 있다.

황금주 교육정책연구소장은 “이번 포럼과 조사 결과는 정부의 ‘AI 디지털 시대 미래인재 양성’ 과제가 기술 중심 담론을 넘어, 인간 중심의 교육 철학으로 전환되어야 함을 명확히 보여준다”며 “경남 교원들이 ‘학습자 주체성’을 가장 높게 요구한 점은 AI 교육 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결국 ‘사람’에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경남교육청은 이번 인식 조사 결과를 토대로, 향후 AI 교육 정책 수립 시 기술 활용법 전수보다는 교육적 가치와 윤리적 성찰을 포함한 포괄적인 교육 과정을 설계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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