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오년 경제계 설문] 노동개혁 속도전 안돼...규모·업종별 '이로동귀' 해법 찾아야

  • "기업 87%, 노봉법 부작용 우려… 시행 늦추고 기준 마련해야"

  • "중소기업 더 큰 피해… 정년연장, 다른 실질적 방안이 우선시 돼야"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9월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양대노총 위원장과의 오찬 간담회에 참석해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왼쪽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과 기념촬영을 한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9월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양대노총 위원장과 오찬 간담회를 하면서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왼쪽),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추진 중인 노동 개혁안이 기업 규모와 업종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일괄 적용됐을 때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1일 아주경제신문이 병오년 새해를 맞아 경제단체·기업·학계를 상대로 실시한 설문에 따르면 응답자 대부분은 급격한 노동 개혁이 경영 환경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오는 3월 10일 시행을 앞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과 입법 추진 중인 '65세 정년 연장' 방안은 기업 규모별·업종별 현실을 외면하고 일괄 적용할 사안이 아니라는 공감대가 있었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고용·노사 분야 제도 변화에 대한 준비는 기업 규모(대·중소기업)나 업종에 따라 천차만별이며 제도 변화의 속도는 취약 분야(중소기업, 노동집약형 산업)에 맞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제인총연합회(경총)는 "100개 주요 기업 이슈 진단 결과 노란봉투법에 대해 응답 기업 87.0%는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봤다"며 신중한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보였다.

중소기업중앙회도 "노란봉투법은 하청 노조가 원청을 상대로 파업하거나 대기업에서 파업이 빈번해져 납품을 못하면 하청 중소기업은 도산할 수도 있는 문제인데 대안을 마련하기보다 법부터 통과시켰다"며 "현장에서 제도를 준수하고 노사가 윈윈하는 지속 가능한 노동시장을 위해서는 속도 조절과 기업 의견을 반영한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업들도 현장 목소리를 반영해 속도 조절에 나서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한 대기업 노무담당 임원은 "기업들도 제도 변화의 필요성과 방향성은 인식하고 있으나 속도와 범위 측면에서 부담을 느끼는 게 사실"이라며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제도의 일률적인 적용보다는 업종·규모 특성을 고려한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65세 정년 연장 방안에 대해서도 우려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중기중앙회는 "지난해 11월 조사에서 고령 인력 문제도 중소기업 86%가 재고용이 현실적이라고 답했다"며 "근로자 소득 공백 해소에만 초점을 두고 기업에 법정 정년 연장을 강요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경총도 "과거 정년 60세 의무화 부작용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고령자 고용 정책이 정년 연장이라는 하나의 방안에만 머무르지 않고 임금체계 개편을 동반한 퇴직 후 재고용, 전직 지원, 직무 재설계 등 실질적 방안이 우선돼야 한다"고 짚었다.

원만한 노사 문화, 합리적 고용 질서 확립이 결국 국가 경쟁력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신중하고 세밀한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왔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힌 사안인 만큼 충분한 논의와 단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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