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쿠르 우승이 끝? 예술가, 자기만의 정체성 지켜야"

  • 비욘드 더 스테이지 2025: 차세대 아티스트 국제 커리어 포럼

  • "유명 연주가처럼? 성공의 길 아닐 것"

  • "자기만의 길 구축해야…주관적 표현 중요"



기조연설 - 피터 폴 카인라드 WFIMC 회장2
피터 폴 카인라드 WFIMC 회장이 지난 5일 서울 예술가의집에서 열린 ‘비욘드 더 스테이지 2025: 차세대 아티스트 국제 커리어 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아르코] 

“지금 사회 전반의 변화 속도는 그 어느 때보다 빨라요. 누군가를 단순히 본보기로 삼아서 따라가는 방식은 의미가 없을지도 모르죠.”
 
피터 폴 카인라드 국제콩쿠르세계연맹(이하 WFIMC) 회장은 5일 서울 예술가의집에서 열린 ‘비욘드 더 스테이지 2025: 차세대 아티스트 국제 커리어 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이처럼 말하며 “예측 가능하고 이미 검증된 방식은 유연함과 예측 불가능에 자리를 내주고 있다”고 밝혔다.
 
카인라드 회장이 이끄는 WFIMC는 쇼팽, 퀸 엘리자베스, 클라이번 등 전 세계 130여 개 국제음악콩쿠르가 소속된 세계 최대 규모 음악 경영 네트워크다. 카인라드 회장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WFIMC가 지난 5, 6일 양일간 대학로 일원에서 개최한 ‘비욘드 더 스테이지 2025: 차세대 아티스트를 위한 국제 커리어 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
 
카인라드 회장은 “젊은 연주자가 콩쿠르에서 우승한 후 이고르 레비트를 그대로 따라 한다면, 그 길은 성공의 길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며 예술가가 자신만의 정체성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고르 레비트는 독일의 행동파 피아니스트로, 사회 문제에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대표적인 예술가다.
 
카인라드 회장은 콩쿠르 이후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진정한 예술가는 자기가 믿는 정체성을 지켜낼 용기가 필요하다. 이 정체성만이 소셜미디어의 찰나적 관심보다 오래간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고르 레비트, 비킹구르 올라프손 등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들을 언급하면서 “그들은 철저히 자기만의 방식으로 (커리어를) 구축했다. 이 두 사람은 복제될 수 없는 아티스트이고 계속해서 자신을 새롭게 재정의했다”고 평했다. 이어 “끊임없이 복제되는 이 시대에 주관적으로 예술적 표현을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해졌다”고 부연했다.

이날 프로그램에 참여한 발표자들 역시 카인라드 회장과 비슷한 견해를 나타냈다.
 
박선희 GS 문화재단 대표2
박선희 GS 문화재단 대표는 지난 5일 서울 예술가의집에서 열린 ‘비욘드 더 스테이지 2025: 차세대 아티스트 국제 커리어 포럼’에서 '콩쿠르와 새로운 질문: '어디로 갈 것인가'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사진=아르코] 

박선희 GS 문화재단 대표는 “(젊은 아티스트들은) 콩쿠르의 역사와 심사위원을 분석한 후 우승의 정형화된 틀에 자신을 억지로 끼어맞추려고 한다"며 "많은 젊은 연주자들이 훌륭한 연주자가 됐지만, 그들만의 아티스트 비전을 상실하고 말았다”고 비판했다.
 
박 대표는 “잘하는 것만으로는 대중과 업계를 만족 시킬 수 없다. 시장은 우리에게 나만의 메시지를 요구한다”며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고 짚었다. 그는 “아티스트는 테크닉을 연마하는 것을 넘어서 내 연주가 지금 시대에 왜 필요하고, 청중에 어떤 감동을 줄 수 있는지를 스스로 물어야 한다"고 부연했다. 
 
디디에 슈노르크 제네바 콩쿠르 사무총장은
디디에 슈노르크 제네바 콩쿠르 사무총장이 지난 5일 서울 예술가의집에서 열린 ‘비욘드 더 스테이지 2025: 차세대 아티스트 국제 커리어 포럼’에서 '제네바 콩쿠르: 혁신과 멘토십이 이끄는 클래식 음악의 미래'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사진=아르코] 

주요 콩쿠르도 변화에 발맞추고 있다. 제네바 콩쿠르는 미래 비전, 개발 잠재력 등을 심사 과정에 포함시켰다. 아울러 콩쿠르 수상자들이 진정한 아티스트로 거듭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디디에 슈노르크 제네바 콩쿠르 사무총장은 “우리는 콩쿠르의 수상자들을 대상으로 2~3년간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며 "믿을 수 있는 에이전시에 연주자를 인계하는 게 우리의 최종 목표다”라고 설명했다.

정병국 아르코 위원장은 "지난 6월 하얼빈에서 열린 국제 콩쿠르 연맹 총회의 뒤풀이 자리에서 한국의 상황을 설명하고, 부족한 부분에 대한 조언을 구했다"며 "WFIMC에서 흔쾌히 포럼을 같이 해보자며 제안해와, 올해가 넘기기 전에 첫 삽을 뜨자는 생각으로 이번 포럼을 준비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행사를 일회성으로 끝내지 않고, 정기적으로 이어가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정병국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 사진아르코
정병국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 [사진=아르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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