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0월까지 우리나라 누적 수출은 반도체와 선박 호조세에 힘입어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경기 침체와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 악재 속에서도 한·미 관세 협상 타결로 역대 최고 실적 경신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다만 미국발 보호무역 강화와 다자주의 약화, 한·미 협상 세부 조율 미비 등 불확실성이 여전히 남아 있어 정부의 신중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올해 10월까지 누적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5662억 달러)보다 2.3% 증가한 5792억7400만 달러를 기록했다. 반도체와 선박의 호조에 힘입어 미국 관세 인상과 추석 연휴로 인한 조업일 감소에도 성과를 거둔 것이다.
경기 침체 장기화와 비상계엄 사태 등 정치적 불확실성 속에서도, 역대 최고 기록이던 지난해의 6836억 달러를 넘어서는 것이 가능할 전망이다. 남은 두 달간 매월 521억 달러 이상의 수출 실적을 올리면 된다. 올해 1~10월 가운데 1월(492억 달러)을 제외하고는 모두 이 수준을 넘긴 만큼, 지난해 실적 경신 가능성이 유력하다.
지난달 29일 한·미 관세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되면서 수출 부진 우려는 점차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합의에 따라 자동차 및 부품 품목의 관세율은 15%로 인하되고, 상호관세는 기존 합의대로 15% 수준을 유지한다. 의약품과 목재는 최혜국 대우를 받으며, 반도체는 대만 대비 불리하지 않은 수준의 관세가 적용된다. 정부는 인하된 관세를 적용하기 위해 관련 법안을 11월 중 국회에 제출해, 관세 인하 효력이 11월 1일자로 소급 적용되도록 추진할 계획이다.
그러나 낙관만 하기는 어렵다. 지난 1일 채택된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의 최종 결과물인 ‘경주선언’에서 다자무역을 상징하는 세계무역기구(WTO) 관련 문구가 빠지면서, 미국 주도의 자국 우선주의 무역 질서가 지속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통상 장벽 강화 속에 중간재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는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여기에 한·미 협상 세부 내용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점도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정부는 현재 협상 결과를 문서로 구체화하는 ‘팩트시트’ 작업을 진행 중이지만, 3500억 달러 규모로 조성될 대미 투자펀드의 이익 배분 문제와 투자위원회·협의위원회 설치 조항 등 세부 사항은 여전히 미정이다.
공개된 합의안에 따르면 현 단계에서는 대미 투자펀드의 수익을 원리금 회수 전까지 5대 5로 나누고, 20년 내 원금이 회수되지 않을 경우 비율 조정이 가능하다는 내용만 명시돼 있다. 투자 프로젝트 선정 방식이나 손실 발생 시 책임 범위 등 구체적 조항은 포함되지 않아, 향후 해석 논란의 여지가 남아 있다.
허정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향후 한·미 양국 간 수익성 계산 방식과 상환 구조는 물론, 어떤 산업에 어느 정도 배분될지가 공개되지 않았다”며 “합리성이 보장된다지만 수익성과 원리금이 확실히 담보되는 투자는 거의 없다는 점에서 향후 마찰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르포] 중력 6배에 짓눌려 기절 직전…전투기 조종사 비행환경 적응훈련(영상)](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4/02/29/20240229181518601151_258_16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