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무역 분쟁 중인 중국이 강경 기조를 유지하는 배경에는 시진핑 국가주석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결국 먼저 양보할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4일(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이 미국의 ‘아킬레스건’이 주식시장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집착이라 판단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대미 강경 대응을 이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시진핑 주석은 미국 경제가 중국과의 장기적인 무역갈등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이들은 또 무역전쟁이 격화될 경우 주식시장 급락이 트럼프 대통령을 압박할 것이라며, 시장 충격에 대한 두려움이 결국 그를 협상 테이블로 이끌 것이라는 게 중국의 판단이라고 전했다.
중국 당국은 미국이 또 한 번의 대규모 무역전쟁을 감당할 여력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고용 둔화, 제조업 경기 위축, 물가 상승 등으로 미국 경제의 체력이 이미 약화된 상태라는 분석이다.
또한 소식통들은 지난 5월 미·중이 무역 합의 과정이 중국의 자신감을 더욱 키웠다고 전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산 수입품에 100%가 넘는 고율 관세를 부과했지만, 중국이 보복 관세와 희토류 수출 통제 조치로 맞대응하자 주식시장이 크게 요동쳤다. 이에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를 대폭 철회·유예했다.
미국외교협회(CFR) 소속 러시 도시 전 백악관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희토류 자석 문제에서 물러난 것처럼 결국 굴복할 것이라는 중국의 믿음이 이번 대규모 강경 대응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현재 중국은 이달 말 한국에서 열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 미·중 정상회담을 조율 중이다. 이와 동시에 미국산 대두 수입 중단, 희토류 수출 통제 강화, 한화오션 미국 자회사 제재 등을 단행하며 전방위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의 정상회담이 성사돼도 무역 갈등이 근본적으로 해소되긴 어렵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미국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의 라이언 해스는 "이번 회담 자체가 메시지가 될 것이다. 큰 돌파구는 없을 것"이라며 "시 주석은 안정감을, 트럼프는 희토류 공급에 대한 보장을 노릴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양국이 관세 추가 인상을 제한하는 형태의 '휴전 연장'을 발표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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