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일 외신 등에 다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중국 동영상 플랫폼 틱톡과 관련한 행정명령에 서명한 후 "일본에서는 5500억 달러, 한국에서는 3500억 달러를 받는다. 이것은 선불"이라고 밝혔다.
앞서 한미 양국은 지난 7월 말 무역협상을 통해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상호관세와 자동차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기로 합의했다. 이를 위해서는 한국이 미국에 3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에 나서기로 했다.
하지만 대미 투자 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두고 이견을 좀처럼 좁히지 못하는 모양새다. 한국은 지분 투자를 최소화하고 직접 현금 이동이 없는 보증과 대출 등의 방식을 선호한다. 반면 미국은 일본과 합의한 것처럼 전액 현금 투자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한미 무제한 통화 스와프를 통한 외환 시장 안전판 확보도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한국의 현 외화보유액은 4163억 달러 수준으로 대규모 투자 자금을 미국에 단기간으로 보낼 경우 원·달러 환율이 급등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미국 측에서는 이에 대해 난색을 표하고 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웃돌고 있는 것도 미국과의 관세 협상 후속조치에 따라 시장이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22일 공개된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통화 스와프 없이 미국 요구 방식으로 3500억 달러를 인출해 전액 현금으로 투자하면 1997년 금융위기와 같은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이러한 불안감을 방증한다.
협상의 실무를 책임지는 통상 당국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한-아세안 경제장관회의 등 참석차 말레시이아 쿠알라룸푸르를 찾아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면담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한미 관세 협상의 후속 협의에 대한 양측의 의견만 교환한 채 뚜렷한 합의에 나서지는 못했다.
그러는 사이 주요 국가들은 점차 합의를 구체화해 마무리 수순에 접어드는 모양새다. 앞서 일본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율을 15%로 낮춘 미국은 유럽산 자동차와 차 부품에 대한 관세를 15%로 낮추겠다고 밝혔다.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가격 경쟁력이 더욱 낮아지는 가운데 의약품에 대해 최대 100%가 넘는 품목 관세 부과를 예고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하는 APEC 정상회담에서 경제와 안보 등을 총망라한 빅딜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이 대통령 수행차 방미 중인 조현 외교부 장관이 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부 장관과 면담에서 '상업용 핵연료 재처리' 등을 언급한 것도 이러한 주장에 힘을 싣는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도 지난 23일(현지시각) 브리핑에서 한미 관세협상과 관련해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미 정상회담이 예상되고 그 계기에 맞춰 여러 협상을 진정시킬 일이 따라온다"며 "그 속에 관세 협상이 포함돼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개인적으로 접점을 찾아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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