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상무부, HJ중공업 방문...한미 조선 협력 본격화

마스가 프로젝트 현실화 주목...영도조선소 MRO·상선 건조 동시 부각

HJ중공업을 방문한 알렉스 크루츠(Alex Krutz) 미 상무부 부차관보(왼쪽), HJ중공업 유상철 대표(오른쪽)[사진=HJ중공업]

미국 상무부가 부산 영도에 있는 HJ중공업 조선소를 직접 찾아 함정 정비와 상선 건조 협력 가능성을 함께 점검하면서 한미 조선 협력 구도가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 정부가 추진 중인 함정 MRO 사업에 더해, 한국 조선소를 활용한 상선 건조까지 한꺼번에 논의 테이블에 올리며 이른바 마스가(MASGA) 프로젝트에 속도가 붙는 분위기다.

이번 방문은 미국 상무부 국제무역청(ITA)에서 제조업을 담당하는 알렉스 크루츠 부차관보가 이끌었다.

크루츠 부차관보는 항공우주와 방위산업 제조, 공급망 자문 분야에서 20년 이상 활동한 전문가로, 지난 11일 주부산미영사관 듀이 무어 수석영사, 마이클 킴 상무위원 등과 함께 HJ중공업 영도조선소를 찾았다. 조선소 현장에서는 유상철 HJ중공업 대표를 비롯한 경영진이 직접 이들을 맞았다.

대표단은 영도조선소 도크와 주요 생산설비를 둘러본 뒤 HJ중공업이 보유한 함정과 특수선, 상선 건조 능력, 그리고 미 해군 함정 정비를 염두에 둔 MRO 사업 준비 상황을 집중적으로 점검한 것으로 전해졌다.

방문 이후 크루츠 부차관보는 자신의 SNS에 “3일간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HJ중공업 등 한국의 놀라운 조선소와 공장을 방문했다”며 “파트너, 동맹국들과 대규모 상선 건조 협력을 논의했다”고 적어 한국 조선업에 대한 인상을 직접 공유했다.

조선업계에서는 이번 방문을 한미 간 조선 협력 구도가 구체적인 사업 단계로 옮겨가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이미 양국 정부는 지난 13일 공동설명서(Joint Fact Sheet)를 통해 핵추진 공격잠수함 건조 승인과 함께 조선 분야 실무협의체를 가동하고, 함정 MRO와 인력 양성, 조선소 현대화, 공급망 강화 등 세부 협업 방안을 공식 문서에 담았다.

미 정부는 여기에 더해 한국 내 조선소를 활용한 미국 상선과 전투함 건조 확대 구상도 꺼내 들었다. 선박 MRO 위탁, 미국 조선소 인수·개조, 군함 공동 생산, 공동 건조 및 함정 구매 등이 복수의 방식으로 거론된다.

HJ중공업은 이 같은 흐름에 발맞춰 영도조선소를 한미 마스가 프로젝트의 실질적 거점으로 육성하기 위해 움직임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닐 코프로스키 주한미해군사령관이 영도조선소를 방문해 시설과 정비 능력을 직접 확인했고, 7월에는 지역 조선 전문기업 10곳과 함께 ‘MRO 클러스터 협의체’를 구성해 동반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9월에는 미 해군 해상체계사령부(NAVSEA) 실사단이 함정정비협약(MSRA) 체결을 앞두고 영도조선소 현장을 면밀히 살피며 실사에 나섰다.

영도조선소는 한국 조선업 태동지라는 상징성을 가진 동시에, 특수선과 함정, 상선을 모두 건조해온 이력을 바탕으로 MRO 사업과 친환경 상선 시장까지 동시에 겨냥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사업장으로 꼽힌다.

미 상무부와 미 해군, 주한미군 관계자들이 잇따라 이곳을 찾는 이유도 조선소의 설비 수준과 기술력, 지리적 이점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HJ중공업 관계자는 “미 해군 관계자, 실사단, 상무부 실무진 등 미 정부 주요 인사들이 잇따라 조선소를 방문해 설비와 건조능력, 기술 수준을 직접 확인했다”며 “친환경 상선과 함정 건조 경험, MRO 사업 준비를 토대로 한미 동맹 간 조선 협업의 핵심 과제로 떠오른 마스가 프로젝트에서 역할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미 양국의 조선 협력이 군사·안보를 넘어 상선과 공급망, 기술 협력까지 확장되는 가운데, 영도조선소에 대한 미 정부의 연이은 관심은 부산이 ‘조선 동맹’의 실질적인 생산기지이자 정비 거점으로 도약할 수 있을지 여부를 가늠하게 하는 시험대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