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공항 곳곳서 정체불명 드론 출몰…유럽, 긴장감 고조

덴마크 총리 "러시아의 소행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22일 코펜하겐 공항에서 드론 출몰 사건을 조사중인 덴마크 경찰 [사진=AFP·연합뉴스]

덴마크 전역의 주요 공항과 군 기지에서 정체불명의 드론이 잇따라 목격되면서 항공 운항이 중단되는 등 유럽 전역에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2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덴마크 국가 경찰은 북부 올보르 공항 상공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드론이 목격돼 이날 새벽 공항과 공항 영공을 폐쇄했다고 밝혔다. 

유럽 항공 교통 감시 기관인 유로 컨트롤에 따르면 올보르 공항 운영은 그리니치표준시(GMT) 기준 25일 오전 4시(한국시간 오후 1시)까지 중단됐다. 덴마크 북부에 위치한 올보르 공항은 코펜하겐 공항 다음으로 규모가 큰 곳 중 하나다.

올보르 공항 대변인도 영공에 드론이 출몰해 공항 운영이 일시 중단됐다고 확인했다. 대변인은 드론 출현 대수는 밝히지 않았지만, 스칸디나비아항공(SAS) 2편과 노르웨이항공, 네덜란드 KLM 항공 각 1편 등 총 4편이 영향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올보르 공항이 군 기지로도 활용되고 있어 덴마크군 역시 작전 운용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전했다.

경찰은 아직 올보르 공항에 출몰한 드론 조종사를 체포하지 못했으며, 올보르 외에도 에스비에르·쇠네르보르 공항과 스크뤼드스트루프 공군기지에서도 드론 출몰 신고가 접수됐다고 밝혔다. 다만 해당 공항들은 예정된 항공편이 없어 폐쇄되지는 않았다.

드론은 조명을 켠 채 비행했으며 종류가 파악되지 않아 지난 22일 코펜하겐 공항에서 목격된 드론과 동일한 기종인지 여부도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경찰은 “코펜하겐에서 목격된 드론과 유사한 패턴을 보였다”며 “공항 인근 주민이나 시설 자체에 대한 직접적인 위험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조사 시작 이후에도 드론은 계속 상공에서 관측됐으며, 이후 스스로 공항 영공을 벗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늦은 밤에는 덴마크 서부 빌룬드 공항에서도 드론이 포착돼 약 1시간 동안 공항이 폐쇄됐다가 다시 운영을 재개했다.

유럽 전역은 최근 잇따른 드론 출몰로 경계 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 9~10일 폴란드는 자국 영공을 침범한 러시아산 드론 여러 대를 격추했고, 14일에는 루마니아가 영공 침입 러시아 드론을 감시하기 위해 F-16 전투기를 긴급 출격시켰다. 19일에는 전투기를 보유하지 않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 에스토니아 영공에 러시아 전투기 3대가 침입했다.

유럽 각국은 최근의 드론 활동 배후에 러시아가 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코펜하겐 공항 드론 사건 이후 이를 “핵심 기반 시설에 대한 심각한 공격”이라고 규정하며 “러시아의 소행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난 23일 공개 지적했다.

에스펜 바르트 에이데 노르웨이 외무장관도 코펜하겐과 오슬로 사건과 관련해 “양국이 긴밀히 협조하고 있지만 아직 두 건 사이의 연관성을 확인하지는 못했다”면서도 “대부분의 사람이 동시에 발생한 유사한 두 사건은 상호연관성이 있을 수 있다고 볼 것”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