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는 공공공사의 낙찰자 평가 시 중대재해 위반 항목을 감점 항목으로 신설하는 등 계약 관련 안전관리 체계 내재화의 실효성을 높이기로 했다.
정부는 임기근 기획재정부 제2차관 주재로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제3차 조달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국가계약제도 개선 방안 △공공조달 혁신생태계 개선 방안 등을 심의·의결했다.
최근 건설현장을 중심으로 중대재해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정부는 국민의 안전 우려를 해소하고 공공부문의 선도적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계약제도 전반에 대한 안전관리 기준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중대재해 발생 시 강력한 제재
우선 시공능력 등 11가지 항목이 규정된 제한경쟁 입찰 사유에 안전분야 인증, 안전 전문인력 및 기술 보유상태를 추가한다. 안전 사고 발생 위험성이 높은 사업의 경우 제한 경쟁을 통해 자격 미달 업체의 입찰 참가를 제한하겠다는 의도다. 낙찰자 선정 단계에서 안전 평가 강화를 위해 공공공사의 낙찰자 평가 시 중대재해 위반 항목을 감점 항목으로 신설한다. 또 현행 300억원 이상의 종합심사제에서 적용했던 과거 수행 공공공사의 품질·안전 관리 성과를 평가하는 시공평가 항목을 간이형 종합심사제(100억~300억원) 사업에도 도입한다. 이밖에 100억원 이상 공사에 대해 종래 가점제로 운영하던 안전평가를 배점제로 전환하기로 했다.
기업이 현장에서 안전 인력과 장비에 적극 투자할 수 있도록 간접노무비, 안전관리비 등의 비용 기준을 상향하고, 공사 중 안전 문제가 발견되면 건설사가 공사 중지를 요청할 수 있는 권리도 보장하기로 했다.
안전투자 여건을 뒷받침하기 위한 적정 공사비 보장과 행정비용 완화 방안도 병행 추진한다. 시공사의 귀책 없는 사유에 따른 장기계속공사 지연 시 공기연장비용을 지급할 수 있도록 법령을 정비하고 적격심사 대상 공사(국가공사 기준 100억원 미만)의 낙찰하한율을 상향(+2%포인트)해 적정 공사비를 보장한다는 방침이다.
또 제조 현장의 안전성 확보와 연관되는 물품구매의 낙찰하한율 상향 조정, 기술입찰 유찰 시 기본·실시 설계기간 동안의 물가변동 반영, 공사계약 계약보증금률을 15%에서 10%로 완화하는 방안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다만 이 같은 안전관리 체계 강화에도 중대재해 발생 시 공공입찰 참여를 엄격히 제한하는 조치를 마련하기로 했다. 현재 공공입찰참가자격 제한은 산업안전보건법에서 규정한 대로 동시 2명 이상의 근로자가 사망 시에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하고 있다. 정부는 이를 확대해 연간 사망자가 다수 발생 시에도 입찰을 제한하고 제한 기간 확대, 반복적인 사고 발생 시 가중처벌 강화 등도 함께 추진할 계획이다.
법인 분할이나 명의 변경을 통해 제재를 회피하는 사례를 막기 위해, 입찰제한 효력이 법적으로 승계되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정부는 이번 위원회에서 논의된 제도개선 사항에 대해 계약법령 및 예규의 경우 올해 11월까지 개정을 완료하고 법률 개정은 이번 정기국회 내 통과를 목표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임기근 차관은 “이번 개선방안을 통해 계약 과정의 안전 관리 체계 강화, 기업의 안전투자 지원 병행과 함께 중대재해 기업에 대한 강력하고도 실효적인 제재라는 세 축을 동시에 추진한다"며 "이를 통해 안전을 기업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정착시키고, 안전 불감 기업은 공공입찰시장에서 퇴출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2030년까지 혁신제품 공공구매 3조원 규모 확대
한편 이날 공공조달 혁신 생태계 개선방안 안건과 관련해 정부는 공공조달 혁신 생태계 조성을 위해 연간 혁신제품 공공구매 규모를 지난해 1조원에서 2030년까지 3조원 수준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올 6월 기준 2500개 정도인 혁신제품도 2030년까지 5000개로 추가 발굴·지정한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초기 기업에 조달시장 정보 제공을 위한 ‘공공조달 길잡이’를 활성화하고 융복합 기술제품의 공공시장 거래를 늘리기 위한 물품분류 체계 정비와 입찰참가자격 등록 절차를 효율화하기로 했다.
또 기업의 성장을 견인하기 위해 벤처나라 지정대상을 기존 벤처·창업기업에서 청년·기술혁신형·경영혁신형 기업으로 늘리고, 올해 말까지 혁신제품 지정기관을 16개에서 18개로 확대한다.
혁신제품 지정 심사 방식은 그간 공공성(매출) 심사 이후 혁신성을 평가하던 방식에서 동시에 평가하는 방식으로 절차를 단축·효율화하고, 기업신청 혁신제품 지정 횟수도 연 3회에서 4회로 확대한다. 초기 혁신기업이 생산자금 확보가 어려운 점을 감안해 혁신기업 맞춤형 전용보증 상품도 2025년 9월 중 도입할 계획이다. 이 밖에 우수제품 지정 시 ‘AI 분야’를 신설해 별도로 심사하기로 했다.
임 차관은 ”공공조달 시장에서 가장 혁신적인 제품은 혁신 조달제도 그 자체"라며 "혁신 현장에서 호응이 높은 혁신 조달제도의 공세적인 확대 개편이 절실하게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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