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입찰 제한, 대출금리 불이익... 전방위로 옥죄는 제재에 건설사 '생존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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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한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작업자가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중대 산업재해가 발생한 기업에 대해 입찰참가자격 제한 조건을 확대하고, 대출 금리와 한도에서 불이익을 주는 등 강도 높은 행정 제재를 추진키로 하면서 건설업계 전반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국내 건설경기 침체 속에서 공공 사업까지 차질을 빚게 될 경우 건설사들의 경영 압박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처벌 규정을 높이는 조치가 자칫 공공사업의 사업 품질은 물론, 건설산업 전반의 위기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20일 정부와 업계 등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이날 '2025년 제3차 조달정책심의위원회'를 개최하고 '국가계약제도 개선 방안'과 '공공조달 혁신생태계 개선 방안' 등을 심의·의결했다. 

이번 대책의 핵심은 중대재해 기업 공공입찰 제한 강화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은 '동시 2명 이상의 근로자 사망시'에 공공입찰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하고 있는데, 이를 '연간 사망자 다수 발생시'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더해 입찰제한 기간도 확대하고, 반복적인 사고 발생시 가중처벌을 강화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국무회의에서 "대형 건설사들이 반복적으로 중대재해를 일으키고도 제대로 처벌받지 않았다"며 "입찰 자격 영구 박탈과 과징금 부과 등 강력한 제재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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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아주경제]

이와 함께 정부는 중대재해 발생 기업에 대해 신규 대출 심사에 있어 불이익을 주고, 기존 대출 연장 시 한도 축소, 금리 인상 등을 반영하는 금융부분 규제 대책도 검토 중이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심사 시 중대재해 내용을 안전도 평가에 반영하는 내용도 추진한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원론적으로 건설현장에서의 부실시공과 중대재해를 줄이겠다는 정부 정책의 방향성에는 공감한다"면서도 "다만 민간 공사 시장이 크게 위축된 상황에서 공공 입찰 제한까지 시행되면 건설사 입장에서는 사업을 유지하기가 너무나 어렵다"고 토로했다. 

또 이번 처벌 강화 조치가 장기적으로 공공사업의 품질 저하는 물론 사업 기피 등 부작용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도 리스크 대비 낮은 공사비로 공공공사 유찰이 계속 되고 있고, 상대적으로 사업장이 많은 회사일수록 사고 위험이 높은 것이 사실"이라며 "대형 공공공사의 경우 특히 기술력과 조직 역량이 요구되는데 이를 수행할 건설사들이 줄어들게 되면 품질 저하·안전관리 부실이 더 심각해질 수 있다"고 했다.

안전관리 의무를 위반해 인명사고가 나면 1년 이하 영업정지 또는 매출액의 3% 이내 과징금을 물리는 강한 수위의 건설안전특별법 제정 논의도 건설 산업의 위축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해당 건설사뿐 아니라 건설업의 특성상 협력업체와 하도급사, 지역경제까지 도미노처럼 영향을 받을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건설현장의 구조적 문제를 고려하지 않고 시공사에만 책임을 묻는 처벌 위주의 대책은 실효성을 담보할 수 없고, 오히려 산업 전반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종합적 안전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산업재해는 시공사만의 문제가 아니라 발주처, 감리, 하청 등 여러 복합적 요인이 얽혀있는 구조”라며 "사고에 책임이 있는 부분은 단호히 조치하되 안전을 지킬 수 있는 여건을 건설사 뿐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도 마련할 수 있도록 지원이 같이 병행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건설업 취업자 수는 193만9000명으로 1년 전보다 14만6000명 감소했다. 1999년 상반기 이후 26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든 것이다. 

경기 침체로 문을 닫는 건설사들도 늘고 있다. 국토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 통계를 보면 올해 1~7월 종합건설업체의 폐업 신고는 총 309건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295건) 대비 4.74% 늘어난 것으로 올해 하루 평균 약 1.5곳 이상의 건설사가 문을 닫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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