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미국 에너지 1조원 구매 약속'은 현실성 떨어져"

  • "지금보다 2배나 더 수입해야...그림의 떡에 불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0년 1월 21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제50회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0년 1월 21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제50회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럽연합(EU)으로부터 1000조원이 넘는 미국산 에너지를 구매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지만 현실성은 떨어진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로이터 통신과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은 28일(현지시간) EU의 해당 약속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보도했다.
 
EU는 앞서 트럼프 대통령과 체결한 무역 협정에서 매년 2500억 달러씩 3년간 총 7500억 달러(약 1038조원) 규모의 석유와 액화천연가스(LNG), 원자력 기술 등 에너지 제품을 미국에서 수입하기로 했다.
 
이 목표를 이루려면 미국 에너지 수출의 대부분을 유럽으로 돌려야 하는 데다 EU 역내 기업들이 어디서 에너지를 수입할지에 대한 EU의 통제력이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이 세계에 수출한 에너지 제품은 3180억 달러(약 442조원) 규모였다. 이 중 EU가 수입한 규모는 석유와 LNG, 석탄 등을 합쳐 760억 달러였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 수치를 3배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말한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유럽이 미국산 에너지를 대량 수입하려면 미국 에너지 수출의 상당 부분을 유럽으로 돌려야 할 뿐만 아니라 시장의 가격 경쟁과 공급 여건을 뛰어넘어야 한다. 더욱이 에너지 수입 결정은 개별 기업의 판단에 달려 있어 EU가 이를 통제하기 어렵다는 구조적 한계도 있다.
 
일본과 한국 등 다른 국가들도 미국과 에너지 수입 확대에 합의한 상황에서 미국산 에너지를 놓고 국가 간 경쟁이 격화될 전망이다. 예컨대 일본은 지난주 합의에서 “미국산 에너지 수입을 대폭 늘리겠다”고 합의했고, 국도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에 투자와 수입 확대 의지를 밝혔다.
 
다만 미국이나 EU 모두 에너지 합의의 구체적인 내용이 무엇인지, 에너지 서비스나 전력망·전력생산설비의 부품도 포함되는지 등은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에너지 합의가 에너지 서비스, 전력망, 발전 설비 부품 등을 포함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익명의 EU 고위 관리는 에너지 합의는 EU가 미국의 에너지 공급을 얼마나 수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분석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리는 “이 수치들은 갑자기 나온 것이 아니다. 따라서 투자가 필요하다"면서 "이 수치들은 달성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에너지 시장 분석가들은 회의적이다. 원자재 시장 분석업체 ICIS의 안드레아스 슈뢰더는 “이는 그저 비현실적이다”라며 “유럽이 미국산 LNG에 대해 시장 가격이 아닌 초고가를 지불하거나 감당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물량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오로라 에너지리서치의 제이컵 맨덜도 “생산용량을 늘릴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2500억달러라는 목표를 맞추기 위해 필요한 규모라면 이는 실현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미국은 이미 유럽의 최대 석유, LNG 공급처다. EU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은 EU LNG 수요의 44%, 석유 수요의 15.4%를 수출했다. 그러나 LNG와 석유 수입 확대는 유럽의 ‘탈(脫)화석연료’ 정책 기조와도 상충한다.
 
또 석유는 대부분 민간 기업이, LNG는 민간 기업과 국영 기업이 수입하는 상황에서 EU가 이들에게 어떻게 미국산 에너지를 구매하라고 요구할지 모르겠다는 지적도 나온다. 에너지 자문업체 케플러의 맷 스미스는 “이 숫자들은 그림의 떡”이라며 “기업은 주주들에게 책임을 져야 하고 가장 싼 원료를 구매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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