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택환 전 경기대 교수
1987년 민주화 이후 대한민국 대통령의 권력법칙이 있다. 5년 단임제의 특수성으로 제왕적 권력을 누리지만 떠날 때 국민에게 박수받고 성공한 대통령은 거의 없었다. 그나마 김대중 대통령이 상대적으로 높게 평가받고 있다. 김영삼 대통령의 암묵적 지원과 DJP 연대로 평화적 정권교체에 이어 IMF 극복, 최고 남북 및 한·일 관계, IT 강국 등 업적을 남겼고, 노무현 대통령으로 정권 재창출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성공하기 위해선 먼저 세계 트렌드와 대통령 권력법칙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박창기 AI산업협회장은 “미·중 AI 패권전쟁으로 식민지 위기에 처해 있다”고 진단한다. 또 대통령 권력법칙에는 ‘기승전결’이 있다. ‘기’는 리더십으로 세력을 키우고, ‘승’은 대권을 잡고, ‘전’은 권력 전개로 인사가 만사며, ‘결’은 마무리다. 현 정부는 신성장동력을 위해 ‘AI 3대 강국’을 내걸었다. 네이버의 하정우를 AI 미래기획수석, LG AI연구원장 배경훈을 과기정통부 장관에 발탁했다. 이들 인사에 호평과 더불어 우려도 있다. 사기업 샐러리맨의 일과 정무적 판단이 중요한 국가 공무는 차이가 있고, 미국 일론 머스크처럼 창업에 성공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이 어떻게 AI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을까?
5대 전략, 즉 AI 철학, 대통령 역할과 변신, 교육혁명, 창조창업혁명, 그리고 지방 AI혁명을 제안한다. 먼저 AI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은 ’자유’와 ‘자율’ 철학이 꽃피는 사회다. 미국의 실리콘밸리도 자유와 자율 환경으로 성공했다. 중국도 정치에서 공산당 1당이 지배하는 통제사회지만 인공지능 교육과 창업에서는 자유와 자율을 꽃피워 미국을 따라가고 있다. 미국 예일대·홍콩과기대에서 연세대로 옮긴 김현철 교수는 “칭화대는 석학을 모시기 위해 단과대를 설립하는 결단도 한다”고 자율을 강조한다.
자유와 자율 사회에서는 ‘소버린 AI’를 말하지 않아도 한국 AI 스타트업 업스테이지(Upstage)의 Solar Pro 2가 글로벌 거대언어모델(LLM) 시장의 순위권에 진입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현 정부가 실용(實用)을 내세우고 있지만 철학(哲學)에 단단히 발을 딛고 서야 국민 신뢰와 힘을 얻을 수 있다. AI 생태계가 더욱 그러하다. AI 빅뱅 시대에 ‘패스트 폴로어’에서 ‘퍼스트 무버’로 전환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자유와 자율 사회로의 혁명적 변화다. 산업 최강국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나 독일 프리드리히 메르츠 총리는 ’관료주의 혁신’을 외치고 있다. 자유와 자율을 해치는 관료주의가 발목을 잡기 때문이다. 현 정부도 관료주의 혁신에 따라 AI 비전과 목표가 성공할지 판가름 나게 된다.
둘째, 대통령의 역할과 변신이다. 이 대통령이 ‘AI 대통령’으로 평가받길 원한다면 AI 생태계를 꽃피우는 목표에 올인해야 한다. 박정희 대통령이 2차 산업혁명 중공업을, 김대중 대통령이 3차 산업혁명 IT를, 이 대통령이 4차 산업혁명의 정점 AI 혁명을 성공시키는 것이다. 이를 위해 AI 3대 강국 방향과 추진 방안이 나와야 한다. 이를 가지고 대통령이 전국을 다니면서 ‘대국민 AI 타운홀 미팅’을 하는 것이다. 전 국민 AI 인식 제고를 위한 좋은 기회이자 정치 리더의 역할이다. 미국 국격 및 경제를 살렸다는 평가를 받는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나 빌 클린턴 대통령 등은 외교·국방, 신경제 등 국가 이슈로 타운홀 미팅을 개최해 국가 컨센서스를 만들어갔다. 하지만 이 대통령의 타운홀 미팅은 내년 지선을 향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호남, 충청 지역 등 지역 이슈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이 대통령이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처럼 ‘글로벌 AI 서밋’ 대회를 주관하는 것이다. 오는 10월 말에 열리는 경주 APEC 정상회의 및 경제인 포럼 등이 좋은 기회다. 미국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구글의 래리 페이지, 중국 화웨이의 런정페이 등 세계 AI 빅테크 CEO들을 초청해 타이틀을 '인류를 위한 AI 빅뱅'으로 내거는 것이다.
왜 교육 혁명이 필요한가!
우리 교육의 고질적인 문제인 입시, 선행(과외) 및 암기 위주의 교육으로는 AI 시대에 희망이 없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대학교육의 무용론’이 대두되고 AI 소프트웨어 기업 팔란티어는 고졸 출신을 선발한다. AI 시대에 가장 필요한 인재는 창의력, 문제해결 능력, 협동심, 소통과 글로벌 역량을 갖춘 인력이다. 창업구루로 평가받는 고벤처포럼의 고영하 회장은 “우리 벤처 창업자들은 협력하고 함께 문제를 풀어가는 역량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넷째, ‘창조창업국가로의 전환’이다. 창조는 혁신의 재창조와 창업의 신창조가 있다. 미국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대인 2008년 ‘창업국가’를, 독일은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집권한 2011년 ‘창업하기 가장 좋은 나라’를 내걸었다. 독일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는 슬로건 아래 일정한 자격을 갖춘 청년들에게 2년 치 월급을 주면서 창업을 독려했다. 기후위기, 에너지전환, 바이오혁명, AI혁명, 미·중 패권전쟁 등으로 창업 시대다. IT 스타트업을 넘어서 산림 및 농업에서부터 제조업과 서비스업까지 인공지능을 활용한 창업과 재창조가 필요한 시기다.
또 제조 강국으로 ‘AI 제조4.0’을 추진하는 것이다. 필자가 최근 경북 상주 동막리에 있는 유기농 가공업체 토리(주)를 방문해 일손을 도왔다. 김영태 대표 노력으로 자동화·기계화에 상당히 성공했지만 아직 일부 수작업에 의존하고 있었다. 농약을 치지 않고 유기농으로 농사를 짓기 때문에 애벌레들이 많아 이를 손으로 골라내는 것이다. 인공지능 혁신을 제안했고 프로젝트에 들어가기로 했다. 제조 AI 혁신은 현장에 답이 있다.
또한 AI 투자의 선택과 집중이다. 김태형 바이오넥서스 대표는 “AI 바이오는 3강이 아닌 1등이 가능하다“면서 “AI 100조원 투자를 선택과 집중하라”고 지적한다.
마지막으로 ‘지방 AI혁명’이다. AI 시대 지방은 제2 산업혁명의 기회를 맞고 있다. 인구소멸 극복에도 기여할 수 있다. 최근 울산에서 SK가 주도하는 AI데이터센터 개소식이 있었고, 또 전북에 김관영 도지사가 주도하는 피지컬 AI산업 거점 개소식도 열렸다. 광역권역별로 AI 특화단지 조성에 나섰다. 해수부의 부산 이전처럼 과감하게 국회와 대통령실, 한법재판소, 대법원, 한국은행, KBS 등 국가 권력기관들이 대거 지방으로 이전하고, 삼성 등 대기업들이 지방에 AI 첨단 인프라와 생태계 구축에 나설 경우 상속세 면제 등 혜택을 주는 정책도 필요하다.
독일의 저명한 유튜버가 초저출산의 한국을 보고 ‘남한은 끝났다(South Korea is over)'라는 동영상을 올려 화제다. 거대 제국 로마도 인구소멸로 멸망했다. 인구소멸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우리 흥망성쇠가 달려 있다. 하지만 이제 무감각해지고 노력도 소멸되고 있다. 지난 대선 TV토론에서 가장 중요한 국가 어젠다인 인구소멸과 외교안보가 다뤄지지 않았다. 인구소멸을 극복하는 또 하나의 방법인 ‘이민청 설립’과 더불어 과감한 이민정책을 펴는 것이다. 특히 AI 고급인력 확보다. 미국은 이민국가로 성공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민을 막고 있어 기회다. 아리안의 독일도 이민국가로 가고 있다.
한 정부의 성공은 세계 트렌드 파악과 진단, 비전 제시와 실행 역량에 달려 있다. 2011년 독일은 4차 산업혁명(인더스트리 4.0)을 추진할 때 이명박 정부는 4대강 토건사업을, 2016년 서울에서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 2023년 챗GPT 등장은 AI 빅뱅을 예고했지만 우리는 탄핵의 겨울에 있었다. 세계 흐름에 역행했다. ‘역사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면 벌을 받는다’는 격언이 있다. 초저출산에 최고 자살률로 인구소멸, 저성장과 양극화로 경제위기, 구냉전에 이어 신냉전까지 외교안보위기, 중오와 갈등의 포퓰리즘 정치로 민주주의 위기 등 국가위기로 가고 있다. AI도 국가과제를 해결하는 도구일 때 의미가 있다.
김택환 작가
국가비전전략가와 독일 전문가로 활동. <넥스트 코리아> 등 넥스트 시리즈 8권을 포함해 20권 이상 집필한 작가다. 독일 본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미국 조지타운대 방문학자였다. 국회·지자체·상공회의소·삼성전자 등에서 350회 이상 특강한 유명강사로 미래전환정책연구원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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