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으로 지은 집에 짓눌린 소비…세계 석학, 한은 '새 가계부채DB'로 해법 찾는다

  • 아티프 미안·박기영 전 금통위원·한은 공동 연구

  • 과도한 부채→가계 소비 제약→경기 침체 악순환

  • 한은 통계1국 가구 단위 가계부채 DB 활용 연구

아티프 미안 프린스턴대 석좌교수 사진연세대
아티프 미안 프린스턴대 석좌교수. [사진=연세대]
가계부채가 한국 경제의 고질적인 문제로 또다시 떠오르는 가운데 아티프 미안 미국 프린스턴대 경제학과 석좌교수, 박기영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과 한국은행이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찾는다. 과도하게 쌓인 가계부채가 소비를 제약하면서 한국 경제를 저성장 늪에 빠뜨리고 있는 만큼 '부채 의존 경제'에서 '소비 주도 경제'로 벗어나기 위한 돌파구를 모색하겠다는 취지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저서 <빚으로 지은 집>으로 유명한 미안 교수와 이 책을 번역한 박 교수는 한은 금융안정국과 통계 1국 가계부채DB반과 함께 가계부채와 소비 관련 연구를 진행한다. 가계부채 연금술사로 불리는 미안 교수는 가계부채와 금융위기에 대한 선도적인 연구로 국제적 명성을 얻고 있는 경제학자다. 박 교수는 가계부채 위험성에 대한 연구를 지속해왔으며 금통위원 당시에도 지속적으로 문제 의식을 제기해 대표적 매파 위원으로 분류된 바 있다.

특히 이번 프로젝트는 한은이 개발 중인 새 가구 단위 가계부채 데이터베이스(DB)를 활용해 더 의미가 있다. 한은 통계 1국은 올 1월부터 가계부채DB반을 꾸려 가구 단위 DB 개발에 착수해 차주 표본 수 확충에 나섰다. 해당 DB를 활용하면 연령, 소득, 신용등급 등 개인별 신용정보와 대출, 카드 사용, 연체 등 금융거래 정보를 가구 단위로 통합해 가구 전체의 부채 위험과 상환능력, 부채 구조를 분석할 수 있다. 
 
박기영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사진한국은행
박기영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사진=한국은행]
그동안 우리나라 가계부채 연구는 지속돼 왔지만 부채가 소비에 미치는 영향의 경우 연결된 데이터의 부재로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했다. 통계청의 가계금융복지조사를 바탕으로 가구별 가계부채를 집계하고는 있지만, 이는 표본조사 방식으로 진행되다 보니 전체 가계의 부채 실태를 정확히 반영할 수 없고 세부 집단의 특성을 파악하는 데에는 한계가 존재한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이번 가구 단위 가계부채DB가 제대로 구축된다면 가계부채 해법 마련에 진전이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는 게 연구자 측의 의견이다. 

우리나라의 1분기 기준 가계부채는 1930조원으로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대출 비율이 세계 최상위권이다. 지난해부터 규제로 집값을 억누른 결과 1분기 GDP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5년 만에 80%대로 내려오긴 했지만 최근 다시 수도권 중심으로 집값이 폭등하며 7분기 만에 다시 반등할 위기에 직면했다. 

미안 교수는 그동안 과도한 가계부채가 소비 둔화와 경기침체를 부르고, 경제위기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경고해왔다. 그는 2022년 'BOK 국제컨퍼런스'에서 "완화적 통화와 재정정책은 단기적으로 빚에 의해 진작된 수요를 창출해 부채에 기반한 호황을 발생시킬 수 있으나 장기화할 경우엔 부작용이 크다"고 했다.

이어 "중앙은행은 장기간의 저금리 기조 유지 정책의 부작용을 인식하고 소득불평등을 완화하고 부채 규모를 줄일 수 있는 제도 및 구조 개선 정책, 재분배 정책, 거시건전성 정책 등을 복합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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