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습 성과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이 도청한 이란 고위 당국자 간 통신에서 이번 공습이 예상보다 덜 파괴적이었다는 평가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포스트(WP)는 29일(현지시간) 미 정부 내 관련 기밀을 공유받은 인사 4명을 인용해 미국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시한 이번 공습이 자신들이 예상했던 만큼 광범위하고 파괴적이지 않았다고 추측하는 내용이 담긴 이란 관리들 간의 비공개 통신을 도청했다고 보도했다.
WP는 ‘이란 핵 프로그램이 완전히 파괴됐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에 비해 상황이 보다 복잡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초기 정보라고 평가했다. 다만 도청된 대화 내용을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았다.
실제로 일각에서는 이란이 고농축 우라늄을 미리 옮겼고, 일부 핵시설은 입구만 붕괴됐을 뿐 지하 구조물은 온전히 남았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백악관은 도청된 이란 당국자들의 통화 자체를 부인하지는 않았지만 이란의 평가 역량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름 없는 이란 관리들이 수백 피트(수십 미터) 흙더미 아래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안다는 주장은 터무니없다. 그들의 핵무기 프로그램은 끝났다”라고 반박했다.
한 고위 정보 당국자는 “하나의 신호정보만으로 전체 정보를 판단할 수 없다”며 “이름 없는 이란인의 한 통화가 복수의 출처와 방식으로 확보된 증거에 기반한 정보 평가와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WP에 따르면 전화 통화, 이메일 등을 도청하는 신호정보는 미 정보기관의 핵심 첩보 수단 중 하나로, 트럼프 대통령의 일일 정보 브리핑에 포함되는 정보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다만 신호정보는 대화 맥락이 결여되기 쉬워, 단독으로는 완전한 판단이 어렵다는 한계도 안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한편 공습의 실질적 피해 수준을 놓고는 여전히 논란이 일고 있다.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29일 방영된 미 CBS방송 인터뷰에서 이란이 수개월 내로 농축 우라늄 생산을 재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앞서 WP를 비롯해 CNN, 뉴욕타임스(NYT) 등 미 언론도 미 국방부 국방정보국(DIA)의 초기 평가보고서를 인용해 이란 핵시설들이 미국의 공습으로 상당한 피해를 입었지만 주요 시설이 완전히 파괴되진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핵시설 공습을 ‘군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작전 중 하나’라고 평가하며 이란 핵 프로그램을 완전히 파괴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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