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세 당국이 정당한 사유 없이 세금 부과제척기간 만료가 임박한 시점에 과세 내용을 통지해 납세자가 과세 전 적부심사 기회를 박탈 당한 경우 세금 부과를 취소해야 한다는 판단을 대법원이 내렸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박영재 대법관)는 동작세무서장을 상대로 A씨가 낸 양도소득세 부과처분 취소소송에서 원심의 원고승소 판결을 지난 5일 확정했다.
A씨는 2002년 3월 취득한 서울 서초구의 한 건물을 2016년 12월 16일 양도하고 1세대 1주택 양도소득세 비과세 규정에 따라 양도소득세 1465만원을 신고·납부했다.
그러나 세무당국은 등기부와 달리 해당 건물에 전입 세대 이력이 있는 옥상 부분이 존재하므로 비과세 적용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2016년 귀속 양도소득세 2억510만원을 2021년 5월 경정·고지했다.
이에 A씨는 과세 처분이 부당하다며 행정소송을 냈고, 1심은 과세당국의 손을 들어줬다.
1심 재판부는 문제의 옥상 부분은 주택에 해당하고, 해당 건물에 1세대 1주택 비과세 규정을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2심이 옥상 부분을 주택으로 사용했다고 미루어 판단할 수 없다는 이유로 1심 판단을 뒤집었다. 과세 처분에 절차적 하자도 있어 처분을 취소해야 한다는 것이다.
2심은 동작세무서가 A씨에 대한 양도세 부과제척기간 만료일(2022년 5월 31일)이 임박한 2022년 5월 2일 과세 예고통지를 한 점을 문제로 봤다.
국세기본법상 과세 예고통지를 받은 자는 30일 이내 과세전적부심사를 청구 가능하다. 다만 과세관청은 예고통지를 하는 날부터 부과제척기간 만료일까지 남은 기간이 3개월 이하인 경우에는 적부심사를 생략할 수 있다.
2심은 "과세 관청이 정당한 사유 없이 과세 행정을 장기간 해태(懈怠)해 부과제척기간 만료 시점이 임박해서야 뒤늦게 과세 예고 통지를 함으로써 과세전적부심사의 기회를 박탈한 경우까지 과세전적부심사 기회 없이 과세 처분을 할 수 있는 예외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2심은 동작세무서가 타 세무서로부터 관련 과세 자료를 이관 받은 시점(2021년 8월)부터 A씨에게 과세 예고 통지를 한 시점(2022년 5월)까지 9개월간 관련 사실을 조사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고도 설명했다.
대법원도 2심과 같은 판단을 내렸다. 대법원은 "국세기본법에서 과세 관청이 부과제척기간 만료일이 임박해 과세 예고 통지를 한 경우 과세전적부심사를 배제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는 이유 만으로, 어떤 경위로 통지가 늦어졌는지에 대한 아무런 제한 없이 과세전적부심사를 생략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헌법상 절차적 적법절차의 원칙과 과세전적부심사 제도의 도입 취지에 반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이 경우 과세 관청이 자의로 과세전적부심사를 회피할 수 있게 해 과세전적부심사 제도 자체를 형해화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