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뚜기 창업주, 같은날 복수 공익법인에 주식 증여…대법 "과세시 선후관계 따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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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가언 기자
입력 2023-03-20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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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대법원]

여러 공익법인이 같은 날, 같은 주식을 기증받았더라도 '시간적 선후관계'가 있다면 각 출연 시점을 따져 증여세 면제 기준을 다르게 적용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은혜교회와 밀알미술관이 삼성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증여세부과처분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오뚜기 창업주 고(故) 함태호 명예회장은 2015년 11월 남서울은혜교회에 1만7000주(지분율 0.49%), 밀알미술관에 3000주(0.09%), 밀알복지재단에 1만주(0.29%) 등 주식 총 3만주를 출연했다.

함 명예회장은 이들 단체에 주식을 기증하기 전인 1996년 이미 오뚜기재단에 17만주(4.94%)를 증여한 상태였다. 이에 세 단체가 받은 오뚜기 주식을 더하면 과세 면제 기준인 5%를 넘게 돼, 세 단체는 2만8000주에 대한 증여세를 자진 신고했다. 다만 밀알미술관 몫 가운데 2000주(0.06%)는 증여세 납부 대상이 아니라고 봤다.

옛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증세법)에 따르면 공익법인이 출연받은 재산은 증여세 과세 가액에 산입되지 않으나 법인 의결권 있는 주식이나 출자 지분을 받았다면 해당 법인 발행 주식 총수의 5%까지만 증여세가 면제된다.

또 이들 세 단체는 모두 법률상 공익법인으로, 그중 밀알재단과 오뚜기재단은 '성실공익법인'에 해당한다. 외부 회계 감사 등을 받는 공익법인은 성실 공익법인이 될 수 있고 주식 관련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삼성세무서는 다르게 판단했다. '출연재산 운용소득 80% 이상 공익 목적 사용' 등 상증세법 요건을 충족한 성실공익법인인 밀알복지재단에는 증여세를 취소하고 증여세 자진 신고에서 빠진 밀알미술관 몫의 나머지 2000주까지 과세 대상에 넣어야 한다고 봤다. 

납부 비율 조정에 따라 남서울은혜교회와 밀알미술관이 각각 증여세 73억원과 13억여원을 더 내야 하는 상황이 되자, 교회와 미술관은 소송을 냈다.

재판에서 교회와 미술관은 성실공익법인의 경우 비과세 혜택이 5%에서 10%로 늘어나는데, 비과세 범위가 2배로 늘어난 만큼 두 재단에 대한 지분은 절반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심은 이같은 주장을 받아들여 교회와 미술관의 손을 들어줬다. 오뚜기재단과 복지재단의 지분율을 절반으로 평가할 경우 총 지분율은 3.195%가 되므로, 세무서의 증여세 부과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시했다. 

반면 2심은 증여세 부과가 정당하다고 봤다. 당시 시행되던 법과 시행령이 기부받은 주식을 모두 합쳐서 5%를 초과하는지를 살피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증여세 부과는 정당하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국세청의 다른 조치는 적법했다고 판단하면서도 밀알미술관에 추가 증여세를 부과한 것은 성급한 판단이라고 봤다.

밀알미술관 측은 재판에서 함 명예회장이 증여 전에 세 단체와의 합의로 미술관, 교회, 복지재단 순으로 주식을 출연했다고 주장했다. 증여된 주식은 장애인의 미술 활동을 돕는 밀알미술관 시설 현대화에 사용될 예정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은 이 같은 주장을 고려해 여러 공익법인이 같은 날, 같은 주식을 출연받았더라도 그 출연에 시간적 선후관계가 있다면 '각각의 출연 시점'을 기준으로 증여세를 물려야지 모든 법인이 동시에 주식을 받았다고 보고 과세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같은 날 다수의 공익법인 등에 출연된 주식이라 하더라도 그 출연의 시간적 선후관계가 확인된다면 각 출연 시점을 기준으로 합산 대상 주식을 확정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원심은 시간적 선후관계 등에 관해 심리했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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