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정부 5년의 밑그림을 그릴 국정기획위원회가 27일 스테이블코인과 관련해 신중론을 펼치는 한국은행에 "더 전향적으로 검토하라"고 주문했다.
국정위 경제1분과는 이날 오전 한은을 찾아 유상대 부총재와 각 국·실장들에게 1시간 30분가량 업무보고를 받았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전날부터 BIS 연차 총회·ECB 신트라 포럼 참석 차 해외 출장길에 올라 업무보고에 참석하지 못했다.
기존 국정위 업무보고 성격보다는 최근 국내외 경제동향을 보고하며 논의하는 식의 간담회 자리였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간담회에는 정태호 경제1분과장을 비롯 오기형·홍성국·김병욱·김은경 위원, 이동진 전문위원이 참석했다.
한은은 이 자리에서 현 거시경제 상황과 정책대응, 한은의 주요 현안, 급격한 잠재성장률 하락세를 완화하기 위한 우리 경제의 중장기 구조개혁 방안 등에 대해 보고했다. 주요 현안으로는 통화정책의 유효성 제고 방안과 함께 디지털 금융혁신 촉진 방안, 거시건전성 정책 수단 확충 필요성 등이 거론됐다.
다만 일부 위원들은 스테이블코인에 지나치게 신중한 한은의 태도와 관련해 "좀 더 전향적으로 해야 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고 정태호 분과장은 전했다. 가상자산 기반 혁신을 위해 비은행을 허용할 수밖에 없는 만큼 가상자산 및 비은행 업계와 긴밀한 소통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발언인 것으로 해석된다.
이재명 정부와 여당은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 등을 통해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관련 제도 도입을 서두르고 있는데 통화당국인 한은은 "관리감독 가능한 은행권부터 점진적으로 확대하자"며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 확산이 코인런(대규모 코인 인출 사태)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 외환시장 충격 등 다양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관련해 정 분과장은 "경제 대전환의 시기에 우리가 뒤처지지 않도록 스테이블코인 등 디지털 금융혁신 생태계 구축 추진과 함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안전장치 마련에 대해서도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날 특히 가계부채 관련 논의가 가장 길게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정 분과장은 업무보고 직후 기자들과 만나 "가계부채 이야기가 아무래도 많았다"면서 "가계부채가 과도하게 늘어나다 보면 가계에도 부담이 있고 우리 경제 성장에도 영향을 미치니까 그런 부분에서 잘 관리해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정 분과장은 "팬데믹 이후 전반적인 물가수준이 높아진 상황에서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 목표 달성에 부담이 되고 있는 가계부채를 관리하기 위한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한은에 당부했다.
금융당국 조직개편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한은의 조사·감독 권한 확대 관련 보고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유상대 한은 부총재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비은행의 대출에 따른 검사, 감독, 자료 제출 요구 등을 포함해 거시건전성 정책과 관련해 한은이 조금 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을 얘기할지 검토 중"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한은 노동조합은 이날 국정위 방문에 앞서 "거시건전성 정책을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담당하고 미시건전성 감독 기능을 한은에 이관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하기도 했다. 구체적으로 금융감독정책을 정부로부터 독립시켜 한국은행이 거시건전성 및 금융기관 미시 건전성 정책을 담당하고 금융감독원은 금융소비자보호, 금융기관 영업행위, 회계 등을 담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은의 금융사 검사·감독 권한 확대는 지속적으로 요구돼 왔다. 특히 금융시장 내 비은행 부문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비은행에 자료제출 및 검사 요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한은법 개정안이 여러 차례 발의됐다. 한은은 은행에 대한 공동검사 및 자료제출권만 갖고 있고, 비은행에 대해서는 공동검사권이 없다.
경제1분과는 한은 업무보고와 논의 내용을 바탕으로 한은, 유관기관, 시장과의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국정과제를 선정하고 이행계획을 구체화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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