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감사'라는 용어는 오래되지 않았다. 국제최고감사기구(INTOSAI) 환경감사 작업그룹(WGEA)이 2010년 기후변화 감사 지침을 처음 내놓았지만 결정적 계기는 각국이 스스로 감축목표를 정하고 이행할 의무를 지게 된 2015년 파리협정이다. 우리나라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2018년 대비 2035년 53~61%로 발표한 바 있다.
이제는 '계획을 세웠다'는 사실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계획이 실제로 이행되고 있는가'를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탄소중립기본법 제13조에서는 국가기후위기대응위원회가 국가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의 추진 상황을 매년 점검하도록 하고 있다. 2024년 12월 유엔총회는 최고감사기관이 각국 정부의 지속가능발전목표 달성과 기후대응을 독립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점을 공식 인정했다. 정책의 완성은 입법과 집행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평가와 감사라는 마지막 고리가 있어야 한다는 인식이 국제적 합의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이 흐름은 각국 정부 차원에서의 대응에만 머물지 않는다. 탄소중립 정책과 실행의 접점에 선 공공기관일수록 국가가 수립한 감축목표 이행보조를 위해 '감사는 무엇을 묻고 봐야 하는가'라는 질문은 더욱 고민이 짙어진다. 정부의 탄소중립 목표는 국회와 언론의 시선이 늘 따라붙는 반면, 공공기관 같은 실행기관의 개별 사업성과는 출연·보조금 집행보고서 안에 묻혀 있기에, 실제 이행 여부를 감시해야만 수면 위로 드러난다.
공공기관은 이미 탄소중립기본법 제10조에 따른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에 따라 사실상 탄소중립 이행에 대한 법적 의무가 있으며 이에 따라 예산의 수립과 집행, 사업의 선정과 추진 등 모든 활동에서 기후위기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할 의무가 있다.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이사회나 경영진과는 독립적으로 기관업무 전반을 독립적으로 점검할 권한과 책무를 갖는 감사는 각 기관의 ESG·재생에너지 담당부서가 탄소중립을 위한 실행을 얼마나 이행하고 있는지를 이제는 실질적인 점검을 해야 할 때가 왔다.
이러한 기후감사의 관점에서는 보급목표와 실제 달성치가 어떤 방법론으로 산출됐는지, 외부검증을 거쳤는지, 예산이 목적에 맞게 집행됐는지, 위원회 회의록을 통해 실제 의사결정이 이루어졌는지, 이전 감사 지적사항이 올해도 반복되는지가 점검의 포인트가 될 것이다. 다행히 이 점검을 처음부터 새로 설계할 필요는 없다. 국제표준화기구의 온실가스 회계원칙처럼 이미 검증된 기준이 있고, 원격 계측데이터 같은 외부검증 수단도 갈수록 활용하기 쉬워지고 있다. 핵심은 '감축설비가 설치되었는가'라는 절차적 사실이 아니라 '감축량이 실제로 늘고 있는가'라는 성과의 실체를 묻는 것으로 나아가야 한다.
탄소중립선언이 넘쳐나는 지금, 정작 필요한 것은 그 선언이 현장에서 숫자로 증명되고 있는지를 감시하는 눈이다. 성과와 한계를 짚고 개선방안까지 제시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때, 정책은 비로소 국민의 신뢰를 얻고 효용을 얻게 된다. 비록 공공부문 위주로 살펴보았지만 앞에서 살펴본 기후감사의 필요성은, 미래세대와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라도, 민간기업 또한 선택이 아니라 필수적으로 살펴보아야 할 우리 시대의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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