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스테이블코인 은행부터 하자"던 한은, 알고보니 CBDC 프로젝트 삐걱

  • 은행권, '한강 프로젝트' 재원 마련과 한은 독주 불만

  • 스테이블코인 한은 주도권도 의심…비은행 접촉 대응

  • 유상대 부총재 "2차 실험 은행과 충분히 협의해 진행"

  • "원화 스테이블코인 은행→비은행 점진적 확대 바람직"

연합뉴스
[연합뉴스]
한국은행이 추진하는 CBDC(중앙은행 발행 디지털화폐) 사업이 실험 단계에서부터 난관에 봉착했다. 은행권에서는 장기비전이 없는 데다 비용만 떠안아야 하는데 CBDC 2단계 실험 참여까지 요구하자 반발이 커지는 분위기다. 그동안 "비은행이 아닌 시중은행부터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도입하자"며 은행권과 함께 스테이블코인 주도권을 확보하려던 한은의 구상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연합회는 이창용 한은 총재와 18개 회원사 은행장 간담회에서 '한은 관련 업무 현안 사항' 보고서를 배포했다. 이 보고서에서 은행권은 '한강 프로젝트'와 관련해 "현재 진행 중인 1차 테스트 사업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으나 후속(2차) 테스트 진행의 경우 한은과 이견이 존재해 조율 중"이라며 "후속 테스트 내용을 고려할 때 단순히 기존 테스트의 연장이 아니라 새 사업과 동일한 수준의 내부 절차가 필요하다"고 어려움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강 프로젝트는 은행 예금을 CBDC와 연계한 토큰으로 변환한 뒤 실생활에서 결제 수단으로 사용하는 실험이다.

구체적으로 2차 테스트 범위가 개인 간 송금과 추가 가맹처 발굴로 확대되면서 의심거래보고제도(STR)·이상거래감지시스템(FDS) 등 정책 요건과 추가 전산 개발, 사업 예산 집행 등이 필요하다는 게 은행들의 지적이다. 은행권은 한은에 "후속 테스트를 진행하려면 한은과 은행 모든 유관 부서가 참여하는 'CBDC 일반 이용자 실거래 테스트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테스트 이후 상용화 계획까지 포함한 장기 로드맵을 수립한 뒤 이를 바탕으로 사업 일정을 현실적으로 재조정해달라"고 요청했다.

은행권이 지목한 가장 큰 어려움은 한강 프로젝트 재원 마련이다. 1단계 테스트에 참여한 6개 시중은행에 따르면 각 은행은 한강 프로젝트 관련 인프라 구축과 마케팅에 최대 60억원 가까이 투자했다. 6개 시중은행이 참여한 것을 감안하면 이를 위해 약 300억원이나 지출한 셈이다. 송금 실험을 포함한 2차 프로젝트를 강행한다면 별도의 추가 투자가 필요한 만큼 은행권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은행권은 스테이블코인과 관련한 한은의 주도권도 의심하고 있다. 은행권은 보고서에서 "스테이블코인 정책 방향과 관련해 한은과 금융위원회의 의견 조율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한은은 비은행 금융기관의 스테이블코인 발행은 사실상 내로우뱅킹(대출 없이 지급기능만 수행하는 제한된 은행)을 허용하는 것이므로 감독 가능한 은행권부터 발행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여당은 비은행 허용을 염두에 두고 있으며, 금융위도 확답을 하지 못한 상황이다. 따라서 은행권은 합작법인을 설립해 공동으로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는 사업모델을 구상하는 동시에 비은행 업체들과도 접촉하며 스테이블코인 법제화에 대비하고 있다. 

유상대 한은 부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은행권의 불만을 의식한 듯 "2차 실험의 시기와 내용은 은행과 충분히 협의하면서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금융규제 수준이 높은 은행을 중심으로 우선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허용하고 점진적으로 비은행 부문으로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금융시장 혼란과 이용자 피해 발생을 고려해 안전판을 마련하자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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