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과 베트남이 공동 개발한 소형 염수 정화 시스템이 메콩 삼각주 지역의 염해(해수 침입에 따른 피해) 문제 대응에 본격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는 기후 변화에 따른 물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한 양국 간 지속 협력의 대표 사례로 평가된다.
18일 베트남 현지 매체 브이엔이코노미(VnEconomy)에 따르면, 기후 변화로 인해 염해가 심화되고 있는 메콩강 삼각주 지역에서 베트남과 한국이 공동 개발한 소형 염수 정화 시스템이 실질적인 해결책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는 베트남-한국과학기술연구원(VKIST)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협력해 추진한 것으로, 주민들의 안전한 식수 접근성을 개선하는 데 실질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현재 메콩 삼각주 주민 중 국가 기준에 부합하는 물을 사용하는 비율은 약 57%에 불과하다. 특히 건기에는 수자원 오염으로 인해 많은 지역에서 집중식 수돗물 공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규모 수처리 시설 대신 VKIST-KIST는 지역 맞춤형 소형 담수화 시스템을 개발해 현장 적용에 나섰다.
시범 사업으로는 2021년 벤쩨(Ben Tre)성 탄하이 초등학교에 하루 2세제곱미터 처리 용량을 가진 첫 번째 시스템이 설치된 가운데 약 500명의 교직원과 학생들이 혜택을 보고 있다. 이어 2024년 8월에는 속짱(Soc Trang)성 쩐더이 민족학교에 두 번째 시스템이 설치돼 300명 이상의 식수 수요를 충족시키고 있다.
이 정수 시스템은 일반적인 역삼투압(RO) 방식에 비해 더욱 정교한 전처리 과정을 거친다. 먼저 철과 망간을 제거하는 망간사 여과, 냄새 제거용 활성탄 여과, 미세 여과를 거쳐 RO막으로 염분과 미생물을 제거하며, 마지막으로 자외선(UV) 살균 단계를 통해 최종 정화를 수행한다. 이로 인해 시스템의 내구성이 높고 유지비용이 적게 들며, 장기적 운용이 가능하다.
에너지 또한 태양광을 활용하여, 평균 일일 일조량이 8.5시간에 이르는 메콩 삼각주 지역의 자연 조건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모든 설비는 컨테이너 형태로 구성되어 있어 이동과 설치가 용이하다.
메콩 삼각주 지역은 기후 변화로 인한 염해가 해마다 심각해지고 있다. 2020년에는 2016년 대가뭄보다 염도 수치가 훨씬 높았으며, 담수 취수 가능 지역이 내륙 40~75km까지 후퇴하고, 밤꼬(Vam Co)강에서는 최대 100km까지 염수가 침투했다. 허우(Hau)강, 코찌엔(Co Chien)강, 끄어띠에우(Cua Tieu)강, 끄어다이(Cua Dai)강 등 주요 하천들에서도 이례적으로 높은 염도 수치가 관측됐다. 이는 농촌 상수도 체계에 막대한 압박을 가하고 있으며, 근본적인 적응 대책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베트남 정부는 ‘국가 물관리 목표 프로그램’, 집중식 정수 시설 건설, ‘수자원법 개정안’ 등 다각적인 정책을 펼치고 있다. 농촌지역 내 깨끗한 물 이용률은 약 92%까지 상승했으나, 여전히 43%가량은 국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물을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같은 배경에서 VKIST와 KIST의 소형 염수 정화 시스템은 기술과 실용성을 결합한 한-베 협력의 모범 사례로 부각되고 있다. 향후에는 이 모델을 전국으로 확산시키는 한편, 장비의 현지화 및 설치 비용 절감도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이는 단순한 수처리 기술을 넘어, 기후 위기와 환경 불균형에 공동 대응하는 지속가능한 한-베 동반자 모델로서 그 의미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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