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7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이 이란의 원유 수출 거점을 타격할 경우 중국은 저렴한 이란산 원유 수입길이 끊길 수 있다고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이란은 현재 하루 약 170만 배럴의 원유를 수출하고 있으며, 이는 전 세계 원유 수요의 2%에도 못 미치는 규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8년 이란 핵합의(JCPOA) 탈퇴를 선언한 직후 미국이 이란산 원유에 대한 제재를 전면 복원한 영향이다.
이후 대부분 국가들이 이란산 원유 수입을 중단하면서 이란은 원유 가격을 낮췄다. 또 이란은 선박 위치 신호를 송수신하는 장치를 끈 상태로 운항하는 ‘그림자’ 선단을 활용해 원유를 은밀하게 운송해왔다.
시장조사업체 아거스 미디어의 중국 원유 담당 부사장 톰 리드에 따르면 현재 이란 원유는 제재를 받지 않는 오만의 수출 블렌드보다 배럴당 약 2달러(약 2760원) 저렴하다. 2023년에는 평균 11달러, 2024년에는 4달러의 가격차가 났지만 이스라엘과의 충돌 우려와 미국의 제재 강화 가능성으로 인해 이 가격차가 줄어든 상태다.
이란산 원유에 대한 수요가 거의 없어 중국 정유사들은 협상에서 우위를 점한다. 아울러 이란 원유가 제재를 대상이어서 달러가 아닌 위안화로 거래돼 이란은 중국산 상품 구매 외에는 원유 수익을 소비할 길이 거의 없다. 이에 따라 중국에 대한 의존도는 더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스라엘이 이번 무력 충돌을 통해 이란의 정권 교체를 목표로 한다면 카르그섬을 공격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경우 이란의 원유 수출 대부분이 중단될 수 있다. 페르시아만의 카르그섬은 이란의 핵심 석유 수출 인프라가 모여있다.
다만 이는 국제 원유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고, 미국 정부와의 관계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내 휘발유 가격 상승을 경계하고 있다.
이란이 원유 수출을 중단할 경우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예비 생산량을 활용해 공급을 늘려 시장에 대한 충격을 어느 정도 흡수할 수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는 하루 400만배럴 이상의 예비 생산량을 보유하고 있다.
골드만삭스 분석에 따르면 과거 공급 충격이 발생했을 때 이 두 국가가 약 6개월 안에 감소한 물량의 80%를 대체 공급한 바 있다. 하지만 이럴 경우 중국 민간 정유사들은 이란산 원유를 더 높은 가격에 원유를 구매해야 해서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