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준 칼럼]  시진핑 4연임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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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준 논설주간
[박승준 논설주간]

  
요즘 우리나라 유튜브 네트워크에 올라오는 중국 국내 정치 관련 OTT의 제목들을 보면 시진핑(習近平) 중국공산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 중앙군사위 주석은 이미 정치적 권력과 영향력을 상실하고 2선으로 쫓겨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시진핑 축출 임박했다…곧 대륙이 갈갈이 찢어진다.' '시진핑을 향하는 원로들의 칼…시진핑의 비참한 최후.' '시진핑의 후임자, 왕양(汪洋)인가, 후춘화(胡春華)인가.' '드러난 리커창(李克强) 암살 전모…시진핑의 작품이었다.'
'시진핑의 정치적 운명이 이미 끝장났다'는 무시무시한 시나리오에 군불을 때는 우리 유튜버들 중에는 전직 정보기관원도 있고, 현직 대학교수도 있으며, 재중(在中) 한인 동포도 있다. 이른바 ‘대륙 정치 전문가’라는 유튜버가 등장하는 대만 유튜브 OTT들은 우리 유튜브들보다 더욱 그럴싸하게 시진핑이 폭망했다는 시나리오를 엮어댄다. 이들은 “오는 8월 말에는 중국공산당 20기 중앙위원회 4차 전체회의, 즉 4중전회가 열려 시진핑의 실각 또는 2선 후퇴가 발표될 것”이라는 예언을 풀어댄다.
20기 3중전회가 작년 7월 15~18일 개최됐으니까 4중전회가 오는 8월 27~30일 개최된다는 개최 시기 예상은 상당히 그럴듯하다. 그러나 중국공산당 관례에 따르면 중앙위 전체회의 개최 여부는 대외비이며 실제로 개최된다고 해도 회의 마지막 날에 ‘공보(公報)’가 발표돼 회의 내용과 결론을 알려줄 뿐이다. 중국공산당은 아직 20기 4중전회 개최를 공지하지 않았다. 중국공산당은 5년마다 한 차례씩 개최하는 전국대표대회(전당대회)는 공개하지만 중전회는 비공개가 원칙이다.
우리나라와 대만 유튜버들이 “시진핑이 끝장났다”고 주장하는 시나리오는 대체로 두 가지 근거를 제시한다. 하나는 인민해방군 최고 통수권자인 시진핑이 중앙군사위 주석으로서 군 인사를 제대로 장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이고, 다른 하나는 2년 전 2022년 10월 22일 개최된 중국공산당 20차 당대회 폐막식 도중 인민대회당에서 강제 퇴장당한 시진핑의 전임자 후진타오(胡錦濤) 당 총서기가 영향력을 회복해 시진핑에게 정치적 공격을 가하고 있다는 구조로 되어 있다.
제1세대 지도자 마오쩌둥(毛澤東)이나 제2세대 지도자 덩샤오핑(鄧小平)과 달리 군인 출신이 아닌 시진핑이 인민해방군을 제대로 장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에는 실제로 발생한 인사 사고들이 증거로 제출된다. 2년 전 리위차오(李玉超) 로켓군(Rocket Army) 사령관이 부패 혐의로 숙청된 데 이어 지난해 6월 웨이펑허(魏鳳和)와 리상푸(李尙福) 두 국방부장(장관)이 7개월 간격으로 잇달아 당적을 박탈당했다. 로켓군은 원래 ‘제2포(第二砲)’로 불리던 화력지원 부대였는데 시진핑이 2012년 당 총서기 겸 중앙군사위 주석으로 취임하면서 국제 흐름에 맞춰 로켓군으로 편제를 확대했다. 그 로켓군 초대 사령관 저우야닝(周亞寧)도 숙청돼 종적을 감췄으며, 심지어는 인민해방군 최고 지휘부 중앙군사위원회 위원인 먀오화(苗華) 해군 상장도 기율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설상가상으로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 2명 가운데 정치공작을 담당하던 허웨이둥(何衛東)도 지난해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에 참석한 이후 실종 상태다. 더구나 허웨이둥의 전임 중앙군사위 부주석 쉬치량(許其亮)도 지난 2일 심장마비로 사망해 시진핑은 군부 문제를 의논할 상대를 잃었다. 쉬치량 빈소에는 시진핑과 리창(李强) 총리를 비롯한 정치국 상무위원 7명 이름이 새겨진 조화가 세워졌는데, 이들 7개 조화 끝머리에 2년 전 당대회 폐막 때 강제 퇴장당했던 후진타오(胡錦濤) 이름이 새겨진 조화가 세워져 중국 안팎에 화제가 됐다. 대만 유튜버들은 후진타오의 영향력 회복을 불쏘시개로 해서 원자바오(溫家寶) 전 총리를 비롯한 당 원로들이 지난 4월 25일 개최된 정치국 확대회의에 나와 시진핑의 과오를 비난했다는 확인되지 않은 소식을 전했다. 원로들 가운데 108세인 쑹핑(宋平) 전 조직부장까지 확대회의장에 나와 시진핑의 과오를 비난했다고 대만 유튜버들은 주장했다.
우리나라와 대만 유튜버들은 오는 8월에 열리는 4중전회에서 시진핑은 실권을 잃고 2선으로 물러날 것이라고 주장한다. 1976년 마오쩌둥이 사망하고 생전에 마오가 후계자로 지명한 화궈펑(華國鋒)이 실권자 덩샤오핑(鄧小平)에 의해 목숨과 지위는 유지한 채로 실권을 상실하는 방식을 시진핑도 겪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중국 관영 중앙TV는 16일 시진핑이 카자흐스탄에서 열리는 중국과 중앙아시아 5개국의 상하이협력기구 회의 참석을 위해 아스타나 공항에 도착해서 의장대를 사열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관영 미디어들은 시진핑이 지난 5일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 회담을 하고, 10일에는 한국 대선에서 당선된 이재명 대통령과 당선 축하 전화통화하는 모습을 보도했다. 중국 관영 미디어들의 보도 태도는 2년 전 2022년 가을 제20차 당대회에서 3연임에 성공하고, 2027년 가을로 예정된 중국공산당 제21차 당대회에서 임기 5년의 4연임을 예약해 놓은 시진핑의 운명이 바뀔 것이라는 어떤 단서도 보여주지 않고 있다.

필진 주요 약력

▷서울대 중문과 졸 ▷고려대 국제정치학 박사 ▷조선일보 초대 베이징 특파원 ▷인천대 중어중국학과 초빙교수 ▷최종현학술원 자문위원 ▷아주경제신문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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