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란은 종이호랑이(紙老虎)다", "이란은 세계에서 가장 겁 많은(慫) 나라"
이스라엘의 긴급 공습에 속수무책으로 당한 이란을 향한 중국 누리꾼들의 조롱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2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은 미국과 15일 핵군축 협상을 앞둔 이란을 향해 핵 시설은 물론 주요 핵과학자 군 수뇌부를 타깃으로 선제 공격을 단행했다. 예상치 못한 이스라엘의 기습에 허를 찔린 이란은 큰 피해를 입었다. 이스라엘의 공습 직후 이란도 반격에 나서며 양측의 무력 충돌이 이어졌지만 이스라엘 피해는 미미한 것으로 나타나 이란은 사실상 군사적으로 열세를 보였다.
이를 놓고 중국 누리꾼들은 "이란은 '종이호랑이'", "이스라엘에 할 수 있는 가장 큰 복수는 피의 복수를 뜻하는 붉은 깃발을 게양하는 것일 뿐", "이란이 쫄았다"는 등 조롱과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고 싱가포르 연합조보는 17일 보도했다.
특히 중국인들은 이란이 고농축 우라늄 시설 포기 등 핵 군축을 대가로 미국의 대이란 제재 해제를 맞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오판했다며 이는 어리석은 행동이라고 비판한다. 이란의 현실을 북한과 비교하며 "이란이 기습을 당한 것은 (핵 보유에 집착하는) 북한이 옳았음을 증명한 것"이라는 주장도 했다.
국가 주권, 영토 보전보다 통치 권력 유지에만 집착하는 이란 정권을 청 나라 왕조 말기의 중국에 비유하며 "이란군의 최정예인 혁명수비대는 마치 청 나라 팔기군과 같았다"는 비판도 나왔다. 청나라 최고 정예부대였던 팔기군이 청나라 말기 서방 8개 연합군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쓰러진 역사를 빗댄 것이다.
중국 누리꾼의 이러한 반응은 지난해 4월 이란이 이스라엘의 시리아 주재 이란 영사관 폭격에 따른 보복 차원으로 이스라엘을 전면 공습할 당시 이란을 지지한다는 동정론이 고조된 것과 비교된다.
미국과 무역전쟁을 치르고 있는 중국에서는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배후로 엿보이는 미국에 절대 무릎을 꿇어서는 안된다는 의지도 들끓는 모습이다. 한 누리꾼은 ‘항미원조(抗美援朝)’ 정신을 되새기며 "만약 중국이 당시 항미원조 전쟁에서 후퇴했다면 미국이 오늘날 이스라엘이 되고, 우리가 오늘날 이란이 됐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중국은 한반도 6·25 전쟁을 미국에 맞서 북한을 도왔다는 뜻의 '항미원조전쟁'이라고 부르며 의미를 부여한다.
중국인들 사이에선 이란이 공격당한 것은 미국에 무릎을 꿇고 타협한 대가라는 점을 강조하며 미국과의 패권전쟁에서 중국이 절대 물러서지 않아야 한다는 의지를 재차 불태우는 애국심도 고조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중국 정부는 이란을 공습한 이스라엘을 강력히 비판하며 당사자들이 대화와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조건을 조성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앞서 중국 외교 수장인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겸 외교부장은 이란과 이스라엘 외무장관과 연이어 통화하며 “중국은 이스라엘이 이란의 주권과 안보, 영토 완전성을 침해한 것을 명확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중동발 위기 고조 현상에 대해 중재자 역할을 모색하는 중국은 미국과도 각을 세우고 있다. 중국 환구시보는 17일자 사평에서 "이스라엘에 특별한 영향력을 가진 국가로서 미국은 특히 언행에 있어 마땅한 대국으로서의 책임을 져야 한다"며 "미국이 지역 분쟁 완화에 건설적 역할을 하기는커녕 파괴를 자행하는 수준은 일류라는 게 사람들이 오랫동안 갖고 있는 보편적 인식"이라고 꼬집었다. 또 사평은 "많은 전문가들은 미국이 '최대 압박' 수단으로 이란을 압박하려는 시도가 이번 이스라엘-이란 정세의 급격한 악화의 중요한 동인이라고 보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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