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DR4 가격이 급등하면서 DDR5로의 전환을 노리는 삼성전자가 반색하고 있다. 올해 말 DDR4를 단종하고 내년부터 DDR5로 전환하는 삼성전자로선 두 제품 간 단가 차이가 줄어들면서 DDR5 수요 증가 등 자연스러운 시장 전환기를 맞을 전망이다.
15일 시장조사업체 D램 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 13일 DDR4(16Gb·2Gx8)의 현물 거래가격은 6.46달러로 석 달 전(2.934달러)과 비교해 2배 이상 올랐다. 이는 신형인 DDR5 가격 5.85달러를 뛰어넘는 가격이다. 구형 D램인 DDR4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가장 큰 이유는 트럼프 대통령이 해외에서 제조된 전자제품에 관세를 부과하기로 하면서 관세 유예기간이 끝나기 전 소위 '사재기' 수요가 몰렸기 때문이다.
여기에 2분기 들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이 향후 DDR4 생산을 중단한다고 선언하면서 가격이 급반등했다. 무리하게 반값을 고수하던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도 지난달 말 수익성 악화로 DDR4 생산 중단을 선언했다.
삼성전자는 CXMT가 교란시킨 DDR4 시장에서 빠져 나와 DDR5로 나아가려 한다. 올 1월 콘퍼런스 콜에선 "지난해 30% 초반 수준이었던 DDR4 매출 비중을 올해 한 자릿수 수준까지 가파르게 축소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 같은 계획에 맞춰 이달까지 고객사에 DDR4 주문 종료(LBO) 공지를 완료하고, 연말까지 DDR4 모듈 생산을 완전 중단할 예정이다. 동시에 설비 교체를 통해 내년부터 DDR5 생산 체제로 완전 전환을 계획하고 있다.
삼성전자로선 남은 DDR4 재고를 높은 단가에 판매하고, CXMT가 아직 따라오지 못한 DDR5로 넘어갈 수 있는 구도가 마련된 셈이다. 최근 DDR4와 DDR5 단가가 역전될 정도로 DDR4 가격이 치솟으면서 내년에 DDR5 가격 경쟁력을 자연스럽게 확보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삼성전자는 중국과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DDR4에서 경쟁사들보다도 빨리 손을 떼고 높은 기술이 요구되고 가격도 더 비싼 고대역폭메모리(HBM)와 DDR5 등 고품질 전략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구제품 가격이 급등하면 한국이 우위를 가진 선단 제품과의 가격 격차는 줄어들 수 있다"며 "중국 D램 업계가 기술적 한계로 고부가 제품 대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전략 변화는 중국의 추격에 따른 리스크를 낮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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