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그룹이 연이은 위기 상황을 계기로 '경영의 본질'에 다시 집중하며 신뢰 회복과 근본적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인공지능(AI)과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미래 전략에 그룹 역량을 집중하고, 비핵심 자산 정리와 지배구조 개편을 통해 경영 체질을 전면 쇄신한다는 방침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지난 13일부터 이틀간 이천 SKMS연구소에서 최태원 회장, 최재원 수석부회장, 최창원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등 주요 경영진 2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경영전략회의를 열고 그룹 운영 전반을 점검했다. 경영진은 복합 위기 상황의 원인과 대응 실패 요인을 되짚으며 “기업 운영의 기본을 소홀히 했던 부분이 위기의 본질적 원인”이라는 데 뜻을 모았다.
이들은 위기 극복의 해법으로 '본질로의 회귀'를 제시했다. 회의에선 경영 운영 원칙을 재정비하고, 중장기 전략의 우선순위와 실행 방식을 조정하는 작업도 병행됐다. SK그룹 관계자는 "지금은 신뢰 회복이 가장 중요한 시점"이라며 "본원적 경쟁력을 다시 갖추지 않으면 시장과 사회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SK그룹은 지난해부터 추진해 온 사업구조 리밸런싱과 지배구조 개편의 성과를 이번 회의에서 점검했다. 지주사 SK㈜는 포트폴리오 관리 기능을 CFO(최고재무책임자) 산하에서 CEO 직속으로 조정해 실행력을 높였고, 공정거래위원회 기준 계열사 수도 기존 219개에서 198개로 줄였다. 하반기에는 SK실트론과 SK에코플랜트 자회사 등 일부 비핵심 자산 매각도 본격 추진할 예정이다.
최근 발생한 SK텔레콤 고객정보 유출 사태도 핵심 안건으로 논의됐다. 그룹은 이를 계기로 보안 체계를 전면 재정비하고 있다. 독립기구인 '정보보호혁신특별위원회'를 신설해 그룹 차원에서 보안 거버넌스를 강화하고, SK텔레콤은 유심 전면 교체와 보안 인프라 확대 투자를 진행 중이다.
이번 회의의 중심에는 AI와 반도체 중심의 미래 전략이 있었다. SK는 이미 지난해,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반도체 밸류체인 고도화, AI 인프라 구축, 에너지 솔루션 등 신성장 분야에 2026년까지 총 100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 중 80조원은 이미 투자 여력을 확보한 상태다. 최 회장은 AI를 "국가 경제의 생존을 좌우할 핵심 경쟁력"으로 규정하며, 단기 수익성보다 장기적인 생태계 구축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SK그룹은 AI·반도체 등 전략 산업이 정부의 정책 방향과도 궤를 같이한다고 보고, 향후 정책 연계형 투자도 강화할 방침이다. 단순 기술 확보를 넘어 산업 생태계 전반의 성장과 일자리 창출, ESG 기여까지 고려한 전략이 추진된다. 재계 관계자는 "정부 정책과 연계한 민간 주도의 대규모 투자가 산업의 활력을 되살릴 수 있다"며 "SK의 행보는 그 선도 사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SK 경영진도 "리더들이 앞장서서 구성원이 역량과 패기를 발휘할 수 있는 '수펙스(SUPEX)' 환경을 조성해 '한마음 한뜻'으로 위기를 극복해 나가겠다"고 결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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