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정부 정책 기대감에 코스피가 급등하면서 증시 하락에 베팅하는 투자자가 늘었다. 상승장에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소식이 찬물을 끼얹으면서 공매도, 인버스 투자자들의 선택이 성공적이었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2일 공매도 거래대금은 1조618억원으로 집계됐다. 공매도 거래대금이 하루에 1조원을 넘긴 건 지난 4월 9일 이후 2개월 만이다. 전월 일평균 공매도 거래대금이 5484억원이라는 점과 비교하면 2배 가까이 늘었다.
대차잔고도 증가세다. 지난 12일 기준 대차잔고는 87조1869억원으로, 공매도 전면 재개 이후 가장 큰 규모를 기록했다. 대차잔고는 투자자가 증권사로부터 주식을 빌려온 뒤 아직 갚지 않은 물량을 뜻한다. 국내는 무차입 공매도가 금지돼 있어 공매도를 위해서는 대차거래가 필수이므로 공매도의 선행지표로 여겨진다.
개인투자자들도 주가 하락에 베팅하고 있다. 최근 7거래일 동안 개인투자자 순매수 1위는 상장지수펀드(ETF)는 'KODEX 200선물인버스2X'로 3096억원어치를 샀다. 이는 일명 '곱버스'로 불리는 코스피200 선물 지수의 일별 수익률을 역방향으로 2배수를 추적하는 ETF다.
KODEX 200선물인버스2X의 거래량도 증가했다. 대통령 선거 이후 지난 5일부터 매 거래일마다 거래량이 약 3억주에 달했다. 이 ETF의 지난달 평균 거래량은 1억1653만주가량이었다.
개인투자자는 'KODEX 인버스'와 'KODEX 코스닥150선물인버스'도 각각 862억원 순매수했다. 주가가 단기간 급등하면서 차익 실현 매물이 나오면 주가가 하락할 것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달 매 거래일 순매수를 지속하던 외국인은 지난 12일 순매도로 전환했다. 7거래일 연속 상승하던 코스피는 12일 0.87% 내렸고 코스닥은 2.61% 급락했다. 단기 과열 부담과 중동 지정학적 긴장감 확대에 다시 2900선 아래로 내려갔다.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습했다는 소식이 국내 증시에도 하방 압력으로 작용했다. 국제유가(WTI)가 장 중 14% 급등했고, 미국 나스닥100 선물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선물도 하락했다.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서 원·달러 환율도 12일 하루 만에 10.9원 상승하는 등 위험회피 심리가 커졌다.
증시 상승랠리에 급제동이 걸리면서 조정이 길어질지 투자자의 관심이 쏠린다. 미국발 관세전쟁으로 국내 수출과 글로벌 경기가 후퇴하는 흐름 역시 이번 사태로 인한 악영향을 키울 수 있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지정학적 갈등의 파급력이 커질지 확인이 필요하다"며 "유가 등 가격 상승이 지속될 경우 물가 상방압력을 높이고 금리 인하 기대를 낮출 것"이라고 말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전면전만 아니라면 단기간의 변동성 확대 이후 (증시가) 안정세를 보일 것"이라면서도 "다만 기업 이익이 둔화하는 와중이라는 점에서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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