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인공지능(AI) 투자 판도가 양극화 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의 AI 투자는 내수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스탠퍼드 인간중심 인공지능(AI) 연구소가 최근 발간한 'AI 인덱스 2025'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민간 AI 투자는 1508억 달러(약 208조원)로 집계됐다.
2021년 이후 처음으로 반등에 성공한 수치로, 전년 대비 44.5% 증가했다. 신규 투자를 유치한 AI 기업 수 또한 8.4% 늘어나며, 생성형 AI의 본격 상용화와 함께 민간 자본이 다시 기술 중심 AI 스타트업으로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은 전체 민간 AI 투자금의 72%에 달하는 1091억 달러를 기록하며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고, 중국이 93억 달러로 그 뒤를 이었다. 스웨덴(43억 달러), 캐나다(28억 달러) 등도 상위권에 포진하며 활발한 민간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한국의 민간 AI 투자액은 13억3000만 달러로 전 세계 11위 수준이다. 전년 대비 투자액과 순위 모두 하락했다.
AI 산업은 민간 중심의 투자를 통해 빠르게 성장하는 구조다. 고성능 컴퓨팅 인프라, 대규모 데이터, 우수 인재 확보 등 모든 기반은 주로 벤처캐피털(VC)이나 대형 테크기업의 투자로 이뤄진다. 민간 투자가 끊기면 기술 고도화는 물론, 글로벌 경쟁력 확보 자체가 불가능하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글로벌 투자 흐름에 뒤처지는 이유로 '내수 중심의 AI 전략'을 꼽는다.
최재식 카이스트 AI학과 교수는 "AI 연구개발(R&D)의 본질은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기술 개발이지만, 한국 기업들의 투자는 여전히 국내 수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글로벌 진출 가능성이 낮아지면, 자연스럽게 민간 자본 유입도 제한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현재 AI 서비스는 대부분 클라우드 인프라 위에서 작동하는데, 한국 기업들은 글로벌 클라우드 생태계에서 존재감이 미미한 상황이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등 글로벌 기업들이 수십조원을 클라우드·GPU 인프라에 투자하는 동안, 한국 기업들은 많아야 1~2조원 규모에 그치고 있다.
최 교수는 "마이크로소프트가 클라우드에 수백억원을 투자할 때, 국내 기업은 그 1% 수준도 감당하기 어렵다"며 "이는 단순히 기업의 의지 부족이 아니라 한국이라는 내수 시장의 구조적 한계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업계에서는 단기적인 산업 육성책을 넘어, 한국의 AI 전략 자체가 글로벌 가치사슬에 편입될 수 있도록 구조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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