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젠슨 황의 'GPU 도박'… 게임용 칩서 AI 혁명 이끌다

  • 젠슨 황과 측근들·과학자 인터뷰

  • 글로벌 기술기업의 탄생과정 담아

  • 1993년, 서른살에 설립한 엔비디아

  • GPU·병렬 컴퓨팅 시장 개척 이뤄

  • 카리스마·괴짜 인재들도 성공비결



생각하는 기계
 

“이 모든 것-이 모든 돈, 이 모든 인재, 이 모든 혁신-은 단 하나의 기업을 통할 터였다. 이 모든 것이 엔비디아를 거치게 될 것이었다.” <엔비디아 젠슨 황, 생각하는 기계> (396쪽)
 
인공지능(AI)을 둘러싼 전 세계 기술 개발 전쟁은 어떤 방향으로 가든 ‘엔비디아’를 통하게 돼 있다. 젠슨 황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독점 기업 엔비디아의 최고경영자(CEO)다. 그의 공식 자서전 <생각하는 기계>는 대만에서 태어나 어린 나이에 홀로 미국으로 이민 간 젠슨 황이 글로벌 거대 기술 기업을 키워낸 과정에 초점을 맞춘다.

이 책은 젠슨 황의 성공담만 다루지 않는다. 저자인 스티븐 위트는 젠슨 황과 그의 측근들, AI 혁신을 이끈 과학자 등과의 인터뷰를 책에 담았다. 이를 통해 게이머들이 열광했던 PC 게임용 칩이 AI 혁명의 핵심 동력인 ‘GPU’가 된 여정을 보여준다. 자서전을 통해 젠슨 황의 성공을 이끈 요인들을 정리했다. 
도박 
젠슨 황은 승승장구하던 직장 생활을 그만두고 서른 살이 되던 해인 1993년에 엔비디아를 세웠다. 당시 그는 35개 기업이 치열하게 경쟁하던 게임용 그래픽 시장에 진출했다. 그는 ‘모든 것을 거는’ 도박 정신으로 경영에 임했다. 1996년에 NV1 문제로 회사가 휘청이자 에뮬레이터를 도입해 프로토타입 단계 등을 건너뛰었다. 그 덕분에 타사보다 두 배나 빠른 6개월 주기로 신규 그래픽카드를 출시할 수 있었다. 2001년 엔비디아에 맞설 수 있는 회사는 AT1 테크놀로지스뿐이었다.
 
젠슨은 비즈니스적이면서도 기존 비즈니스 논리를 거슬렀다. PC게임 시장 등 틈새시장을 공략했고 쿠다 등 존재하지 않지만 엄청난 성장 가능성이 있는 '제로 빌리언 달러 시장'에도 주목했다.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데 전력을 쏟았다. 인텔이 ‘무어의 법칙’에 매달려 CPU, 직렬 컴퓨팅에 매몰돼 있을 때 엔비디아는 GPU, 병렬 컴퓨팅 시장을 개척했다.
황의 분노
회사를 흔드는 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젠슨 황은 모든 직원을 불러 책임자를 일어서게 한 후 잘못을 하나하나 말하도록 했다. 이는 ‘황의 분노’로 통한다. 황의 리더십은 카리스마, 유머, 애정을 겸비했다. 직원들은 황을 실망시키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한다. 엔비디아 주가 급등으로 벼락부자가 된 직원 다수가 황의 분노를 견디며 기술적 난제를 해결하는 데 도전하고 있다. 또한 젠슨 황은 전 직원 각자가 진행 중인 다섯 가지 업무 목록을 요약한 이메일 2만통을 금요일마다 받아 이 중 일부를 무작위로 골라 읽는다. 이를 통해 오픈AI가 GPU 1000개를 점유해 대규모 언어모델을 훈련 중이란 사실을 파악했다.
인재와 괴짜 
인재 영입에도 집중했다. 엔비디아로 이직하는 엔지니어들은 기존에 몸담았던 회사의 독점 기술을 가져왔고, 이는 법적 분쟁으로 이어지기 일쑤였다. 특히 그는 괴짜 과학자들을 좋아했다. 브라이언 카탄자로 등이 젠슨 황이 병렬 컴퓨팅과 AI의 융합이 다가올 것이란 점을 설득할 수 있는 유일한 대상으로 본 이유다. 

엔비디아 밖 괴짜 과학자들은 AI 혁명을 이뤄냈다. 신경망 연구가 외면받던 2000년대 후반 제프리 힌턴, 알렉스 크리제브스키, 일리야 수츠케버는 엔비디아 GPU를 활용해 컴퓨터가 이미지를 보는 법을 학습시키는 데 성공했다. GPU가 CPU보다 수백 배 빠르게 신경망을 훈련시킬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됐고, 신경망은 알렉스넷, GPT-1, 챗GPT 등으로 발전했다.
게이머
엔비디아가 ‘제로 빌리언 달러 시장’에 투자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충성 고객인 게이머들이 있었다. PC 게임 황금기에 게임 플레이어들은 엔비디아의 그래픽 카드를 대거 사들였다. 닷컴 버블 붕괴 등에도 엔비디아는 계속 성장할 수 있었다. 젠슨 황은 게이머들의 지갑에서 나온 돈을 미래 혁신 기술에 재투자했다. GPU란 이름을 정한 것도 엔비디아다. 엔비디아는 게임 리뷰어들에게 연락해 그래픽 카드인 지포스가 세계 최초의 그래픽 처리 장치, 즉 GPU라고 알렸고, 이때부터 그래픽 가속기는 GPU로 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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