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뷰] 대분열의 시대를 넘어서려면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 취임선서식에서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사진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4일 국회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 취임선서식에서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사진=국회사진기자단]
최근 취미로 하는 밴드에서 'U2'의 'One'(원)이라는 곡을 무대에 올렸다. 1991년 앨범으로 발매돼 이미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곡이지만 노래에 담긴 감정과 메시지를 더 잘 표현하기 위해 가사를 다시 곱씹어봤다. 

노래 속 "We’re one, but we’re not the same." '우리는 하나지만 같지 않다' 정도로 직역되는 이 구절은 처음 들었을 때보다 최근에야 더 많은 생각을 갖게 하는 가사다. 각자의 차이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하나 됨'을 향해 나갈 수 있다는, 불완전하지만 깊이 있는 희망의 선언으로 들린다. 

대선이 끝났지만 우리 사회의 분열은 봉합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정치적 대립이 극단으로 치닫고 세대와 계층, 지역 간 불신은 더 커지고 있다. 진영에 따라 언어가 다르고 같은 사안을 두고도 전혀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사람처럼 느끼고 말한다. '생각이 다르면 적'이라는 말이 더 이상 과장이 아니다.
 
‘다름’에 대한 사회적 피로감도 극에 달하고 있다. 목소리를 내는 사람은 많아졌지만 그들의 말은 존중되기보다 서로를 향한 공격과 배척으로 이어진다. 다르다는 이유로 혐오하고 무시하고 침묵시키려 한다. 마치 하나가 되려면 똑같아야 한다는 그릇된 믿음이 사회를 지배하는 듯 보인다.

우리는 흔히 다름을 경계하고 불편해한다. 내 생각과 다른 의견, 내 방식과 다른 삶, 내 기준과 다른 신념을 쉽게 ‘틀린 것’으로 간주한다. 하지만 다름은 틀림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다름을 인정한다는 것은 다른 의미에서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겸손이자 ‘네 경험도 소중하다’는 존중이다. 궁극적으로 ‘우리 모두 공존할 수 있다’는 희망에 대한 확신이다.

우리는 다르지만, 그렇다고 서로가 반드시 적이 돼야 할 필요는 없다. 다른 생각, 다른 배경, 다른 방식의 삶이 어우러질 수 있는 사회야말로 건강한 공동체다. 하지만 지금은 다름을 인정하기보다 공격하고 지우려 하는 목소리가 더 크다. 정치 지도자들조차 분열을 통치의 도구로 삼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U2의 One은 한때 갈등을 겪던 밴드 멤버들이 해체 위기 직전에 만든 곡으로 알려져 있다. 서로 상처 입고 같은 길을 걷지 못할 것 같았던 이들이 '다름 속의 하나 됨'을 노래하며 다시 손을 잡았다. 이 노래는 사랑과 용서, 이해와 공존을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정치나 종교, 국가, 공동체를 초월해 인간 존재의 본질에 대해 묻는다.

지금 필요한 건 통합의 리더십이다. 사회 통합은 단순한 슬로건이 아닌 정치적 책임이자 시대의 명령이다. 대분열 시대에 지도자에게 요구되는 덕목은 '결단력'만이 아니다. 사회는 다름을 껴안을 줄 아는 '포용력', 고통받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공감력'이 더 필요한 시기다. 

지난 4일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사를 통해 분열의 정치를 끝낸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를 갈라놓은 혐오와 대결 위에 공존과 화해, 연대의 다리를 놓고 꿈과 희망이 넘치는 국민 행복 시대를 활짝 열어젖힐 시간”이라고 했다. 

누군가를 더 비판하거나 상대 진영을 몰아세울 시간이 이제는 없다. 우리가 직면한 경제적 위기, 기후변화, 저출산과 같은 문제들은 서로 싸우는 사이에 결코 해결되지 않는다. ‘같이 살기 위한 최소한의 룰’과 ‘함께 나아갈 수 있는 방향’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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