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수증은 소비의 끝이 아니라, 기억의 시작이었다. 작고 얇은 종이 한 장에 하루의 감정, 관계, 선택이 담겼다. 25년 동안 모은 영수증은 곧 나의 삶이 되었고, 그 조각들을 모은 정신 작가는 다시 자신을 들여다보게 되었다. 그와 이야기를 나눴다.

어떤 직업을 가지고 있나
-카피라이터이기도 했고 마케터이기도 했다. 24살에 책을 내고 24년만에 48살에 다시 책을 냈다.
책 '정신과 영수증' 소개부탁드린다
책을 쓰고 나니까 정신과 상담을 받고 영수증을 받은 것처럼 저의 지난 시간들을 돌아보고 정리해보면서 미래로 갈 수 있는 지점이 됐다.
24년 전 영수증을 처음 모았을 때와 지금 영수증을 모을 때는 어떻게 다른가
- 처음에는 영수증을 모으는 걸 기록이라고 생각했는데 영수증들이 많이 늘어나니까 다 모아서 이야기를 만들기 보다 정리를 하게 됐다. 그 정리가 곧 편집이 됐다. 없애고 싶은 과거들을 뺄 수도 있고 시간의 순서를 바꾸기도 하면서 조금 더 기억하고 싶은 건 늘리고 감추고 싶은 건 감추면서 편집한다.
영수증을 다 모으나. 버리기도 하나
-99.9%를 모으지만 안좋은 기억들이 담긴 영수증은 안받을 때도 있다.
어쩌다가 처음 영수증을 수집하게 됐나
-24살 때 광고를 전공하고 사이이다 라는 친구랑 광고 회사를 운영 하고 있었는데 다른 큰 회사에서 투자를 받았는데 연말정산을 위해서 영수증들을 보관했다. 그것들을 모으면서 영수증 모으기가 시작됐다.

정신 작가에게 영수증은 어떤 의미인가
- 살아가는 이야기다. 살아가는 이야기들이 영수증에 담겨있다. 영수증을 하루이틀 모으면 모를 수 있지만 한달-1년 정도 영수증을 모으고 기록하다 보면 올한해가 어떻게 흘러갔는지 알 수 있는 삶의 기록이다.
영수증은 소비를 해야 받는건데 아끼는 것과 아끼지 않는 게 있나
-먹는 것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다. 관심사가 넓어서 경험해보는데 돈을 아끼지 않는다.
영수증을 수집한게 마케팅을 하면서 어떤 도움이 됐나
-마케팅도 하고 카피라이터도 해서 제 글을 보고 단순한 수필 같기도 하지만 카피라이터가 쓴 제품의 애정이 담겨있는 일기 같기도 하다는 분들도 있다. 카피라이터를 한 경험들이 글에 묻어나오는 것 같다. 예전에 했던 소비들을 돌아보고 데이터적인 관점에서 다루다 보니까 제가 하는 마케팅일에도 도움이 됐다.
영수증을 오래 보관하는 팁이 있나
- 연도별로 잘모아서 봉투에 넣고 서랍에 넣어두는데 하루에 3장, 1년이면 기본으로 천장 정도 모인다. 저는 25년을 모아서 25만장이 됐는데 훼손되는 건 5장 정도 밖에 안된다.

매일의 영수증을 모으는 행위는 단순한 습관이 아닌 감정의 기록으로 느껴진다. 영수증은 단지 소비 내역이 아닌, 감정의 증명서라고도 생각할 수 있을까
- 삶이기 때문에 감정이 담기기도 하지만 감정의 증명서 뿐만 아니라 정보와 데이터가 담겨있기도 한다.
물건을 사는 행위와 인생을 사는 행위의 의미가 궁금하다
- 사는 것에 있어서 까다롭다. 새로운 브랜드를 탐구하고 내것으로 받아들이기까지는 오랜시간이 걸린다. 친해진 브랜드 제품을 사는 건 친구처럼 내 편에서 브랜드가 커가는 걸 보면서 즐겁게 여긴다. 살아가는 건 사는게 너무 재밌다. 미래를 예측하는 삶이 너무 즐겁다. 허락한다고 하면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다.

미국 생활이 작가님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나
- 한국에서는 사람들과 같이 노는 걸 엄청 좋아했는데 미국에서 하는 공부가 너무 재밌어서 집밖에 안 나가다 보니까 내향형이 됐다.
책에 담긴 인간관계나 자기 성찰에 대한 이야기는 어떻게 구상하게 됐나
-영수증을 소재로 하긴 했지만 저에 관한 얘기도 있고 영수증을 만드는 데까지 함께했던 사람들에 관련된 이야기도 많다. 이 관계를 잘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24세 때는 자기성찰에 대한 생각을 못했다. 40세가 돼서 다시 책을 내려고 영수증을 통해서 다시 새롭게 돌아보고 정리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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