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배두나 "엉뚱했던 '바이러스' 상상력, 현실이 돼 황당했죠"

영화 바이러스 배우 배두나 사진바이포엠스튜디오
영화 '바이러스' 배우 배두나 [사진=바이포엠스튜디오]
영화 '바이러스'는 이유 없이 사랑에 빠지는 치사율 100% 바이러스에 감염된 '택선'이 모태 솔로 연구원 '수필', 오랜 동창 '연우', 그리고 치료제를 만들 수 있는 유일한 전문가 '이균'까지 세 남자와 함께하는 예기치 못한 여정을 그린다.

배우 배두나는 극 중 연애 세포 소멸 직전, 바이러스로 인해 온 세상과 사랑에 빠진 번역가 '택선' 역을 연기했다. SF부터 스릴러 같은 장르물은 물론 사실주의 독립 영화까지 다양한 장르에서 활약한 그는 '바이러스'를 통해 오랜만에 밝고 명랑한 매력을 발산했다. 매 순간 다채로운 표정과 눈빛으로 '택선'을 그려낸 배두나는 사랑에 무기력하던 캐릭터가 갑자기 생기 넘치는 인물로 변모하는 과정을 설득력 있게 표현하며 극과 극의 감정 변화를 매력적으로 소화해냈다.

"저도 오랜만에 밝고 명랑한 역을 연기하게 돼 재밌었어요. 20대 초반에는 '위풍당당 그녀' 같은 발랄한 역할을 많이 맡았는데요. 요즘 친구들은 당시 작품을 보기가 어려우니까. 제가 그런 역할을 즐겨하던 배우라는 걸 잘 모르더라고요. 하하. '바이러스'는 감염된 상태로 어떤 걸 해도 재밌게 받아들일 수 있잖아요. '참 재밌게 잘 놀았다'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영화 '바이러스'는 2019년 크랭크인 했지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5년 이나 개봉이 미뤄졌다. 배두나는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하고 웃으며 이야기 나눌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며 주연 배우이기 때문에 마음이 무거웠다고 털어놨다.

"황당했어요. 우리 영화가 '연구소에서 시작된 의문의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감염시키게 되었다'는 이야기로부터 시작되잖아요. 이야기부터 핑크색 방역복까지 판타지였기 때문에 톡톡 튀는 부분이 있었는데 이게 판타지가 아닌 실제가 되어버리다니. 당시의 엉뚱함이 지금 보니 완전히 현실적인 이야기로 바뀌었더라고요. '택선'처럼 수퍼 항체를 가져 모두를 구할 수 있었으면 하고 생각하기도 했어요." 
영화 바이러스 배우 배두나 사진바이포엠스튜디오
영화 '바이러스' 배우 배두나 [사진=바이포엠스튜디오]

영화는 '택선'을 중심으로 모태 솔로 연구원 '수필', 오랜 동창 '연우', 그리고 치료제를 만들 수 있는 유일한 전문가 '이균' 등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 '택선'과 호흡을 맞춘다. 배두나는 "좋은 배우들과의 연기 앙상블로 '택선'의 매력까지 끌어올릴 수 있었다"고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설득력 있게 만들어 주는 배우들이라서 좋았어요. 김윤석 선배님, 문성근 선배님, 김희원 선배님, 손석구 씨, 장기하씨 모두 정말 고맙고 (함께 연기 할 수 있어서) 재밌었어요." 

배두나는 함께 호흡을 맞춘 배우들을 언급,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손)석구 씨와는 많은 작품을 했어요. '센스8' '최고의 이혼' 등 호흡을 맞췄죠. 그 친구는 어떤 기가 막힌, 반짝거리는 설정을 잘 만들어와요. 캐릭터가 돋보일 수 있는 설정을 추가하고 잘 녹여내는 거 같아요. (장)기하 씨는 연기하는 것 같지가 않아요. 정말 신기한 지점인데 노래도 그렇잖아요. 무슨 매력인지 모르겠는데 그게 장기하의 매력 같아요. 다른 역할은 어떤 모습일지 더 궁금해지더라고요. (김)윤석 선배는 공기가 달라지는 특징이 있어요. 예전에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님께서 '축구선수들은 내 앞의 공을 보는 게 아니라 드론처럼 위에서 경기 전체를 본다'고 하셨거든요? 그 말 자체 같아요. 영화 전체를 아우르는 관찰력과 통찰력이 있어요. 감독 경험이 있어서 그런 걸까요? 상대 배우를 디렉팅 하는 건 아니지만 완전히 그 인물이 될 수 있도록 만들어줘요."

그는 온전히 '택선'이 될 수 있었던 과정들을 언급하며 자신이 해석했던 인물의 면면들을 취재진에게 공유하기도 했다.

"'택선'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드러나는 건 아닌데요. 저는 연기를 위해 캐릭터에 전사를 부여하려고 했어요. 왜 그녀는 감염 전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했을까? 왜 그 삶이 싫었을지 상상하고 그녀의 아버지에 관해 상상했어요. 어머니는 등장하지만, 아버지는 나오지 않잖아요. 그녀가 아버지의 부재에서 오는 감정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또 소심한 성격으로 개구리 해부에 관해 반대하는 목소리도 내지 못했을 것 같았어요. 바이러스로 본인을 용감하고 정의롭게 기억하고 있다는 설정도 재밌었습니다." 
영화 바이러스 배우 배두나 사진바이포엠스튜디오
영화 '바이러스' 배우 배두나 [사진=바이포엠스튜디오]

"이균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후에 나타나는 증상들을 담은 장면이 편집되었어요. 그 장면들이 정말 귀엽거든요. 바이러스에 걸리면 용기가 생겨서 날 좋아하는 것 같고, 또 날 싫어하지 않게 될거라는 강한 자신감을 가지게 돼요. 그런 코믹한 부분이 빠졌는데 나중에 디렉터스 컷으로라도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그리고 중간에 택선이 이균이 격리된 후에 그리워하는 장면이 있는데 개인적으로 그 연기가 참 좋았거든요. 감정적으로나 연기적으로나 제가 특히 마음에 들었던 장면이에요. 지금도 너무 좋지만, 그 장면을 보면 택선의 마음과 시선을 따라가는 관객들이 이균을 더 매력적으로 느끼지 않았을까 생각돼요." 

배두나는 과거 자신의 명랑했던 면면이 담긴 작품들을 언급, 2006년 개봉했던 영화 '린다린다린다'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교생 밴드 음악영화인 이 작품은 서브 컬처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던바. 오는 8월 4K로 리마스터링 돼 극장에서 상영될 예정이다.

"'고양이를 부탁해' 20주년 리마스터링처럼, '린다린다린다' 재개봉 소식도 제겐 특별해요. 그 20년 사이 새로운 팬들이 생겨났는데, 제가 정말 자랑스럽고 좋아하는 작품인데도 ('린다린다린다'를) 보지 못한 팬들이 너무 많더라고요. 심지어 극장에서도 볼 수 없으니까요. 뿌듯한 건 20년 전 영화인데도 아직까지도 공감해주시고, 회자한다는 게 대단해요. 소녀들이 학교 축제를 위해 밴드를 구리게 되는 내용인데 그 작품을 보고 만들어진 밴드도 있다고 하고, 뮤지션들에게 영감을 주기도 했다고 해서 자랑스럽습니다. 하하. '아, 역시 난 안목이 있어. 참 좋았다' 싶어요."

그동안 쉬지 않고 달려왔던 배두나는 "신중하고, 여유있게 차기작을 선택하고 싶다"는 뜻을 전하기도 했다.

"10년 정도 참 바쁘게 보냈잖아요. 조금 더 신중해지고 싶은 마음이 들어요. 제가 작품에 완전히 몰입해서 연기하다 보니 (작품이 끝나고) 회복하는 탄력이 조금 줄어든 것 같아요. 과거에는 한 작품 끝나면 바로 다음 작품을 찍었고 그래도 괜찮았었거든요. 작품을 할 때마다 스스로 달달 볶는 스타일이라서. 에너지를 너무 많이 쓰고 있는 거 같아요. 그래서 더 신중하고, 여유롭게 작품을 선택하려고 합니다."
영화 바이러스 배우 배두나 사진바이포엠스튜디오
영화 '바이러스' 배우 배두나 [사진=바이포엠스튜디오]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배두나는 '바이러스'가 자신에게 "환기를 시켜준 작품"이라는 소감을 남겼다.

"저는 이미 알고 있는 저의 모습이지만, 관객들에게는 새로운 모습으로 보이지 않을까요? '비밀의 숲' 이후 저를 좋아하신 분들이라면 '바이러스' 속 저의 모습이 재밌게 느껴지지 않을까 기대가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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