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의 공백' 막아라…미·필 연합훈련에 日 자위대 첫 전투훈련 참여

  • 닛케이, "중동에 쏠린 미군 잡아두기 나선 필리핀…동맹 네트워크로 억지력 보완"

일본 히로시마 쿠레에 있는 해상 자위대 기지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일본 히로시마 쿠레에 있는 해상 자위대 기지[사진=게티이미지뱅크]


미국이 중동 대응에 군사력을 집중하는 사이 아시아에서 ‘힘의 공백’ 우려가 커지자, 일본 자위대가 처음으로 미·필리핀 연합훈련에 본격 참여하며 동맹 결속 강화에 나섰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분석했다.

21일 닛케이에 따르면 미국과 필리핀은 20일부터 대규모 연합훈련 ‘발리카탄’을 시작했다. 올해 훈련에는 일본 자위대가 처음으로 본격적인 병력 규모로 참여한다. 일본과 필리핀 간 병력 이동을 원활하게 하는 상호접근협정(RAA)이 지난해 9월 발효된 데 따른 것이다.

닛케이는 이번 훈련이 단순 군사 협력을 넘어 미국의 전략 변화에 대응하는 성격이 짙다고 짚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 대응을 위해 아시아에 배치됐던 해군 전력을 중동으로 이동시키면서, 인도·태평양 지역의 억지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 해군 강습양륙함 등 주요 전력이 중동으로 이동하면서 아시아 각국에서는 ‘전력 공백’에 대한 경계감이 확산되고 있으며, 필리핀은 연합훈련을 통해 미국의 지역 관여를 유지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닛케이는 분석했다.

미군 고위 관계자는 훈련 개회식에서 “세계 다른 지역에서 어떤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미국의 인도·태평양에 대한 관여는 흔들리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닛케이는 필리핀이 과거 미군 철수 이후 중국의 해양 진출 확대를 경험한 점에도 주목했다. 1992년 미군이 철수한 이후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영향력을 확대해 온 점이 현재의 필리핀 안보 전략에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최근 필리핀은 미국뿐 아니라 일본,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프랑스 등 우방국과 안보 협력을 확대하며 다자 네트워크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일본과의 협력은 빠르게 심화되는 모습이다. 일본은 호주, 영국에 이어 세 번째로 필리핀과 상호접근협정을 체결하며 사실상 ‘준동맹’ 관계로 격상됐다. 여기에 연료와 탄약 등을 상호 지원하는 상호군수지원협정(ACSA)도 올해 1월 추가로 체결했다.

자위대의 역할 변화도 두드러진다. 닛케이에 따르면 자위대는 그동안 발리카탄 훈련에 옵저버 자격으로 참여해 왔지만, 이번에는 약 1400명이 참가해 해상훈련과 미사일 방어 훈련 등 실전 훈련에 나선다. 특히 남중국해 인근에서는 88식 지대함 유도탄을 활용한 실사격 훈련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로미오 브라우너 필리핀군 참모총장은 “전쟁 종결 이후 처음으로 일본 전투부대를 맞이하는 것은 의미 깊다”고 밝혔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필리핀은 중국과의 군사력 격차를 감안할 때 단독 대응에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일본을 포함한 우방국 협력을 통해 억지력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일본 역시 방위 역할을 확대하며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다만 변수도 있다. 필리핀은 에너지 수입의 상당 부분을 중동에 의존하고 있어, 중동 정세 불안이 장기화될 경우 군사 활동에도 제약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고 닛케이는 덧붙였다.

결국 이번 훈련은 미군 전력의 지역 분산 속에서 동맹국과 우방국들이 협력을 통해 억지력을 유지하려는 시도로, 인도·태평양 안보 지형의 변화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닛케이는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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