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문기의 핀하이] 금융권 '트래블 대전'…환전 없이 도쿄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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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문기 기자
입력 2024-06-2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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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계좌·페이머니 연동해 외화 충전…대부분 결제 가능

  • "페이로 결제" 말하자 노점상에서도 QR코드 꺼내

  • 금융그룹·빅테크, 포인트·환급·할인 등 경쟁 치열

일본 도쿄의 한 자판기에 페이 애플리케이션앱을 활용해 결제하는 방법이 안내돼 있다 사진장문기 기자
일본 도쿄의 한 자판기에 페이 애플리케이션(앱)을 활용해 결제하는 방법이 안내돼 있다. [사진=장문기 기자]
“페이 오네가이시마스(페이로 부탁합니다).”

일본 도쿄에서 가장 오래된 사찰인 센소지. 그 입구에 길게 늘어선 나카미세 상점가에 있는 한 노점상에서 페이 결제를 부탁하자 상인이 활짝 웃으며 서랍에서 QR코드를 꺼내 기자에게 건넸다.

페이 애플리케이션(앱)으로 QR코드를 인식하면서도 사람 한 명이 일하고 있을 정도로 규모가 작은 노점상에서 페이 결제가 가능할지 의구심이 들었다. 그러나 이내 화면이 전환되면서 ‘1000엔 결제 완료’라는 문구가 떴다. 현지 통화 밑에는 작게 ‘원화 8928원’이라는 안내가 병기됐다.

별도의 환전 절차 없이 한국에서 사용하던 대로 앱을 구동해 사용했음에도 무리 없이 결제가 완료됐다. 앱을 구동했을 때 페이잔액이 원화가 아닌 엔화로 표시됐다는 점 정도가 차이점이었다.
 
일본에서 네이버페이왼쪽 카카오페이를 활용해 결제했을 때 확인할 수 있는 화면 사진장문기 기자
일본에서 네이버페이(왼쪽), 카카오페이를 활용해 결제했을 때 확인할 수 있는 화면. [사진=장문기 기자]
 
온라인 환전만으로 해외여행 ‘OK’
최근 금융권에서는 ‘트래블 대전’으로 불릴 정도로 여행 수요를 공략하기 위한 상품·서비스가 우후죽순 출시되고 있다. KB·신한·하나·우리 등 주요 금융그룹은 은행과 카드사가 합작해 트래블 체크카드를 선보였고 네이버·카카오·토스 등 빅테크 기업의 페이 서비스도 편리한 해외결제 시스템을 구축했다.

과거 일본에 갔을 땐 엔화를 미리 환전해 출국하고, 계산할 때마다 동전을 꺼내 얼마짜리인지 한참을 들여다봤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카드 결제가 되지 않는 곳은 거의 없었고, 자판기에서 음료수를 살 때도 페이결제가 가능했다. 상당수 자판기에 QR코드를 인식할 수 있는 장치가 부착돼 있었다.

다만 도쿄패스 등 교통 요금은 여전히 현금결제만 가능했다. 나리타 국제공항에서 도쿄 시내로 이동할 때 현금으로만 결제할 수 있다는 안내를 받고 당황했지만 이내 현금인출기를 찾아 돈을 뽑았다. 마스터카드 등과 제휴된 기기에서 트래블 체크카드로 현금을 뽑아 수수료를 면제받았다.

정확하게 환전을 아예 안 한 것은 아니다. 은행 원화계좌와 외화계좌를 연동한 뒤 온라인 환전을 통해 엔화를 입금해두거나, 금융사별 페이머니를 충전한 뒤 이를 원하는 만큼 엔화로 환전하는 등의 절차를 거쳤다. 여행 중에도 엔화가 부족하면 언제든 온라인 환전을 통해 보충할 수 있다.

특히 트래블 체크카드와 빅테크사 페이 서비스 등은 대부분 이용자 사전 동의를 전제로 ‘자동충전 후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편리했다. 자동충전 후 결제 서비스는 외화통장 또는 페이머니가 부족할 때 연계 원화통장에서 부족한 금액만큼 자동으로 충전한 뒤 결제가 이뤄지는 서비스다. 자동충전 후 결제 서비스를 활용하면 사전에 충전해두지 않아도 한국에서 쓰는 것처럼 체크카드를 사용할 수 있다.
 
 
카드·페이 고민된다면 ‘둘 다’…상호보완 가능
트래블 체크카드도 한국에서 사용하는 것처럼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 계산대 앞에서 트래블 체크카드를 꺼내 들자 점원이 친절하게 카드단말기 위치를 안내해줬다. 외국에서 카드로 결제하는 게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지만 결제 건별로 실시간 환율을 적용받는 게 아니라 환율이 좋을 때 환전해놓은 자금을 쓸 수 있다는 점이 차별점으로 느껴졌다.

도쿄를 방문한 14~16일 중 14일과 15일에 각각 은행 또는 페이 앱을 통해 온라인 환전을 완료했다. 빅테크사 페이 시스템은 결제 건별로 실시간 환율이 적용됐다. 환율을 비교해 보니 트래블 체크카드가 100엔당 879~881원, 빅테크사 페이 시스템이 100엔당 892~893원 수준으로 계산됐다.

트래블 체크카드는 소속 그룹의 은행과 같은 환율을, 빅테크사 페이는 알리페이가 정한 환율에 따르고 있다. 국내 빅테크사들이 알리페이와의 제휴를 통해 해외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빅테크사들은 포인트 뽑기, 국가별 환급·할인 행사 등 환율 격차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혜택을 소비자에게 제공하고 있다.

트래블 체크카드와 비교했을 때 빅테크사 페이는 카드를 꺼내지 않고 스마트폰만으로 결제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계좌 개설이나 페이머니 충전 등 별도의 절차 없이 한국에서 사용하던 그대로 해외에서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었다. 그러나 알 수 없는 이유로 결제가 되지 않거나, 지하 등 전파가 잘 잡히지 않는 곳에서는 QR코드를 불러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등 불편한 점도 있다. 네이버페이와 카카오페이 사용자는 ‘페이머니 카드’를 사용하면 이와 같은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

토스페이 관계자는 “결제가 안 되는 원인이 다양하므로 상황에 따라 대처법을 안내하고 있다”며 “QR·바코드 결제가 안 되면 우선 스마트폰 화면의 QR·바코드를 터치했을 때 바코드 하단에 표시되는 번호를 수기로 입력하는 방법을 시도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각자 여행 스타일별로 본인에게 유리한 방식의 결제를 따져 주 결제수단을 정하고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보조 결제수단을 챙겨야 알뜰한 여행이 가능한 셈이다.
 
소비자 이목 끌어라…승부수 띄우고 맞불 놓는 금융권
자동충전 후 결제 서비스를 신청·이용하자 은행에서 안내문자가 발송 됐다 사진장문기 기자
자동충전 후 결제 서비스를 신청·이용하자 은행에서 안내문자가 발송됐다. [사진=장문기 기자]

주요 금융그룹 간 경쟁에 불이 붙다 보니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기 위한 혜택을 선보이고 있다. 하나 트래블로그는 하루 5000달러까지 무료로 외화 송금이 가능하고, KB국민 트래블러스 카드는 남은 외화를 원화로 재환전할 때도 환전 수수료를 100% 우대한다. 신한 쏠 트래블과 우리 위비트래블은 반기별 1회씩 전 세계 공항라운지 무료 이용권을 제공한다.

타사의 혜택이나 서비스가 인기를 끌면 검토 후 도입해 맞불을 놓는 사례도 많다. 일례로 자동충전 후 결제는 일부 트래블 체크카드만 제공하던 기능이었지만 현재는 △KB국민 트래블러스 △신한 쏠(SOL) 트래블 △하나 트래블로그 등에서 사용할 수 있다. 우리 위비트래블도 부족금액만큼 원화에서 자동 환전해 결제할 수 있도록 개선할 계획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여름 휴가철에 해외여행객이 많아질 것으로 예상돼 트래블 체크카드 경쟁이 치열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각종 수수료를 무료로 제공하는 게 금융사 입장에서는 부담이지만 신규고객 유입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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