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선의 D-story] 한반도 '남·북·중·러' 외교전…'新냉전 구도'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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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선 기자
입력 2024-06-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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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 서울서 한·중 외교안보대화 개최

  • 푸틴, 같은 날 북한 방문 전망…24년 만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이 지난달 13일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에서 만나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조태열 외교부 장관(왼쪽)과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이 지난달 13일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에서 만나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번 주 북·러 정상회담과 한·중 고위급 회담이 동시에 이뤄지면서 '남·북·중·러'가 한반도에서 외교전을 펼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8~19일 북한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서울에서는 한·중 외교안보대화가 18일 개최된다. 푸틴 대통령의 방북은 24년 만이며, 외교안보대화 개최는 9년 만이다. 

이번 외교전을 통해 북한이 유지하고 싶은 '한·미·일 대 북·중·러'라는 '신냉전 구도'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은 최근 중국이 한국과 가까워지는 것에 공공연하게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한국은 북·중 관계가 소홀해진 틈을 타 중국과의 협력을 활성화하면 또 다른 신냉전 구도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북한과 꾸준히 소통을 이어왔지만, 최근 거리를 두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더군다나 푸틴의 방북과 비슷한 시기에 서울에서 한국과 고위급 회담을 가지는 것을 보면 중국이 한국과의 관계 개선에 어느 정도 속도를 내는 것이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한·미·일 동맹은 그 어느 때보다 강화되는 동시에 한·중 관계는 갈등을 겪어 왔다. 하지만 최근 잇따른 한·중 간 고위급 교류로 양국이 한층 발전된 행보를 나타내고 있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지난달 한국 외교장관으로는 6년여 만에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회담을 가지면서 한·중 관계 개선의 새로운 모멘텀을 만들기도 했다. 아울러 신창싱 중국 장쑤성 당서기가 이번 달 한국을 찾는다. 한·중 외교안보대화, 한·일·중 정상회의에 이어 양국 간 고위급 교류가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다만 한·중 관계 개선에 속도가 붙은 만큼 북·러 간 협력 또한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푸틴 대통령이 이번 방북을 통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에 위배되는 북한과의 군사 협력, 무기 거래 등을 지금보다 더 발전시킬 가능성이 높다. 이는 국제 사회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이다. 통일부 또한 푸틴 대통령의 방북과 관련해 "러시아는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그 책임과 역할을 다해야 할 것"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9월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상봉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9월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상봉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9월 북·러 정상회담을 계기로 푸틴 대통령에게 방북을 초청했고, 이를 수락하면서 양국이 회담을 가진 지 1년도 되지 않아 대면 회담이 이뤄지게 됐다. 특히 이번 푸틴 대통령의 방북이 2000년 7월 이후 24년 만이라는 점이 주목된다. 이에 일각에서는 양국 관계를 새로운 수준으로 높이는 조약이 체결될 가능성도 제기했다. 

푸틴 대통령은 2019년 북·러 정상회담 뒤에도 김 위원장의 방북 초청을 받았지만, 공식적으로 초청을 수락했다고 발표하지 않은 데다 답방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으로 서방과 대립하는 지금은 양상이 다르다. 북한이 러시아의 특별군사작전을 지지하고 있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포탄과 같은 무기를 많이 가지고 있는 북한과의 무기 거래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북한을 '특별 관리 대상'으로 올려놓고, 전보다 더 신경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올해 2월엔 러시아제 최고급 세단 아우루스를 김 위원장에게 선물하기도 했다. 북한 또한 미사일, 정찰위성 등의 개발 과정에서 도움이 되는 러시아와 가까워지는 행보를 드러내고 있다. 무엇보다도 북한은 러시아로부터 군사 기술 등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은 짧은 시간 내에 '상호 의존 관계'로 발전한 것이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17일 보도된 미국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푸틴 대통령이 이번 방북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이냐는 질의에 "푸틴이 원하는 건 포탄, 특히 우크라이나 전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 북한에 결정적인 포탄이나 군사적 물품을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신 장관은 러시아가 북한에 최첨단 군사 기술을 모두 넘겨주지는 않을 것으로 예측했다. 그는 지난 5월 북한이 정찰위성 발사에 실패했다고 보도한 것과 관련해 "북한 스스로 (사고 원인이) 액체산소와 석유발동기라고 발표했다"며 "이것은 러시아의 엔진추진 기술이므로 말 그대로 러시아로부터 엔진 기술을 받았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패 이유는 북한이 가진 기술과 러시아 기술이 혼합 후 아직 안정성을 가지지 못한 것"이라며 "북한은 엔진 실험 후 하반기에 다시 시험 발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이 지난 2일 살포한 대남 오물 풍선 사진연합뉴스
북한이 지난 2일 살포한 대남 오물 풍선 [사진=연합뉴스]

이번 푸틴 방북을 통해 북·러는 지난해 9월 정상회담 이후 진행된 분야별 협력 성과를 점검하고, 추가 교류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 사회는 러시아가 북한에 무기를 지원할 가능성을 가장 크게 경계하고 있다. 북한은 핵 추진 잠수함,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정찰위성, 전투기 등의 지원을 바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안보대화를 통해 한국은 북한을 가장 잘 다룰 수 있는 중국에 건설적 역할을 재차 촉구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 탈북민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 북한의 오물 풍선 도발, 한국 정부의 9·19 군사합의 효력정지 결정 등으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한반도 안정을 위한 한·중 소통 필요성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중국 입장에서 러시아와의 관계를 강화하고 있는 북한의 모습이 마냥 좋아 보이지만은 않을 것이다. 다만 중국이 그간 한반도 사안에 대해 조심스럽게 다뤘던 원론적인 입장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만약 중국이 러시아와 밀착 행보를 보이고 있는 북한을 향해 강도 높은 발언으로 꾸짖는다면 예상치 못했던 신냉전 구도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일각에서는 한국이 외교안보대화를 계기로 한·중 관계를 관리하는 것은 물론 북·중·러의 '틈'을 더 벌리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편 외교부는 17일 "한·일·중 정상회의 계기 윤석열 대통령과 중국 리창 총리와의 회담에서 양국 간 외교·안보 분야 소통 채널을 본격 가동키로 함에 따라 한·중 외교안보대화가 개최된다"며 "이번 대화에서 양국은 양자 관계, 한반도 문제, 지역 및 국제 정세 등 상호 관심사에 대한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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