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서 '서방 단결' 와중에 中 총리, 7년 만에 호주 방문...관계 개선 가속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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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솔 기자
입력 2024-06-17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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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5일~18일 中 리창 총리 호주 방문

  • '의장대' 의전 받으며 호주 총리 '환영'

  • '판다외교' 더해 관세장벽 풀고 '경제협력' 늘려

  • '민감사항', 중국 억류 호주인·안보문제

호주를 방문한 리창 중국 총리오른쪽가 17일 캔버라 의사당에서 만나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악수하는 모습 사진AFP연합뉴스
호주를 방문한 리창 중국 총리(오른쪽)가 17일 캔버라 의사당에서 만나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악수하는 모습 [사진=AFP·연합뉴스]


주말 동안 유럽에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와 우크라이나 평화회의로 서방이 뭉친 와중에 중국 서열 2위 리창 총리는 중국 총리로서는 7년 만에 처음으로 호주를 찾아 양국 간 관계 정상화에 시동을 걸었다.

15일(이하 현지시간)부터 나흘간 일정으로 호주를 방문하는 리창 총리는 3일 차인 17일 수도 캔버라에 위치한 국회의사당에서 앤서니 앨비니지 호주 총리를 만났다. 호주 정부는 국회의사당 앞마당에 군 의장대와 19문의 대포를 배치하는 등 리 총리를 화려하게 맞았다. 반갑게 손을 맞잡은 양국 총리는 이날 오후 비공개 회담을 갖고 지정학적 긴장과 '국익' 과 관련된 까다로운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AFP 통신은 전했다.

앨버니지 총리는 이날 회담 모두 발언을 통해 "우리는 양자 관계의 계속된 안정과 발전을 환영한다"며 전세계가 국제법을 준수하는 평화로운 상태를 유지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양국간 입장을 존중하는 태도를 강조하면서도, 호주가 미국과 안보 협력을 하는 것에 대해선 존중하라는 취지의 발언으로 풀이된다.
 
의장대 의전을 받는 리창 중국 총리 모습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의장대 사열을 받는 리창 중국 총리 모습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앞서 15일 리창 총리는 호주에 입국한 뒤 "중국과 호주 관계는 우여곡절 끝에 다시 정상궤도에 올랐다"며 양국은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도약할 수 있다고 발언했다. 그는 나흘간 호주 정부 인사, 현지 중국 사업장 방문 등의 일정을 치른다. 중국 총리가 호주를 찾은 건 2017년 이후 7년 만에 처음이다.

다음 날 리창 총리는 호주 애들레이드 동물원을 찾았다. 이날 그는 15년 전 중국이 선물했다가 귀환이 예정된 자이언트 판다 한 쌍을 살펴본 뒤 새 판다 한 쌍을 보내줄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에 이날 동석한 페니 웡 호주 외무장관은 "(이는) 호주 경제와 일자리, 관광에 모두 좋은 신호"라고 화답했다.

이날 오후 리 총리는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주 내 한 와인 양조장도 찾았다. 이는 중국이 올해 초 호주산 와인에 대한 관세 부과를 해제한 점을 부각하는 '행보'로 알려졌다. 중국은 2021년 3월부터 호주산 포도주에 최대 218%가량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다가, 올해 3월 이를 철폐했다. 리 총리는 이후 서호주에 있는 한 채석장을 찾고, 서호주 주도 퍼스에 위치한 중국 기업 관련 핵심 광물인 '리튬' 처리 공장으로 발길을 옮길 계획이다.

이로써 양국 간 '경제' '통상' 분야에선 긴장감이 상당 부분 해소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안보' '인권' 분야에선 양국 간 껄끄러운 문제들이 남았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중국에서 최근 사형 집행유예 선고를 받은 작가 양헝쥔(杨恒均) 관련 사안이다. 그는 중국 출생으로 외교·국가안전부에서 일하다 호주로 이주해 스파이 소설 작가로 활동했다. 정치평론가와 활동가로 활동하면서 중국의 민주화를 지지하는 목소리를 내왔다. 2019년 그는 중국을 찾았다가 체포돼 구금 생활을 계속하다가 지난 2월 사형 판결과 함께 2년의 집행 유예를 선고받았다.

이에 호주 내 반중 여론은 매우 가열됐다. 이번 방문 일정 중에도 중국의 억류에 반대하는 시위대들은 의사당과 동물원 입구에서 거대한 무리를 이뤄 리창 총리에게 항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현 앨버니지 총리도 양헝쥔의 사형선고 당시 "분노를 느낀다"며 주호주 중국대사를 초치하는 등 중국을 압박했던 터라 이번에도 관련 내용이 오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외에도 호주는 미국, 영국과 안보협의체 '오커스'(AUKUS)를 맺고 '핵추진잠수함' 도입을 진행 중이라 안보상 중국과 마찰이 불가피하다. 또한 호주는 전기차용 배터리 수산화리튬을 생산하는 공장이 들어섰기 때문에, 청정 에너지원에 대한 중국산 광물을 규제하는 미국의 기조와도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고 ABC 뉴스는 분석했다.

앞서 호주는 2018년부터 시작된 미국 주도의 중국 견제 대열에 합류했다. 호주는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를 5세대 이동통신(5G) 통신망 사업에서 배제하고, 2020년 코로나19 확산 당시 해당 전염병에 대한 국제 조사를 요구했다. 이에 중국 정부는 보복으로 호주산 포도주, 보리, 석탄, 쇠고기 등에 고율 관세를 매기고 수입 금지 등의 조치를 취했다.

이후 호주는 2022년 중국에 강경 노선을 유지하던 보수 정부가 막을 내리고 노동당 정부가 들어서자 화해 분위기로 바뀌었다. 지난해 앨버니지 총리가 중국을 찾아 시진핑 국가주석과 리창 총리를 만나면서 갈등이 급격히 해소되는 모습을 보였다. 리 총리의 이번 방문 역시 앨버니지 총리의 방중에 대한 보답 성격이다.
 
17일 리창 중국 총리의 호주 캔버라 의사당 방문을 앞두고 이에 항의하는 시위대 모습 사진EPA 연합뉴스
17일 리창 중국 총리의 호주 캔버라 의사당 방문에 항의하는 시위대 [사진=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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