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IA Biz] "불합격입니다, 하지만…" 日대졸 취업율 98%, 탈락한 지원자도 다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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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희 도쿄(일본) 통신원
입력 2024-06-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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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년 취업 앞둔 대학생 78.1%가 취업 내정

  • 탈락한 지원자에 면접 조언하는 기업 증가

  • 내정 사퇴자에 '패스트트랙' 제도 도입해 재지원 장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일본 도쿄 소재 명문 사립대인 호세이대학 4학년에 재학 중인 A씨는 대형 상사와 인재 서비스 업체 등 총 10개 기업에서 최종 합격 통지를 받았다. A씨는 "월급과 발전 가능성 등을 고려해 최종적으로 취업할 곳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명문 사립대인 쓰다주쿠여자대학에 다니는 B씨는 "요즘은 4학년이 되자마자 슈카쓰(就活·취업활동)가 시작되기 때문에 보통은 3학년부터 준비를 한다"고 설명했다.
 
일본에서 2025년 대졸 예정자를 대상으로 한 기업 채용이 이달 1일부터 시작됐다. 일본 정부는 대학교 4학년생을 대상으로 한 면접 등 기업 채용 절차를 6월, 내정은 10월부터 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통상 6월부터 시작했던 채용 일정도 점차 앞당겨지고 있다.

후생노동성과 문부과학성이 전국 공립·사립대 62개교 4770명을 표본 조사한 결과 올봄 대학을 졸업한 취업 희망자 중 98.1%가 취업에 성공했다. 일본 정부는 매년 취업률을 추계해 발표하고 있는데 올해는 지난해보다 0.8%포인트 상승해 1997년 조사 개시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문과와 이과 취업률도 크게 차이 나지 않았다. 올해 계열별 대졸자 취업률은 이과 계열이 98.8%로 작년보다 0.7%포인트 상승했고 문과 계열도 97.9%로 0.8포인트 올라갔다.

내년 졸업을 앞둔 대학생 가운데는 상반기에 취업 활동을 끝낸 학생도 많았다. 일본 구인구직회사 리쿠르트 조사에 따르면 5월 15일 기준 이미 취업이 내정된 비율은 전년 동기 대비 6.0%포인트 상승한 78.1%로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상황이 이렇자 일본 기업들 사이에서는 면접에서 탈락시킨 학생들이나 내정을 포기한 학생들과도 관계를 유지하려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향후 있을 재지원에 대비하거나 장래 고객이 될 가능성을 고려해서다.

요미우리신문은 경리대행서비스업체 '메리비즈'가 지난해부터 면접에서 탈락한 지원자들에게 결과 통보뿐만 아니라 개선점을 함께 서면으로 통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예컨대 '필요 이상으로 존대어를 사용해 지나치게 형식적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좀 더 자기 개성을 드러내는 것이 좋다'는 조언 등이다.

메리비즈 측에 따르면 "취업 활동에 도움이 됐다"며 감사 답신을 보내오는 지원자도 나오는 등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관계자는 "탈락한 학생들과도 양호한 관계를 유지하고, 타 기업 관련 직종에 취업해 활약하기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재서비스기업 '윌그룹'도 면접에서 불합격한 지원자 전원에게 면접 담당자 평가를 담은 메일을 전송하고 있다. 윌그룹은 "기업이 학생을 선발하는 게 아니라 학생이 기업을 고르는 시대가 됐다"며 "타사와 차별성을 부각하기 위해 시행하고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와 함께 '내정 사퇴자'를 우대하는 '패스트패스(fast pass)' 제도를 도입한 기업도 등장했다. 미쓰이스미토모해상화재보험은 자사 지원 후 3년 이내에 다시 지원하는 이직 희망자를 대상으로 최종 면접부터 볼 수 있게 하는 제도를 마련했다. 인사담당자는 "타사 문화를 접해보거나 다른 일을 경험한 인재들이 사업 혁신을 이룰 수 있다는 기대가 있다"고 평가했다.

지바현에 위치한 '지바흥업은행'은 2025년 졸업생부터 내정 사퇴자가 타 업체에서 3년 이내로 근무하다 다시 지원하면 면접 절차를 한 번으로 끝내기로 했다. 

구인난으로 기존 직장을 그만두고 더 나은 회사로 옮기는 구직자가 늘면서 퇴직 대행 서비스도 유행하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입사한 지 2주를 채우지 않았음에도 퇴직 대행 서비스 요청이 잇따르는 등 퇴직 대행이 성행 중이다.

이처럼 심각한 일손 부족을 배경으로 올해는 채용 인원이 정원에 미달한 기업도 늘었다. 리쿠르트에 따르면 2024년 신입 채용에서 계획대로 학생들을 확보한 기업은 36.1%에 그쳤다. 조사를 시작한 2012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내년은 올해보다 취업률이 더욱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한 취업 정보회사 연구원은 "코로나19 때문에 한동안 고용을 억제하던 기업들이 채용을 늘리고 있다"며 "일손 부족으로 내년 봄 대졸자 취업률은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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