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다이의 다이렉트] 나무 깎아 수저 만들고 불 피우고…"아, 밥 한끼 먹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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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이 기자
입력 2024-03-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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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소한 도구로 야생의 '생존법칙' 배우는 와일드 캠핑 체험

  • 뚝딱뚝딱 텐트 치고 장작 패고…바비큐 완성하니 '수료증'

  • 테마여행 플랫폼 '여담', 해외 트레킹 등 이색상품 속속 발굴

이백승협 대한부시크래프트협회 회장 겸 부시랩 대표가 16일 경기도 안성에서 진행한 부시크래프트 와일드캠핑 클래스에서 바비큐를 준비하고 있는 모습 사진김다이 기자
이백승협 대한부시크래프트협회 회장 겸 부시랩 대표가 16일 경기도 안성에서 진행한 '부시크래프트 와일드캠핑 클래스'에서 바비큐를 준비하고 있는 모습. [사진=김다이 기자]

"일반 캠핑은 필요한 모든 것을 챙겨가지만 부시크래프트는 최소한의 도구만으로 캠핑합니다. 한 마디로 미개척지에서 삶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지혜를 배우는 것이죠."

이백승협 대한부시크래프트협회 회장 겸 부시랩 대표는 '부시크래프트'의 정의를 이같이 내렸다. 

와일드캠핑 '부시크래프트'는 기성품 이용을 최소화하고 자연물을 이용해 즐기는 오지 캠핑이다. 한진관광 테마여행 플랫폼 여담은 부시크래프트의 맛보기 버전으로 '부시크래프트 와일드캠핑 클래스'를 기획했다.

일반캠핑조차 낯설어하는 이들이 한데 모여서 즐기는 오지 캠핑의 맛은 과연 어떨까. 기자가 직접 체험해 봤다. 

지난 16일 아침. 서울에서 출발해 1시간 반을 달려 도착한 경기 안성 자연체험학교에 도착했다. 학교 안으로 들어서니, 저 멀리 활활 타오르는 불꽃이 눈에 담겼다. 드넓은 운동장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다가가 보니 고기들이 장작불 위에서 먹음직스럽게 익어가고 있었다. 

본격적으로 오지 캠핑에 나섰다. 야심차게 오지 캠핑을 한다고 발을 들였으니, 이날 하루 먹고 자기 위해서는 '생존 법칙'을 배워야 했다. 

먼저 잘 곳을 만들기 위해 난생 처음 망치를 들고 텐트를 설치했다. 뚝딱뚝딱 망치질 소리에 텐트는 하나둘 채워졌다. 썰렁했던 운동장이 멋진 캠핑마을로 변신하는 순간이었다. 

텐트 설치 후에는 작은 칼을 이용해 나무를 깎아 숟가락과 젓가락 등 필수 용품을 만들고, 도끼로 장작을 팼다. TV에서는 도끼질 한 번에 장작이 쩍 갈라지던데, 현실에선 낭패다. 두세 번 도끼질을 해도 장작은 끄떡도 하지 않았다.
 
파이어보드 위에 나무스틱을 올리고 보우드릴로 돌려 마찰을 일으키면 불씨가 붙는다 사진김다이 기자
파이어보드 위에 나무스틱을 올리고 보우드릴로 돌려 마찰을 일으키면 불씨가 붙는다. [사진=김다이 기자]

결국 수차례의 시도 끝에 장작 패기에 성공했다. 오지 캠핑에서 불 피우긴 필수. 라이터나 성냥 없이 나무와 끈만으로 불 피우는 방법을 배웠다. 

이 대표는 "야생에서는 어떤 상황이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에 라이터나 도구 없이도 불을 붙일 수 있어야 한다"며 "생존을 위해 꼭 필요한 교육"이라고 강조했다.

호기롭게 불 피우는 도구를 받았지만, 불씨를 만드는 일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작은 가죽 조각 위에 '파이어보드'라고 부르는 나무판을 올리고 그 위에 나무 스틱을 세웠다. 나무를 깎아서 끈을 묶은 형태의 '보우드릴'을 나무 스틱에 감고 돌리면 마찰이 발현했다. 모락모락 연기가 올라오기 시작하면 더 빠르게 보우드릴을 움직여 준다. 배운 대로 하니 어느새 피어오르는 빨간 불씨. 

이렇게 붙은 작은 불씨를 낙엽 더미에 옮겨 놓고 천천히 숨을 불어넣었다. 부드럽고 조심스레 숨을 불어주니 낙엽에 불이 옮겨 붙었다. 불 피우기 성공.

활활 타오르는 불 위로 장작을 하나둘 올려주었다. 비가 오는 날에도 다른 도구 없이 불을 피울 수 있겠다. 

클래스에 참여한 이은솔씨(31)는 "백패킹을 주로 하는 백패커지만 부시크래프트에 관심이 많아 체험을 하게 됐다"며 "생존 체험으로 부싯깃을 만들어 직접 불을 지피고 구조물을 만드는 작업은 힘들었지만 재밌고 뿌듯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와일드캠핑 클래스 참가자 이은솔씨가 나무를 깎아 수저를 만들고 있다 사진김다이 기자
와일드캠핑 클래스 참가자 이은솔씨가 나무를 깎아 수저를 만들고 있다. [사진=김다이 기자]
 
장작 위에 그릴을 얹어 닭을 굽는다 사진김다이 기자
장작 위에 그릴을 얹어 닭을 굽는다. [사진=김다이 기자]

정성스럽게 살린 불씨 위에 그릴을 설치하고 그 위에 닭고기 두 마리를 얹었다. '와일드 캠핑 요리'의 시작이다. 

불을 피우는 것도 어렵지만 뜨거운 불 위에서 고기를 굽는 일도 쉽지 않았다. 숯으로 변해가는 장작이 강한 연기를 내뿜었다. 연기를 온몸으로 맞으며 눈도 못 뜨는 상태에서 고기를 뒤집고 또 뒤집었다. 이렇게 30분 정도 지났을까. 제법 먹음직스러운 닭고기 바비큐가 완성됐다. 한입 베어 물기 위해 다리를 뜯었더니 피가 흘러나왔다. 아, 야생에서는 밥 한 끼 먹기 어렵다.
 
힘들지만 재밌었던 야생 캠핑을 마친 후 대한부시크래프트협회 명의의 수료증을 받았다. 도구 만들기, 야생의 기초적인 생존 교육을 수료했다는 의미가 담겼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장작불에 익힌 립은 은은하게 훈연돼 깊은 맛을 낸다 사진김다이 기자
아침부터 저녁까지 장작불에 익힌 립은 은은하게 훈연돼 깊은 맛을 낸다. [사진=김다이 기자]

생존 교육을 마치고 나니 어느덧 저녁 시간이 찾아왔다. 마스터가 미리 불에 올려둔 립과 닭고기, 과일, 야채들을 산더미처럼 쌓아서 저녁 만찬을 준비해주었다. 장작불에서 피어 오르는 연기를 온몸으로 맞았고, 숯불 향이 가득 밴 고기를 뜯으며 클래스를 마무리했다. 

윤아름씨(36)는 "캠핑을 자주 경험해 보지 못해서 부시크래프트에 대한 설명을 듣고 해낼 수 있을까 걱정했지만, 캠핑 초보도 재밌게 즐길 수 있어서 좋았다"며 "감성 넘치는 캠핑존, 맛있는 바비큐는 물론 불피우기 클래스까지 모든 것이 무척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클래스를 완료한 뒤 받은 교육수료증 이제 야생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다 사진김다이 기자
클래스를 완료한 뒤 받은 기초 생존 교육 교육수료증. 이제 야생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다. [사진=김다이 기자]

한편 한진관광의 테마 여행 큐레이션 플랫폼 '여담'은 '여행을 담다'라는 슬로건 하에 2022년 4월 론칭했다. 

여담이 내놓은 이색 여행 상품은 오지 캠핑 외에 △자전거마니아를 대상으로 한 '해외라이딩' △괌 실탄사격과 사이판 경비행기 파일럿 체험 등 '체험형 클래스' △EPL 등 유럽축구 직관여행 △전문가와 함께하는 해외 트레킹 여행상품 등 다양하다. 

여담은 올해 몽골과 중앙아시아에서 진행하는 아웃도어 백패킹 여행상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한진관광 여담 관계자는 "여담이 직접 기획, 운영한 상품은 이번이 처음이다. 부시크래프트라는 다소 생소한 체험을 통해 여담에서만 할 수 있는 경험과 여행의 행복을 선물하고 싶었다"며 "앞으로도 특수테마 여행상품을 지속해서 발굴하고 소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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